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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폭발 각계인사 77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내 원자력 확대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폭발 각계인사 77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내 원자력 확대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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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유출, 피폭, 수소 폭발…'

최악의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지켜본 세계 각국은 너도나도 자국의 원전 건설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독일은 1980년 이전에 건설된 원전 7기 가동을 중단했고, 중국 역시 신규 원전 건설 승인을 불가했으며, 영국은 신규 건설 예정인 11기에 대한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건설 중인 3기의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이처럼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던 국가들이 '스톱'을 외치며 주춤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고'를 외치고 있다. '원전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신화는 산산이 깨졌고,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높아짐에도 "기존 정책의 변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 안전한가?' 긴급 간담회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하고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당국 관계자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건설 당사자가 참석한 간담회에서, '안전한가?'의 답은 예상대로 '안전하다'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원전 건설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 결론으로 이어졌음은 당연하다.

"일본형 원전보다 안전한 한국형 원전" vs "각각 장단점 있어, 문제는 노후화"

원전을 건설하는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한국형 원전의 안정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강신헌 한수원 안전기술처장은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경수로형(BWR) 원전인데 원자로에서 발생된 뜨거운 열을 제거하기 위해 펌프와 냉각기가 사용되지만 정전 시 잔열계통의 냉각열교환기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BWR은 격납건물도 굉장히 작아 사고 대응시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형 원자로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한국은 가압경수로형(PWR) 원전 방식인데, 증기발생기가 따로 장착돼 있어 급수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원자로를 장시간 냉각할 수 있다"며 "격납건물도 삼중 구조물 형태로 돼 있어서 수소가 누설되더라도 순환 희석될 수 있고 설령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흡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견이 제기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곽재원 <중앙일보> 대기자는 "PWR도 증기 발생 부분에 문제가 많다, 각각의 방식에는 모두 강점과 약점이 있다"며 "신형 BWR은 안전 시스템을 보강하고 있기에 무엇이 더 안전하다는 건 잘못된 접근이고 원전이 얼마나 노후화 됐냐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한국형 원전이 더 우월하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식' 접근이기에 일본 원전 사고 발생 원인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부산·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은 16일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고리 핵발전소도 예외가 아니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을 촉구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부산·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은 16일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고리 핵발전소도 예외가 아니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을 촉구했다.
ⓒ 부산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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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기자는 "후쿠시마 위에 오나가와 지역에도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컸지만 1980년대부터 운영하던 원자로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노후화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30년 이상 운영한 후 수명 연장한 게 고리 1호"라고 우려를 표했다. 1978년 준공된 고리 원전은 설계수명이 끝났으나 10년 수명 연장을 통해 2018년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그는 "1970년대 준공한 원전을 수명 연장해서 40년 동안 쓰고 있었던 게 후쿠시마 원전이고, 일본의 전력 다른 회사에서는 1970년대에 준공한 원전을 폐쇄했다"며 "우리도 (각 원전의) 사정을 잘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강 기술처장은 "국제 전문가들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예정"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을 뿐이다. 그는 "고리 1호기는 수명 연장 후 5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운행되고 있고, 800억 원에서 900억 원의 경비를 들여 설비를 보강했다"며 "일본과 같은 경우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역시 "고리 1호기는 설계 수명상 40년 갈 수 있었는데 복합적 이유로 30년에서 수명을 연장한 것으로, 잃었던 10년을 찾은 것"이라며 "고리 1호기는 좋은 설계로 준공됐고 지금처럼만 한다면 앞으로 10년도 문제 없다"며 한수원의 입장을 옹호했다.

한편, 고리 원전이 위치한 부산이 지역구인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은 지역 주민의 반발을 우려한 듯 정부부처에 적극적인 홍보를 요구했다. 그는 "고리원전에 대한 지역분들의 불안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고리 원전은 현재 펌핑 기계와 전기 배관 업그레이드 등을 해야 하는데 (정부 당국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안전 대책 등을 제시하며 주민을 설득시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잘못되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원전사업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리 원전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안정성에 대한 주민 설득을 요청한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 못하는 원전... "원전에 대한 우려가 부정으로 가면 안 돼"

이처럼 고리 원전 수명 연장의 안정성, 한국형 원전 방식 등에 대해서는 조금씩 이견을 보였지만 '원전 르네상스 재검토'에 대해서는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영아 의원은 "원전을 지금이라도 중단하라는 요구가 있는데 원전이 담당하는 30%의 전력을 포기하고 생활이 가능하겠냐, 원전 르네상스가 빙하기로 간다는 판단은 이르다"며 "우리나라는 전기세가 싸서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데, 국민적 계몽 등을 통해서 높은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사용은 불가피하기에 국민의 전기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리 원전의 수명연장에 대해 우려 섞인 입장을 보였던 곽 대기자 역시 "원전에 대한 우려가 원전에 대한 부정으로 가면 안 된다"며 "30년 후에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높아질 테니 당분간은 원전을 기저 전력으로 끌고갈 수밖에 없다고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헌 기술처장은 "화석연료를 통해서 전기를 생산하면 이산화탄소 발생 문제가 있고, 신재생에너지는 개발비가 비싸다"라며 "원자력은 녹색성장의 중심으로 국력과 비례한다, 지금까지 계획해온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태그:#원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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