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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를 가보면 안다. 같은 장소를 찾더라도 사람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르고 관심도 제각각이라는 걸. 초등학생들은 답사지의 유물, 유적보다 살아 움직이는 곤충이나 웅덩이에서 꼬물대는 올챙이에 더 관심이 많다. 답사지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고 사진 찍는데 집중하는 건 아이들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인 경우가 많다.

 

어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답사지의 유물, 유적에 관심 두는 사람도 있고, 답사지 주변의 생태에 관심을 더 두는 사람도 있다. 유물, 유적도 중요하고 주변 생태도 좋지만 맛집을 찾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 있는 만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니까.

 

부석사 뜬돌의 지리학적 의미

 

부석사를 가슴에 담고 온 사람들이 느끼는 느낌 또한 다를 수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고색창연한 부석사 건축물의 운치를 담고 온 사람도 있고, 부석사 오르는 길 따라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 과수원이 만들어낸 정취를 담고 온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정말로 의상대사가 이곳에 절을 지을 때 바위가 공중에 떠올랐는지 의문을 가슴에 담고 돌아오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무량수전 앞에서 내려다본 소백산 줄기의 그림 같은 풍경을 담고 돌아오기도 했다.

 

부석사 뒤편 산자락은 화강암 암벽이다. 그 암벽에는 '판상 절리'가 발달해 있다. 암석은 일정한 틈과 균열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절리라고 한다. 그 절 리가 기둥 모양으로 발달하면 '주상 절리', 나무판과 같은 모양으로 발달하면 '판상 절리'라고 부른다. …(중략)… 부석사의 널빤지 모양의 암석은 모암에서 떨어져 나와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것이다. 이 암석이 작은 돌들 위에 미끄러져 있어서 마치 평지 위에 뜬 돌같이 보인다. 그래서 이를 부석(浮石)이라고 부르고, 절의 이름도 부석사가 되었다. (책 속에서)

 

부석사 뜬돌은 의상대사를 돕던 신묘 낭자의 신통력 때문에 뜬 게 아니라 '판상 절리'가 발달한 곳의 널빤지 모양의 암석이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다 작은 돌들 위에 얹혀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이런 자연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전설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부석사 창건 전설이다.

 

 

일상의 눈으로 지리를 바라보자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는 우리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지리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관에서 좋은 자리를 찾을 때도, 납골당에서 로열층을 찾을 때도 지리적 원리를 이용하면 쉽다. 길치들은 네비게이션을 달고 길을 찾지만, 네비게이션 때문에 길눈 밝은 사람들이 대접 받을 기회를 잃어 네비게이션에 의존한 길치들이 양산된다. 강의실 앉은 자리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보이고, 병원이 옮겨가면 약국도 따라간다. 이 현상 속에 지리적 원리가 숨어 있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는 우리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지리적 원리에 관심을 갖게 해준다. 관심 갖는 만큼 보이는 것이니, 세상을 새롭게 바라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을 뜨게 해준다.


태그:#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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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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