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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군 산서면 동화리 186에 소재한 등록문화재 제190호로 지정이 된 호룡보루
▲ 호룡보루 장수군 산서면 동화리 186에 소재한 등록문화재 제190호로 지정이 된 호룡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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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첨성대를 모방해서 돌로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은 것 같네."

보루를 보고 지나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이럴 때는 핀잔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보루라 함은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돌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단단하게 쌓은 축조물을 말한다. 이러한 보루 중 가장 근대에 들어서 쌓은 것은, 장수군 산서면 동화리 186에 소재한 등록문화재 제190호로 지정이 된 호룡보루일 것이다. 호룡보루는 현재 경찰청 소유로 되어있다.

호룡보루는 여순사건 등 1949년 좌우익 충돌의 혼란기에, 마을을 수호하기 위하여 세운 보루다. 처음에는 동서에 각각 한 기씩 2기의 보루를 세웠으나, 서쪽 보루는 무너지고 동쪽 보루만 남아있다. 이 보루에서는 한국전쟁 직후 경찰 및 향토방위대와 지리산을 근거지로 삼은 빨치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보루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입구
▲ 입구 보루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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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된 호룡보루
▲ 등록문화재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된 호룡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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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쌓은 높이 7.8m의 호룡보루

호룡보루의 축성방식은 정교하진 않으나 민흘림 기법이 사용되었으며, 전체적으로 육중한 느낌을 준다. 높이는 7.8m에 하단 둘레는 16.5m이다. 이 호룡보루는 1949년 지리산 빨치산 부대의 영향이 인근 지역까지 미치자, 당시 산서면의 마을 주민들이 지서 앞 동서 양측에 축조한 2개의 사수대 중 동쪽의 보루다.

'호룡보루'라 함은 호랑이나 용과 같은 용맹함으로 장수군 산서면을 지킨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중에는 이 보루를 사이에 두고 아군과 빨치산 간의 전투로, 경찰관 4명과 향토방위군인 수복대원 11명이 전사하기도 했단다.

한국전쟁 이후 방치되어 있던 동서편의 보루 중, 서쪽 보루는 붕괴되어 멸실되었고 동쪽 보루 역시 붕괴 직전에 있었다. 1998년 장수군에서 주변을 정비하였고, 1999년 보루의 상단을 증축하고 그 위에 육각형의 누각을 건립하였다. 이때 내부 역시 수리하여 원형 철제계단을 설치하였다.

벽체 두께는 하단부는 약 1.3m 정도이고, 상단부는 약 1m 정도
▲ 벽체두께 벽체 두께는 하단부는 약 1.3m 정도이고, 상단부는 약 1m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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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 위로 오르는 계단. 철제계단으로 새로 꾸몄다
▲ 계단 보루 위로 오르는 계단. 철제계단으로 새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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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로 사방을 감시할 수 있어

호룡보루는 위로 갈수록 그 폭이 좁아진다. 사고석을 이용하여 벽체를 쌓았는데 하단부의 벽체 두께는 약 1.3m 정도이고, 상단부는 약 1m 정도로 줄어들었다. 벽체에는 중간 중간에 상, 중, 하단에 각각 4개의 총구를 엇갈리게 설치하였다. 이렇게 사방에 엇갈리게 총구를 내어, 몰려오는 적을 사방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루 사방에 뚫어 놓은 총구. 총구 밖으로 거리가 보인다.
▲ 총구 보루 사방에 뚫어 놓은 총구. 총구 밖으로 거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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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쌓아올린 보루 안
▲ 보루 안 돌로 쌓아올린 보루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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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2박 3일의 답사 일정 중 12일 오후 늦게야 장수군 산서면에 있는 호룡보루에 도착을 했다. 마침 하단에 있는 출입구의 문이 열려 있어, 보루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문안으로 들어가 위를 보니, 철제 계단으로 달팽이처럼 위로 올라가게 돼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 보니, 안쪽 하단의 지름은 약 2.5m 정도이고, 위쪽은 2.2m 정도다.  

이 호룡보루는 동족 간의 치열한 전투를 한 곳으로 비운의 보루다. 호룡보루는 광복 이후 남북 간 이념 대립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계단을 돌아 오르면서 보니, 여기저기 낸 총구로 밖이 내다보인다. 사방에 이런 총구가 있어 어느 쪽으로 적이 와도 모두 볼 수 있다.

동편의 보루를 보수하고, 위에는 6각형으로 된 누각을 지었다
▲ 상단 동편의 보루를 보수하고, 위에는 6각형으로 된 누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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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의 맨 위로 오르니 주변 사방이 훤히 내다보인다. 아마 이 보루를 방어벽으로 빨치산과 전투를 할 때도, 이렇게 보루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았을 것이다. 물론 이 곳에서 빨치산과의 전투를 승리를 이끌었지만, 그래도 경찰과 향토방위대원이 고귀한 목숨을 잃었다. 오늘 그 숭고한 뜻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행히 이곳을 사수하다가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15인의 제를 지낸다고 하니, 길을 떠나면서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한 듯하다.

"선생님, 이건 첨성대가 아니고, 마을을 지키려고 지은 보루라는 것입니다. 저기 설명이 나와 있으니 자세히 읽어 보세요."

길을 떠나면서 첨성대라고 하신 분에게 한마디 했다.


태그:#호룡보루, #등록문화재, #장수군 산서면, #빨치산, #지역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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