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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교수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11일 저녁 마포구 공덕동 사회복지회관에서 열린 '진보의 현재와 미래' 대담회에서 진보대통합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11일 저녁 마포구 공덕동 사회복지회관에서 열린 '진보의 현재와 미래' 대담회에서 진보대통합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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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총선을 앞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일단 세를 늘려나가야 한다. 의견 차가 많을 것 같다. 구체적으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에 노선 차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 감정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서로 각자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면 솔직히 욕할 거리가 몇백 개가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대중이 '진보'를 밀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그 문제는 접을 때가 됐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진보진영을 향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구체적으론 새 진보정당 건설과 진보정치세력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진보 양당을 향해서였다. 그는 진보 양당이 다른 진보진영 세력들과 함께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꾸리고 통합 진보정당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서로 간의 '차별성'을 유지하려는 건 아닌지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11일 저녁 민노당 중앙연수원 주최로 열린 '진보의 현재와 미래' 대담회에서 "진보블록이 똘똘 뭉쳐서 세가 유지될 때에만, 민주당과 합하든 그렇지 않고 선거연대를 하든 가능할 것"이라며 통일된 진보진영의 힘이 있을 때에만 진보진영이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하더라도 서울 지역 누구누구의 지역구를 양보 받지 않는다면 (연대를) 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본다. 울산, 마산·창원 등 일부 지역에선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연대하려면) 확실한 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양쪽으로 나눠진 상태에서 이게 되겠냐는 의문이 있다."

조 교수는 이어, "최종적으로 2012년 총·대선에 대한 선택이 어떨지 예단하지 못하겠다"면서도 "어찌 됐든 이 시점에선 진보대통합이 2011년 내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80년대 서클운동 당시의 편향을 깨야 한다"

조 교수는 진보진영 통합이 민주당의 '좌클릭'을 유지·견인할 수 있단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6·2 지방선거 전 '뉴민주당플랜'이란 우파 정책을 만들었다가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두 단계 건너 뛰어 '3무1반(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았다"며 "이런 점을 봤을 때 2012년 대선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실제 집권하더라도 이 정책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2012년이 2017년보다 더 중요한 해"란 의견도 덧붙였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권력 지형이 바뀌고 한국에서도 입법·행정 권력이 동시에 바뀌는 2012년이야말로 향후 정세를 규정지을 '결정적 시기'란 얘기였다.

무엇보다 조 교수는 "'이익의 정치'를 하는 보수진영은 이권이 있다면 덮어놓고 뭉치는데 진보진영은 '가치의 정치'를 하려고 해 세밀하게 서로를 나누려고만 한다"며 "80년대 서클운동 당시의 편향을 깨자"고 제안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11일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의 '진보의 현재와 미래' 대담회에서 "진보진영이 80년대 당시의 편향을 깨고 대중민주주의 사회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11일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의 '진보의 현재와 미래' 대담회에서 "진보진영이 80년대 당시의 편향을 깨고 대중민주주의 사회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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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대 학생운동을 할 때 조금만 다르더라도 '무슨 무슨 주의자'가 됐다. 운동권 용어로 NL(자주파)이니 PD(평등파)니 그랬다. 하지만 그 당시 그렇게 된 건 단 하나의 이유였다. 우연히 한 서클에 들어갔는데 이쪽 선배들은 A파였고 저쪽 선배들은 B파였던 거다. 물론 그런 경우가 아니라 다른 요인도 교차적으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서클의 사람들과 같이 놀고 내면화 하다 보니깐 친한 사람들이 그쪽에 다 생겼다. 같이 부르는 노래가 달라졌다. 쓰는 용어가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깐 마치 다른 종(種)처럼 보이는 거다."

조 교수는 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진보집권플랜>을 펴낸 것도 이 같은 80년대식 편향을 깨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출신인 조 교수와 전남 곡성 출신인 오 대표가 만나 영·호남의 '교집합'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학생운동 당시 정파가 달랐던 두 사람이 오늘날 모여 진보를 논하는 선례를 남기고자 했단 얘기였다.

진보진영이 '가치'에 대한 천착으로 '영원한 소수파'로 전락할 가능성도 경계했다. 조 교수는 "진보진영이 집권을 하지 못한다면 '컬트 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며 "컬트 집단은 그 신앙 또는 신조를 갖고 끝까지 조직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항상 바깥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보진영을 향해 "컬트가 될 것인지, 권력을 가져서 세상을 바꿀 것인지 고민할 때"라며 "진보진영의 가치가 옳다고 100% 권력이 주어지는 게 아닌 만큼 역량에 맞게 2012년 선거와 2017년 선거를 차근차근 맞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희가 피아노치고, 노회찬이 첼로 켜는 콘서트 필요하다"

그는 대담자인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제기한 진보진영의 '어법'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김 교수는 "진보정당 인사들이 굉장히 말을 잘하는데 상대방이 이해 못하는 방법으로 말한다고 느꼈다"며 "대중과 호흡하는 과정에서 (어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로 들며 "진보진영 대표인사들도 철저하게 대중에게 노출돼 인정받고 스스로를 깎아내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김 교수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청계천 광장에서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피아노를 치고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가 첼로를 켜는 이런 식의 콘서트를 열어보잔 얘기도 했다"며 "정치 얘기를 적게 하더라도 그런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일반 대중들,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30여%의 사람들은 그가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 잘 모르지만 좋아한다, 지식인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라며 "이런 것을 '감성의 정치'라고 할 텐데 진보진영 인사들의 말투는 운동권 말투이고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의원, '반듯한 나라를 세우겠다'고 했다. 아무 말도 아니지만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에 대해서 '무슨 내용이 있느냐', '수첩공주'라고 비판할 순 있다. 문제는 그런 대중적 공감을 왜 진보진영이 못 가져오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대중민주주의 사회에 맞는 이벤트와 언행을 하고 그런 역량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 교수는 이어 <진보집권플랜>에서 밝혔던 '드림팀 놀이'를 제안하며 진보진영의 '상상력'을 발휘할 것도 부탁했다.

그는 "박근혜라는 '미래권력'이 있으니 우리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말자"며 "진보진영에도 소중한 이들이 있으니 이들로 팀을 꾸려 가면 된다, 이런 상상력을 갖고 크게 '판'을 상상해 현실을 역으로 규정하면서 바꾸려는 노력을 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로 번져나가자, 그리고 밧줄을 던져 묶자"
조국 서울대 교수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마주 앉은 '진보의 현재와 미래' 대담회에선 진보진영에 대한 쓴 소리만이 아닌 짙은 애정도 가득 찼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인 두 교수는 어려운 말로 '진보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기보단, 시와 노래를 섞어가며 청중들과 마음을 교류하고자 했다. 덕분에 분위기는 훈훈했다.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던 두 교수가 마른 목을 축이려 캔맥주를 들었을 땐, 100여 명의 청중 중 일부는 주최 측에 "청중들의 맥주도 준비해 달라"고 애교 섞인 불만을 토했을 정도였다. 

특히 두 교수의 '속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던 대목은 시 낭송과 노래였다. 조 교수는 장석남 시인의 '수묵정원9-번짐'과 '배를 매며'를 낭독했고 김 교수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와 '지진'을 낭독했다. 조 교수는 "낭독한 시가 연애시 같은 느낌도 있지만, '번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보정당 사이에, 세력 사이에 '연합', '통합'이란 말보단 '번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번져 나오길 기다리지만 말고 '배를 매며'에서처럼 결정적인 순간엔 서로에게 밧줄을 던져 묶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낭독시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래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문병란 시인의 '직녀에게'를 열창한 조 교수는 "원래 시가 남북이 서로 만나야 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진보진영이 다시 한번 만나서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이 노래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도종환 시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은 시 '지진'을 낭독하며 '아이를 씻겨야 한다', '더 튼튼한 뼈대를 세워야 한다'는 구절을 강조했다. 이 역시 진보개혁진영의 과제를 시를 통해 논한 셈이다.

한편, 진보개혁진영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조 교수의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4.27 재보선이 치러지는 분당을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달란 '러브콜'을 거절한 게 사실이냐"는 질문부터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분당을로 출마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일단 조 교수는 "(민주당으로부터) 정식으로 제안 받았고 정식으로 거절했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정치평론에서 벗어나 몸을 던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몸을 던지는 방식은 출마만 있는 게 아니다, 저의 방식대로 몸을 던지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답했다.

손 대표의 분당을 출마 여부에 대해선 "개인적 결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다"며 "손학규 대표 입장에선 임기가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계산을 해볼 때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종로에서 분당으로 자리를 옮겨 나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다만, 조 교수는 "이런 상태로 분당에서 대중적으로 큰, 민주당의 인물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면 손 대표가 나서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선 그 분이 해야겠다, 말아야 한단 얘긴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조국, #진보대통합,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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