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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이 아주 화려하게 개막되었습니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이후 개막전 최대 관중인 19만4000명이 구름처럼 몰렸습니다. 개막전 8경기 또한 이러한 축구팬들의 성원에 부응하려는 듯 의외의 결과를 내면서 흥미진진한 게임을 펼쳤습니다.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은 라이벌전답게 서울월드컵 경기장의 최다 관중인 5만1606명이 몰렸고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하위권 팀과 광주 등 신생팀들의 돌풍도 향후 흥미진진한 프로축구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프로야구의 인기에 다소 의기소침해 있던 축구가 이제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축구에서 독일 분데스리가나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생활 속의 축구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어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의 K리그가 출발이 좋았다라는 것보다 K리그 못지 않은 우리들만의 리그도 화려하게 개막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우리들만의 리그 S-리그

저는 고양시에 살고 있습니다. 축구를 워낙 좋아하고 즐기는 생활체육인입니다. 소위 말하는 조기축구에 아주 지독하게 빠져 있는 사람 중에 하나라는 얘기지요. 물론 각 지자체에는 수많은 조기축구회가 있고 축구연합회가 결성되어 시장배니 구청장배니하면서 대회를 치르고 있기는 합니다.

20대 대학생 막내에서부터 50대 형님까지 똘똘 뭉친 모습! 그라운드에서는 악마지만 밖에서는 형님같이... 때로는 아버지 같이....
▲ 늠름한 문촌FC 20대 대학생 막내에서부터 50대 형님까지 똘똘 뭉친 모습! 그라운드에서는 악마지만 밖에서는 형님같이... 때로는 아버지 같이....
ⓒ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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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러한 것도 대회인지라 상당히 거친 몸싸움과 더불어 진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와 부상에 대한 위험이 있고 각 조기회의 실력차도 너무 커 우승하는 팀만의 대회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팀들이 연합회를 탈퇴하고 자신들만의 조기회에서 내부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주변의 팀들과 서로 교류하며 진짜 생활속의 축구를 즐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속한 조기회도 이러한 팀 중의 하나입니다. 대회에 나가서 얻는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하에 회원들의 결속을 다지고 진짜 즐기는 축구를 추구하는 아주 소박한 조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저희와 같은 처지에 있는 팀들이 꽤 있습니다. 원정을 가고 원정을 와서 서로 교류전을 치르기는 하지만 정기적인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 팀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등 팀 내부적인 사정이 생겼을 때 주변의 팀을 찾게 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처지에 있던 조기회를 중심으로 비정기적인 교류보다는 우리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 결과로 9개팀이 참여하는 S(Super) – 리그를 결성하게 되었고 3월 6일 3개구장에서 개막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3월 첫째주 개막전을 시작으로 매달 첫째주 일요일 각 구장을 돌아가면서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11월까지 리그전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팀당 20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한 구장에서 3개팀이 모여 2경기를 하게 되며 전후반 30분과 휴식시간 10분이 주어지게 됩니다.

20대 선수는 2명이 출전 가능하며 축구선수 출신은 40대 이후만 출전이 허용됩니다. 교체는 게임당 5명까지 할 수 있으며 경기 중 퇴장 당했을 시에는 2개월간 출전이 금지되며 경고가 2회 누적된 선수는 향후 1개월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경기중 몸싸움은 있으나 넘어지면 손 잡아 일으켜주고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 S- 리그에 참여해서 열심히 뛰는 모습 경기중 몸싸움은 있으나 넘어지면 손 잡아 일으켜주고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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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참가는 우승이 목적이 아니라 막걸리 한잔과 화합

다른 팀은 모르겠지만 저희 팀은 모든 선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고루 기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20대 막내부터 시작해서 50대 형님까지 경기에 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응원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기에 참여하며 축구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특정 대회에 나가게 되면 실력이 되는 선수로 구성해서 경기에서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게 되고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회원은 약간 마음이 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우리들만의 리그에서는 모두 함께 동참해서 화합의 한마당을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막전 2경기에서 1승 1패를 하였는데 저의 팀 베스트 멤버가 출전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었지만 모든 선수를 기용하면서 대회의 결성 취지에 적극 동참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승점 3점을 챙기기보다는 모든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땀 흘리며 경기가 끝난 후에 경기내용을 분석하고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화합을 다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고 봅니다.

그래도 대회인지라 내부적으로는 꼭 이겨야한다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모든 회원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승이 목적이 아닌 화합과 단결 그리고 생활의 활력소를 목적으로 대회에 참가는 팀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K-리그와 같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만의 리그를 통해 우리들만의 화려한 대회를 치르고 우리들만의 목적 달성을 하면서 우리들만의 즐거움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제역으로 많은 돼지들이 사라졌지만 우리들을 위해 상에 올라온 돼지머리... 운동장에서 사고 없이 건강하게 뛸 수 있도록 보살펴주십시요...
▲ K-리그, S-리그 사고 없이 끝내게 해주세요 구제역으로 많은 돼지들이 사라졌지만 우리들을 위해 상에 올라온 돼지머리... 운동장에서 사고 없이 건강하게 뛸 수 있도록 보살펴주십시요...
ⓒ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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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좋은 성적은 진정한 즐김에서 나온다

모든 선수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K-리그 선수로 뛰고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고 많은 연봉과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밑에는 N-리그와 K3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쌓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선수들이 있기에 K-리그가 더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K-리그 N-리그 K3만이 한국축구의 다는 아닙니다. 한국축구의 진정한 힘은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는 축구를 사랑하는 생활 체육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2002년 4강 신화,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의 힘의 원천은 바로 이곳이 발원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강물도 조그만 샘물에서 시작되듯이 이러한 모든 것이 모여 작은 나라 한국 축구가 세계에 나가 호령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입니다.

발원지는 순수합니다. 우승이 목적이 아니라 화합과 생활속의 즐거움입니다. 발원지는 너무나 작습니다. 아주 작은 우리들만의 리그지만 마음은 그 무엇보다 더 큽니다. 꼭 나가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이렇게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세계적인 대회에 나갔을 때 좋은 성적도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만의 리그가 끝나는 그 날까지 이러한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K-리그가 끝나는 그 날까지 대~한민국이라는 응원의 함성이 온 나라에 울려 힘든 모든 국민들 마음속에 활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태그:#축구, #생활체육, #조기축구회, #K-리그, #N-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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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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