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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유가 상승과 무대책의 정부

유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연초부터 급격하게 오르더니, 최근에는 아랍권의 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국제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국내 유가는 전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 중심부 휘발유 가격은 2000원을 훌쩍 넘은지 오래며, 이제 서울 외곽, 경기 지역 역시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또 올라가 있는 주유소 가격판의 숫자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유가 상승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초에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국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유가에 관한 조치도 이것저것 내놓을 것 같더니 구제역, 일본 대지진 같은 큰 사건들이 뉴스 앞머리를 채우자 언제 그랬냐는 듯 뒷짐만 지고 있다.

그 뿐인가. 아랍권에 민주화 바람이 불어 국제유가가 올라가자, 정부의 태도는 더욱 안일해졌다. 이야기인즉슨 유가상승은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니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단한 듯 발표한다. 우리나라의 기름값이 비싼 이유는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기 때문이니,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그럼 정부는 여태까지 그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정부는 정유사들의 폭리는 이야기 하면서 왜 우리나라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유류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가?

문제는 정부가 이와 같은 안일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와중에도 기름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국민들과 대기업의 눈치를 보며 줄타기를 하는 이 시간, 많은 이들이 고유가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은 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개 휘발유 가격을 보여주지만, 정작 고유가로 가장 큰 곤란은 겪는 이들은 따로 있다. 바로 직접 기름을 떼고 돈을 버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이다.

들썩일 가능성이 큰 운송시장

비록 아직까지 화물연대파업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진 않지만, 현재 많은 기사들이 더 이상 운송을 못하겠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이미 많은 운송사들은 자체적으로 자사 화물운송기사들과 급여인상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다녔던 회사도 현재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운송료 15%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회사와 협상 중에 있다.) 이런 추세라면 지금 1700~180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경유가도 곧 있으면 화물연대 파업이 일어났던 2008년 6월의 1900원대 가격을 찍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많은 화물운송기사들은 2008년 화물연대 때 인상된 운송료도 못 받고 있다. 당시 불어 닥쳤던 미국 발 경제위기와 함께 물량이 급감하면서 화주들이 운송사에게 운송료 할인을 요구했고, 운송사들은 화물운송기사들에게 그만큼의 운송료 할인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형 운송사로 구성된 CTCA(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를 평균으로 볼 때, 2008년 겨울 운송료는 전체적으로 5%~10%까지 인하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의 급등하는 경유가와 고물가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운송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 때문에 물류대란은 미뤄져 왔을까? 전 운송 노동자의 10% 정도 밖에 장악력을 지니지 못한 화물연대가 약해졌기 때문일까?

물류대란이 아직까지 현실화 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국내 물동량이 매우 감소한 동시에 부두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즉, 일거리는 얼마 없는데 차는 남아돌고, 그것도 여러 부두로 쪼개지는 바람에 운송기사들끼리 단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운송기사들이 운송료를 올려달라고 이야기 못 할 수밖에.

그러나 3월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미 언론에서 밝힌 바 있듯이 미국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부산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큰 폭으로 증가되었으며, 인천 역시 설 연휴 때문에 비수기였던 중국의 물량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큰 변수는 이번 일본 대지진인데 이 역시도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혹자들은 부산-일본 간 환적 물동량이 줄어들어 부산 물동량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고베지진 이후 일본의 물동량이 부산으로 몰려들어 활황을 이룬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일본으로 가야하는 물량들이 부산으로 기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곧 물류대란은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다. 물동량이 연초보다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지금처럼 유가가 끝없이 올라간다면 차는 더욱 부족해질 것이고,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이를 빌미로 파업 등을 통해 운송료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어날지도 모를 물류대란에 대한 정부의 준비는?

물류대란의 불씨
▲ 해결되지 않은 표준요율제 물류대란의 불씨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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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가시화 될지도 모르는 물류대란.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정부의 대응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오르는 기름값만 탓할 뿐, 어떤 대책도 일선 운송사들에게 전달된 바 없다.

우선 2008년 파업 당시 정부가 화물연대와 약속한 조항 중 결정적인 사항을 살펴보자. 정부는 당시 화물연대에게 표준요율제 도입과 관련, 국무총리실 산하 화물운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구용역을 거쳐 시범운행 및 법제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그때 뿐, 정부는 법제화는커녕 그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는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 이외의 운송기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모두들 운송료만 오르면 그뿐이라는 생각으로 추후 협상에는 관심이 없었던 터라 표준요율제는 또 다시 불씨로 남겨져 지금까지 왔다.

그렇다면 화물연대가 정부에게 강력하게 요청했던 운송업계 '다단계 근절'은 어떠한가. 이 역시 정부는 그 방향성만 인정했을 뿐, 화물연대파업 이후 그 어떤 강력한 정책도 시행한 바 없다. 물류가 그대로 또 돌아가니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말로만 땜질하고 방치해둠으로써 불씨를 키운 것이다.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 물류대란의 씨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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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2011년 3월 현재 운송시장은 2008년과 비교하여 운송료 이외에 전혀 달라진 바가 없다. 4대강 공사가 강행됨으로써 차량들의 분포만 달라졌을 뿐, 운송시장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인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현실은 앞으로 다가올 물류대란에 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예전처럼 운송료 인상에 노동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고 정부는 앞선 정책들을 반복하며 사탕발림을 하려들 여지가 크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이들이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유류세 인하를 희망해본다.


태그:#화물연대파업, #고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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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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