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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박물관

성당 평면도
 성당 평면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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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동쪽을 보고나서 우리는 지하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성가족 성당 작업의 지휘부로, 가우디가 만든 건축 설계도와 모형들을 볼 수 있다. 설계도라고 해서 지금처럼 완벽하게 도표화해서 제원을 기록한 것이 아니고 대강의 모형을 그려놓은 것이다. 가우디는 성가족 성당의 모형을 머리에 넣고, 그 모형들만 만들어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처음 본 것은 성당 평면도이다. 가우디의 생각을 도면으로 표현한 것인데, 내부가 제단과 신자들의 공간으로 크게 나눠진다. 제단에는 예수가 가운데 있고, 그 주위를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이 호위하고 있다. 도면상으로는 그 밖을 바르톨로무스, 토마스, 유다, 시몬 등 나머지 8제자가 감싸고 있다. 그리고 '저 높은 곳에 하느님의 영광', '주 찬양'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예배 공간은 에스파냐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메리카, 더 나가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나눠져 있다. 에스파냐에서는 두 줄로 8개 도시가 표현되었다. 동쪽에 사라고싸, 부르고스, 바야돌리도, 산티아고가 있고, 서쪽에 발렌시아, 그라나다, 세비야, 톨레도가 있다. 이들 도시 밖 동쪽에는 아메리카가, 더 밖에는 아프리카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서쪽에는 유럽이, 그 밖에는 아시아가 그려져 있다. 이를 통해 기독교의 복음이 전 세계에 전파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벽과 기둥 구조물
 벽과 기둥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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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또 성당을 이루는 개개 영역의 역학구조물들을 볼 수 있다. 나무로 만든 것도 있고, 석고로 만든 것도 있다. 또 건물의 역학관계를 실험하기 위해 실과 추를 마치 그물처럼 연결해 놓은 것도 있다. 다른 한쪽에는 금속으로 만든 촛대가 세워져 있다. 원래 건축이란 나무와 돌, 석고와 콘크리트, 금속 재질이 결합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우디가 그린 성가족성당의 외관 사진이 빛이 바랜 채 액자에 걸려있다. 이들 박물관을 구경하면서 나는 '안토니오 가우디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예수만큼이나 인간적이었던 건축가 가우디

안토니오 가우디
 안토니오 가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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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가우디는 1926년 6월 7일 지나가는 전차에 치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고를 주목하지 않았고 나중에야 극빈자들을 위한 구호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음날 친구들이 병원으로 찾아와 그를 찾을 때까지 사람들은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를 알아보지 못했다. 친구들은 가우디를 더 나은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나는 여기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있겠네."

사흘 후 가우디는 숨을 거두었고,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그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장례식이 거행된 6월12일 수천의 군중이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보내기 위해 모여 들었다. 장례 행렬은 그가 평생 동안 공들인 성가족 성당으로 이어졌고, 그의 시신은 성당 지하에서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다. 우리는 성당 안을 한 바퀴 돌면서 가우디의 무덤과 그 위에 놓여진 동판을 볼 수 있었다.

성당의 첨탑
 성당의 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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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사건은 1883년 11월 성가족 성당의 설계를 맡은 일이다. 이후 그는 40년이 넘게 성당 건축에 참여하였으며, 생의 마지막 15년 동안은 종교적인 사명감에서 성당 건축에만 매달렸다. 먼저 지하실을 만들고 이후 1층 건물과 좌우 벽면을 만들었으며, 출입구와 탑의 낮은 부분 쪽으로 작업을 확대해 나갔다. 1901년부터는 탑의 윗부분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아래의 4각형 형태가 위로 가면서 둥글게 변하는 특이한 구조로 만들었다.

긴 원뿔 형태의 이 환상적인 첨탑 중 동쪽의 것들은 가우디의 사후에 완성되었으며, 성당 건축은 스페인 전쟁이 발발한 1935년까지 계속되었다. 가우디의 설계도에 따라 1954년부터 작업이 다시 시작되어, 2010년 성당 중앙의 본당과 서쪽 출입구와 벽면에 대한 작업을 마쳤다. 이제는 남쪽 출입구와 벽면,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보다도 더 높은 가운데 첨탑(170m)의 완성이라는 과제만 남아 있다. 성가족 성당은 건축기법, 구조와 장식 그리고 조각 등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시도를 많이 한 모더니즘 건축이다. 그래서 이제는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예수의 고난과 죽음

성당 서쪽 벽면 조각
 성당 서쪽 벽면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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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박물관을 나오면 서쪽 출입구를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 서쪽 벽면에 새겨진 조각상들을 살펴본다. 이곳에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이 표현되어 있다. 하느님의 성령으로 태어나 동방박사의 축복을 받고 자란 예수가 고난을 당하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것이다. 이들 조각은 요셉 마리아 수비락스의 작품으로, 가우디가 만든 동쪽 면과는 달리 선이 뚜렷하고 기계적인 느낌이 든다.

벽면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출입문이 있는 아랫부분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의 상황이 표현되어 있다. 문 앞 기둥에는 예수가 밧줄에 묶여있는 듯한 장면이 보인다. 채찍질 당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 기둥 위에는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영원성을 나타내는 알파와 오메가(ΑΩ)가 쓰여 있다. 그리고 그 기둥 왼쪽으로는 '유다의 키스' 조각물이 보인다.

'유다의 키스' 조각상
 '유다의 키스'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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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 바로 위에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오르는 예수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이곳에는 예수를 따르는 마리아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그 위로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머리를 숙인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온 한 인간의 마지막 모습이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내려져 무덤에 묻혔다가 3일 만에 부활하였다.

이들 조각 위로는 네 개의 첨탑이 솟아 있다. 첨탑 아랫부분에는 네 사도상과 이름이 조각되어 있다. 네 사도는 야코부스, 바르톨로무스, 토마스, 필리푸스다. 이들 네사도 위로는 창이 나 있고, 그 위에 '거룩하시다'라는 뜻의 상투스가 적혀 있다. 그리고 네 개 탑의 한 가운데 승천하는 예수가 앉아 있다. 성당 남쪽 전면에 표현될 영광의 신비로 옮겨가기 위한 모습처럼 보인다.      

성당 안에서는 평화를

자연광으로 환한 실내
 자연광으로 환한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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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성당 안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환한 실내가 나타난다. 지금까지 가본 성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조명도 아주 훌륭하고 내부 조각도 아주 현대적이다. 천정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빛과 성물 일부의 인공조명이 잘 어울린다. 또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도 정말 멋지다. 성가족 성당은 이런 빛의 조화를 통해 우리에게 평안한 마음과 환희심을 불러일으킨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양식을 대표하는 기념비적 명작이다.

성당 안에 있는 기둥은 마치 나무 같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가늘어지고, 중간에 매듭이 있다. 그리고 기둥 윗부분은 가지를 친 것처럼 둘 셋으로 갈라진다. 기둥은 45m 천정까지 이어진다. 천정의 가장자리 부분은 높이가 30m이다. 역학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작업들이다. 건물의 내외관에 곡선을 적용하는 이러한 건축기법은 20세기 말 프랑크 게리를 통해 다시 한 번 꽃을 피우게 된다.

제단 위의 십자가에 못 박힌 얘수
 제단 위의 십자가에 못 박힌 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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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 북쪽 제단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줄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예수상 위로는 큰 일산(日傘) 같은 것이 걸려 있다. 하늘에서의 영광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보아온 성당의 예수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파격적이고 현대적이어서 오히려 좋다. 예수상 뒤로는 두 개의 파이프오르간이 자리잡고 있다. 바르셀로나 근교에 있는 몬세라트의 오르간 제작자가 만든 것으로 2010년에 설치되었다.

우리는 제단을 한 바퀴 돌아본다. 천정도 기하학적으로 잘 어울리고, 스테인드글라스도 환상적이다. 바닥에서는 JMJ라는 칼리그라피(Calligraphy)를 볼 수 있다.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예수를 뜻한다고 한다. 성가족이라는 성당 이름이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벽에서도 세 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동판을 볼 수 있다. 이곳 성당 안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즐겁게 웃는 나이든 수녀님들을 만나기도 한다.

성가족을 상징하는 이니셜
 성가족을 상징하는 이니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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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의 남쪽 벽면으로 가니 작업 중이라 유리창을 붙이고 밖으로 비계를 설치해 놓았다. 이곳에는 영광의 신비가 표현될 예정이다. 예배당 남서쪽 구석으로 눈을 돌리니 나선형 계단이 보인다. 이것이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계단은 쇠로 만들었다. 지금은 작업 중이라 계단의 출입을 막고 있다. 성당 남쪽에서 북쪽으로 제단을 바라보니 빛과 그림자가 은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음의 평화가 느껴진다.

이제 아쉽지만 성당을 나갈 시간이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이루지 못한 남쪽 면의 모습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활과 영광의 신비를 보여줄 성당 남쪽면의 작업은 2002년 시작되었다. 남쪽 출입구는 제단에 이르는 정문으로, 천국을 상징하는 선과 지옥을 상징하는 악을 표현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통상 이야기하는 최후의 심판과 영광이 조각의 중심을 이룰 예정이다. 그런데 현재는 장막에 가려 남쪽 벽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작업 중인 성당
 작업 중인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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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에는 2010년 11월 7일 교황 베네딕트 16세가 성당을 축성했다는 글과 환영한다는 각국어가 쓰여 있다. 그리고 성가족성당을 배경으로 신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교황의 모습이 그래픽으로 표현되어 있다. 우리는 이들 벽을 보면서 서점 겸 기념품점으로 간다. 성당 남쪽 면의 완성 후 모습이 기대된다. 기념품에서 나는 바르셀로나와 가우디에 관한 책자를 두 세권 샀다. 이중에는 우리말로 번역된 책도 있다.


태그:#성가족성당, #안토니오 가우디, #고난과 죽음, #부활과 영광, #모더니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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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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