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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조각을 한 것이 참으로 아름답다. 어쩌면 저렇게 돌을 갖고 아름답게 조각을 할 수가 있을까? 그것도 지금과 같이 좋은 장비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돌을 조각하는 망치와 정 하나만을 갖고 만들었을 텐데. 단단한 화강암을 이용해 저리도 아름답게 조각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오랜 시간 장인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일까.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갑사 경내에 소재하고 있는 보물 제257호인 갑사부도. 갑사 대적전 앞에 자리하고 있는 이 부도는,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시기에 조성된 대표적인 불교미술품이다. 솜씨가 뛰어난 장인에 의해 조성이 된 갑사부도는, 신라 말과 고려 초기의 부도 양식을 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팔각원당형의 갑사부도

 

갑사부도는 팔각원당형으로 조성된 부도이다. 원래는 갑사 뒷산의 중사자암 인근에 쓰러져 있던 것을, 1917년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갑사부도는 전체가 팔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3단의 기단 위에 탑신을 올리고 지붕돌을 얹은 형태로 조성이 되었다. 고려 초기의 부도탑 중에서도 뛰어난 조각술로 인해 우수작으로 꼽히는 갑사부도를 살펴보면, 이 부도탑이 왜 우수작인지를 가늠할 수가 있다.  

 

지붕돌 위에 얹힌 연꽃봉오리 모양의 장식인 보주는 후에 조성을 하였다고 한다. 그 밑으로 몸돌을 보호하기 위해 올린 머릿돌은 기왓골을 세세하게 표현하는 등, 지붕의 모양을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런 표현은 고려 초기 당시 부도탑에서 보이는 형식이다. 연곡사 동부도 등에서 보이는 부도탑의 머릿돌 등과 흡사한 표현방법이다. 하지만 머릿돌이 전체적인 부도탑의 크기보다 넓지 않아, 비례가 맞지 않는 것이 흠이기도 하다.

 

 

뛰어난 조각기법을 보이는 받침돌

 

머릿돌 아래 몸돌은 팔각으로 각이 지게 조성을 하였다. 몸돌 4면에는 자물쇠가 달린 문을 새겨놓았고, 다른 4면에는 사천왕 입상을 돋을새김 하였다. 몸돌에 새긴 사천왕입상은 선이 부드럽게 표현이 되었으며 생동감이 있다. 돌에 새긴 사천왕입상에서 이 탑의 뛰어난 조형미를 엿볼 수가 있다.

 

기단은 모두 3단으로 조성을 하였다. 널찍한 바닥돌 위에 올려놓은 기단은 상, 중, 하 3단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이 받침돌은 아래층이 넓고,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좁아든다. 받침돌의 상단에는 연꽃을 둘러 새겼으며, 가운데 받침돌에는 주악천인상이 새겨져 있다. 이 주악천인상이 새겨진 가운에 받침돌은 각이 없이 원형에 가깝게 조성을 하였다.

 

이렇게 가운데 받침돌이 원형에 가깝게 보이는 것은, 각 모서리마다 조성한 큼직한 꽃 장식 때문이다. 모서리에 돌출된 꽃 사이에 있는 주악천인상. 그런데 그 천인상을 살펴보니 딴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 보인다. 많이 마모가 되어있어 정확한 것인지는 몰라도, 바라를 치는 천인을 조각한 듯한 모습이 있다.

 

 

아래받침돌 사자상에는 숨은 사람이 있다

 

아래받침돌은 이중으로 조각을 하였다. 가운데받침돌보다 넓게 조성이 된 아래받침돌은 위편에는 구름 속에 있는 용 등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한 곳은 물이 빠질 수 있도록 구멍을 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마도 아래받침돌과 가운데받침돌의 넓이가 다르다가보니, 그 틈에 물이 고여 부도탑에 해가 갈 것을 우려해서 인 듯하다.

 

아래받침돌의 하단에는 웅크리고 있는 사자상이 8면에 조각이 되어있다. 각각 모습이 다른 8구의 사자상은 역동적이다. 그 모습을 하나하나 다르게 조각을 하여, 이 부도탑의 조형이 얼마나 공을 들인 것인지를 알게 한다. 그런데 8구의 사자상을 돌아보니, 이상한 것이 하나가 있다.

 

 

바로 8구의 사자상 중 한 곳에, 사람이 조각이 되어있는 것이다. 손을 내밀어 사자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왜 이 한 곳에만 이렇게 사람이 숨어있는 것일까?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부도탑 하단에 새겨진 여덟 마리의 사자를 키우는 사람을 표현한 것일까?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사자에게 무엇을 먹이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을 표현한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아마도 부도탑 가운데 조각을 한 사자상이지만, 이 여덟 마리의 사자들이 굶을 것을 걱정한 장인이, 사람을 새겨 넣어 이 사자들을 배불리 먹이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니 사자상 중에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아마도 저 탑 속에 숨은 석인이 먹이를 주었나보다.

 

 

한손은 사자 입에 무엇인가를 물려주고, 오른손에는 먹을 것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 부도탑을 조각한 장인이, 사자를 새겨 넣은 후 굶을 것을 걱정해 스스로를 그 안에 조각한 것은 아닌지. 급히 길을 떠나 한 곳이라도 더 들러야하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부도탑에 새겨진 석인과 무심(無心)의 대화라도 나누어 보아야 할 듯하다. 2박 3일의 답사 일정의 끝인 13일의 여정이, 그렇게 돌에 새겨진 석인에게서 마무리가 된다.


태그:#갑사부도, #보물, #공주, #고려, #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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