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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억 5000만명이 관람한 북한의 영화 '조선의 별'

 

우리나라 영화흥행의 대박기준은 1000만명 수준인데 비해 북한의 대박영화는 급이 다르다. 실상을 알아보면 이해가 된다. 북한 주민이 2000여만 명으로 감안하면 한 사람이 7~8회 정도 관람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10부작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 사람이 한 편 정도는 관람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해 보이지 않는 이런 성적은 북한에서 이 영화는 '의무관람'이었다는 점이다. 내용면에서도 확연히 다르다.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김일성 주석과 그를 따르는 인물들의 항일무장혁명투쟁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왕의 남자' '괴물' 등의 상업적 성격이 아닌 인민들의 사상교육과 교양에 도움이 되는 영화다.

 

#2. 인기 드라마 '옥류풍경'

 

드라마 '옥류풍경'은 2001년에 제작돼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옥류관 평양냉면에 대한 자랑을 주제로 한다. 북한을 대표하는 처녀 빙상무용수인 류순애와 옥류관 총각요리사 무한기의 사랑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사건 속에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인기를 모았다. 북한의 드라마는 당 정책이 반영된다. '옥류풍경'에서는 감자를 이용해 메밀국수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북한이 식량난을 해결하고자 대체작물로써 감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당 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3. 북한 문학의 특이점 '황진이'

 

'황진이'는 문학 작가 홍석중의 소설이다. 이 작품을 감상할 때 유의할 점은 북한 문화 전체의 변화 흐름을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홍석중의 아버지는 향가 해석에 큰 업적을 남긴 한문학의 대가 홍기문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로 불리는 '임꺽정'을 쓴 조선문학창작사 소속 작가이며 부총리를 지낸 벽초 홍명희이다. 북한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이러한 작가가 북한 문학사의 예외적인 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 악화가 지속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인기를 끌고, 또 조선중앙방송을 통해서는 최초로 서양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Bend It Like Beckham)'을 방영하는 등 일련의 문화적 변화양상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정황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일련의 긴장구조를 바꿀 수 있게 한다.

 

인천문화재단이 발간하는 격월간 아시아문화비평지 '플랫폼' 3·4월호(통권 26호)가 3월 1일 발간됐다. 이번 호에는 '이제는 북한의 대중문화를 말할 때'라는 주제로 최근 요구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한 측면으로서 북한의 대중문화를 점검했다.

 

또한 중국의 저항적 아이콘으로 부상한 한한과 그가 창간한 잡지 '뚜창투안' 정간에 관련된 정황을 알아보고, 더불어 신한류(新韓流)로 불리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일본진출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이밖에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SeMA 2010_이미지의 틈전(展)' 다시보기( =리뷰)와 함께 최근 오사카에서 열린 한국 인디음악 관련 행사 소식도 전했다.

 

남북의 문화적 통합으로 통일을 앞당겨야할 때

 

이번 특집호에서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북한의 대중문화란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남한의 대중문화에 비추어 대중적인 속성을 지닌 작품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폭넓은 정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일은 간단치 않으며, 그 이유는 대중문화에 대한 접근 자체가 제한돼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연유로 북한 대중문화에 대한 우리의 연구는 그나마 알려진 영화나 문학 등 소수 분야에 국한돼있으며, 이마저도 북한사회 내부를 분석하기 위한 우회적 수단으로써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 교수는 "북한문화 전공의 심층기반 마련과 학제 간 소통 등 보다 전문적인 측면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양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위원은 "최근 한류와 더불어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 불리는 서구 대중문화가 북한의 일부 특수계층은 물론 일반주민들에게까지도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유입되는 종류 역시 다양한데 이에 대한 북한당국의 집요한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오 교수는 "이러한 대중문화의 유입을 북한의 사회내부와 체제전반에 파장을 몰고 올 잠재력으로 평가하며, 그것은 그 근간에 자리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유적인 사상과 공동의 이익을 중시하는 북한내부의 가치관 사이의 충돌에서 비롯한다고 분석한다"고 한 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는 북한당국이 형식적인 면에서나마 이러한 대중문화의 패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이를 통해 통일시기 동일한 정서에 기반을 둔 남북 간 문화적 통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울림'은 1961년 초연돼 북한연극사에서 최초의 경희극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북한의 경제발전 시기인 1950~1960년대 천리마 대고조 시기 강원도의 한 농촌마을에서 일어난 범바위산 개간사업을 소재로 다룬 농촌 드라마"라고 언급하면서 "그런데 최근 이 '산울림'이 작년 한 해 180여 회 공연에 21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등 북한연극사에서 유례가 없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위원은 "북한사회는 과거 천리마 시대의 대고조를 되살리고자 하는 시대적 요청을 안고 있다"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산울림' 열풍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기획된 국가프로젝트이자, 북한주민들을 강성대국 건설에 동원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강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우영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분단 이후 30여 년 동안 남북 간 문화교류는 한반도의 냉전기류 속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출현과 두 번에 걸친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교류, 특히 대중문화 교류는 음악과 영화·공연 등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러한 남북 대중문화 교류의 특징으로 남한의 대중문화가 교류의 주 대상인 점, 교류가 방송과 결합돼있는 점, 음악과 영화 등 특정분야에 국한돼있는 점, 교류대상에 따라 상호 간 문화적 반응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는 점 등을 분석하며, 과거의 문화교류가 성사 그 자체에만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우선 남북 간 문화교류의 장기적인 로드맵이나 상업적·정치적 목적에 경도되지 않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남한사회의 문화적 배타성 극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번 특집호는 ▲2010년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된 중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한한'의 저항정신 ▲한국 걸(=girl)그룹 '카라'와 '소녀시대'로 인한 기존 한류와는 다른 신 한류 현상 ▲한국 인디밴드들의 근면한 노력을 통한 일본진출 비교분석 ▲'재미있고 작은, 독립적인 음악'이라는 미미한 활동을 통해 존재가능성을 계속해서 알리는 붕가붕가레코드의 인디음악의 희망 등을 담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아트폴랫폼, #아시아문화비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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