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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도서관은 장엄하고 고풍스러우며 조금은 위압적인 분위기까지 띄었다. 도수 높은 안경에 지적인 분위기의 사람들이 두꺼운 책과 씨름하며 칸트나 헤겔을 말하는 엘리트들만의 공간이었다. 그런 이유로  일반인들은 가까이 하기를 괜히 꺼려하던 곳이었다.

 

이런 거리감을 과감히 혁파해버린 지자체가 순천시다. 순천시에는 현재 5개의 공공도서관과 43개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올 하반기에는 규모가 작고 오래된 연향도서관을 대신할 공공도서관을 하나 더 개관할 계획이다.

 

순천시는 산과 바다, 강과 호수가 어우러진 생태도시이다. 2011년 현재 27만 명의 인구를

가진 순천시는 1읍, 10면, 13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이다.

 

순천시의 도서관 수와 이용률은 선진국형

 

순천시에는 인구 5만4000명당 1개의 도서관이 있어 우리나라 전체 평균인 인구 7만 명당 하나보다 훨씬 양호한 상황이다.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포함)의 총 장서 수는 현재 63만여 권(2010년)으로 2008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5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으나 1개관은 어린이전용도서관이기 때문에 청소년과 성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4개관이다. 순천시민 1인당 장서 수는 2.3권으로 우리나라 평균인 1.25권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나 미국(2.8권) 이나 일본(2.9권)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순천시 공공도서관 이용자 및 대출 수는 지난 2008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1일 평균 이용자는 1210 명이고, 평균 대출 권수는 1934권이다.

 

순천 시민들의 공공도서관 방문 횟수는 1인당 5.12회인데 이 수치는 우리나라 평균인 4.1회보다 높다. 또한 순천 시민들의 공공도서관 자료 대출 권수는 1인당 7.99권으로 우리나라 평균 7.1권을 상회한다.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순천시

 

순천시가 다른 지역보다 시민들의 공공도서관 방문 및 대출 권수가 많은 것은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로 도서관운영과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어린이전문도서관인 기적의 도서관 1호관이 건립되었다.

 

또한 전국 최초로 국제화 교육특구로 지정되고 대표적 평생학습도시가 되어 도서관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많다. 해마다 전 시민이 책 한권을 선정해 토론하는 '원북 원시티(One Book, One City)프로그램을 도입해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시작한 '북 스타트 운동'은 0~3세까지의 영유아들에게 독서 안내문과 함께 가방 속에 세권의 책을 넣어 나눠줬다. 후속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북 스타트 플러스 운동'(4세~미취학아동)은 독서 분위기에 대한 자양분을 제공했고 2004년에 시작한 작은도서관 운동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아우르는 전 시민 독서운동으로 발전했다.

 

작은 도서관운동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 - 걸어서 10분 거리의 접근성 탁월

 

43개소나 되는 작은 도서관은 대부분이 20평 정도의 작은 규모로, 마을회관 2층이나 시민 다중이 이용 가능한 기존 공공시설 빈 공간을  활용했다. 규모가 큰 5개의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사랑방 형태의 작은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 설치했고 동네 주민이 주가 되어 자원봉사 형태의 운영을 한다. 이곳에서는 기초역사체험논술, 미술크레파스, 성인 POP, 쿠키와 클레이, 꽃차 만들기, 종이접기, 중국어, 지리체험과 역사, 북 아트 등을 배운다.

 

각 도서관에는 도서구입비 100만 원(분기별)과 프로그램 운영비 10만 원(매달)이 지급된다. 작은도서관 봉사자는 도서관별로 5~8명의 자원봉사자를 두고 운영자는 주 5일간 5시간 근무 원칙이다. 이들은 이동거리에 따라 A등급(55만 원)과 B등급(45만 원)으로 나뉘어 보수를 지급받는다.

 

작은도서관 운영은 지역의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시에서는 보조금 예산 지원 및 운영상황 점검과 지도, 시설 개선 지원 등의 행정지원을 맡는다.

 

때마침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던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을 만나 도서관에 오는 이유를 들었다.

 

"여기 오면 공부에 도움 되는 책도 많고 읽을 것도 많아 자주와요. 집에는 별로 책이 없는데 여기는 책이 많아 좋아요"

 

순천시 도서관운영과 사서인 허재원씨의 도서관에 대한 설명이다.

 

"순천에 오시면 초가부터 현대식 도서관까지 두루 이용이 가능합니다. 도서관 사업은 바로 눈앞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사업이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책속에 모든 게 있기 때문에 도서관은 인재를 키우는 사업이죠.

 

앞으로 통합 도서관이 개관되면 순천의 모든 도서관에 상호대차 시스템이 완성되어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싶다면 가져다주는 전국 최고의 도서관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현재 순천의 5개 공공도서관에는 원어민이 상주해 '원어민 영어교실'을 열어, 영어회화, 영어동화 발음연습, 영어야 놀자 등의 무료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올 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결과(2.24~25)를 보면 도서관 이용 연령층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 연령대가 고등학생 (33%)과 대학생(16%)이다. 이들의 도서관 이용 형태는 열람실만 이용한 경우가 많아 시험공부에 이용된 사례가 많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반가운 것은 나머지 50%의 이용자들이 자료실을 이용해 아주 바람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제5기 도서관학교를 수료한 김미희씨의 소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도서관은 희망을 생산하는 곳이다. 항상 새로운 의욕과 나 자신을 다지고 생각 하게 만들고 무언가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곳이다. 도서관은 다시 오고 싶은 곳, 상상의 나래를 멋지게 펼 수 있는 곳. 나의 생각 주머니가 늘어나는 곳"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전남교육'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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