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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5악 중 하나라는 숭산
 중국의 5악 중 하나라는 숭산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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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의 아찔함

숭산은 중국의 태산(泰山), 화산(華山) 등과 함께 중국 5악의 하나로 꼽히는 명산이다. 숭산은 태실산과 소실산 등을 포함해 총 72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많은 사찰과 유적들이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소림사, 탑림, 달마동 등이 바로 숭산의 소실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다.

소림사를 나와 버스를 타고 이동한 우리는 숭산 꼭대기로 이동하기 위해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다. 여행을 가기 전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중국의 케이블카는 그 모양새가 허름해 안전성이 염려될 정도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큰 플라스틱 통을 연상하게 하는 곤돌라 비슷한 것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숭산까지 약 10여 분 정도를 올라갔지만 나름 안정감 있어서 타고 있는 동안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숭산의 산세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숭산의 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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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안에서 본 산세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케이블카가 갑자기 뚝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아찔한 상상에 절로 공포가 밀려오는가 하면, 조금 낮은 지대가 나타나면 여기쯤에서는 떨어져도 살 수가 있겠다 하며 안도감을 느낀다. 아래쪽으로 등산로가 눈에 들어오자 일행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는다.

"어휴, 케이블카가 있는 게 천만 다행이네."
"이거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1박2일 걸리겠다."

중국인들이 동네 뒷산을 오르듯이 자주 다니는 산이라는 말을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내 귀가 잘 들은 거 맞나 싶다. 4명이 타면 자리가 꽉 차는 좁은 공간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꼭대기에 이르렀다.

믿을 수 없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던 숭산의 도관
 믿을 수 없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던 숭산의 도관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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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올라 먼 산을 바라보는데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는 절벽 위의 건물들. "저기에 건물이 있어." 제일 먼저 발견한 내가 소리쳤지만 너무 멀리 있어서 잘 찾지를 못한다.

"어디?"
"저기요."
"어디있다는 거야?"

몇 번을 두리번거리고서야 찾아낸 일행도 있다.

뒤늦게 올라온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수행을 하는 도관이라고 한다. 그나저나 도대체 저 절벽에는 어떻게 건물을 지었으며, 또 어떻게 올라간단 말인가?! 볼수록 기상천외한 중국이다.

절벽을 따라 길을 낸 숭산의 산책로
 절벽을 따라 길을 낸 숭산의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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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발이 땅에 딱 붙어서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3일 동안, 넓은 땅덩이를 이동하다 보니 나도 지쳤나 보다. 웬만하면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나지만 이곳에서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더구나 앞서 다녀온 한국 관광객들의 숨소리를 들어 보니 만만한 길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더 그렇다. 한 일행은 다녀오시는 어르신들에게 가면 볼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가 핀잔을 들었다.

"볼 게 없어도 여기까지 왔는데 갔다 와야지~"

절벽에 기둥을 세워 길을 낸 것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인간의 힘도 위대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길을 만들 생각을 했으며 그 작업은 어떻게 진행된 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운대산 홍석협의 그 아찔한 길도 무리 없이 잘 걸었는데 숭산의 이 길은 나의 고소공포증을 증폭시킨다. 평지가 아니라 내리막 길이 끼어 있는 길이라서인지 멀미가 날 것처럼 어지럽기도 하고, 다리가 후덜거리기도 한다. 몸을 벽에 최대한 밀착시키고 걸은 덕분에 숭산에서의 사진은 얼마 없다. 남들은 난간에 기대어 멋진 사진도 찍어대던데, 나한테는 무리수다. 어릴적 여자임에도 옥상에서 뛰어내리는가 하면 동네의 골목 대장 역할까지 했던 나는 나이와 함께 겁도 먹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먹은 한국식 식탁
 중국에서 먹은 한국식 식탁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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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먹은 삼겹살은 그야말로 꿀맛

숭산을 내려와 다시 버스에 몸을 실고 약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정주 도심가의 어느 백화점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 다른 때보다 유독 길게 느껴진 이유는 삼겹살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도 다른 나라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중국에서 보낸 3일은 유난히 더 배고픈 나날들이었다. 끼니는 제때 제때 챙겨 먹는데 배는 계속 고픈 기이한 현상을 겪은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니다. '함께한 20여 명의 일행들이 모두 나와 같은 현상을 겪었다면 이건 내가 문제인 것은 아닌 거다'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삼겹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녁식사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혹자는 '왜 다른 나라까지 가서 한국 음식에 목을 매냐'고 하겠지만 내 입맛엔 이것이 최선이다.

백화점의 2층에 있는 '고려고육'이라는 한국식당을 찾았다. 중국에서 한국 음식점은 인기가 많지만 가격이 비싸서 고급 레스토랑 급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들으니 왠지 자부심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음식은 인기가 많지만 쉽게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인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물론, 고가의 분위기 좋은 중국집도 있지만 말이다. 좋게 말하면 애국심, 나쁘게 말해서 국수주의에 젖어있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환호성을 내뱉었다. 그리웠던 김치와 빛깔마저도 사랑스러운 선홍색 생고기들을 비롯해 잘 차려진 한국식 식단을 보니 절로 흥이 난다. 게다가 너무 좋아하는 잡채까지 식탁 위에 올려져 있다니, 굶주렸던 내 위와 심심했던 내 혀를 마구 호강시켜줄 시간!!! 절로 군침이 도는구나!!!

한국에서 먹는 삼겹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한국에서 먹는 삼겹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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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가 삼겹살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한 일행이 그랬었다. 어느 블로그에서 봤는데 중국에서 먹은 삼겹살은 한국에서 먹는 맛과 다르다고 적혀 있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가이드도 맛은 다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반신반의했는데 삼겹살을 한 점 먹은 후, 그 말은 사실무근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음식에 목말랐던 이유도 있겠지만 중국에서 먹는 삼겹살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기름종이를 불판 위에 올리고 굽는 방식은 획기적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곳을 본 적이 없어서 생소했는데, 종이가 기름을 흡수시켜 담백하게 구워지는 맛이 일품이다. 물론, 내 앞에 앉은 일행이 고기를 아주 잘 굽기도 했다. 덕분에 손에 기름 한 방울 안 묻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어 고마웠다. 김치찌게와 된장찌게도 약간 싱겁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맛이다.

삼겹살 하면 당연히 소주가 빠질 수 없지 않나? 눈치를 보며 참다가 용기를 내 한 마디 던졌다.

"소주 한잔 해야죠~"

다행히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일행들도 나쁘지 않은 눈치라 거금 30위안을 투자했다. 한국에서는 3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서민의 술이지만 중국에서는 한 병에 두 병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소주는 지혜의 지갑도 열게 한다.

식사를 끝낸 후 하나 같이 내뱉은 말은 "아~ 배부르다." 그동안 얼마나 굶주렸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한 마디다. 그렇게 행복한 포만감에 젖어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첫날 밤처럼 한 방에 모두 모여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랬다. 저녁에 입가심만 한 소주가 아쉬웠는지 술이 참 잘 들어가더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태그:#중국, #낙양, #정주, #패키지여행, #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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