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BS와 MBC가 새롭게 수목드라마를 선보였지만 <싸인>은 AGB닐슨리서치 집계에 의하면 3일 방송이 23.3%를 기록하며 굳건하게 1위를 지켰어요. MBC의 <로열 패밀리>가 7.0%, KBS의 <가시나무새>는 5.9%를 기록하며 두 드라마 시청률을 합쳐도 <싸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참패를 당하고 말았어요. 특히 <로열 패밀리>의 경우 15%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마이 프린세스> 시청률에서 반 토막이 나면서 더 당황스러운 결과를 맞이했어요. <마이 프린세스>에서 송승헌과 김태희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는지 알려주는 결과가 되었죠.

 

여기에 <로열 패밀리>를 보면서 또 한 가지 더 드는 생각은 왜 이렇게 드라마에서 재벌들이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을까? 하는 것이에요. 물론 최근 정상적인 짓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을 벌인 재벌 총수와 자녀들이 있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죠. 분명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일반 소시민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다를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재벌가에 속한 사람들이 어떤지에 대해서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추측할 뿐이죠.

 

굳이 <로열 패밀리>가 아니더라도 최근 다른 많은 드라마에서도 재벌들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어요. 그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 시민들이 먹는 떡볶이나 라면조차도 먹어보지 못한 경우도 제법 있었죠. 특히 자신보다 못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전혀 없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도 많았어요. 드라마에서 이렇게 표현되면 참 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 정도예요.

 

문제는 이런 비현실적인 재벌들에 대한 표현이 드라마에 나와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큰 문제 삼지 않고 받아들이는 현실에 있어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돈 많은 사람들과 돈 없는 사람들은 엄연히 같이 할 수 없는 계급으로 나누어진 사이란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우리사회에서 돈이 얼마나 많은 것을 측정하고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 것인지 알게 해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죠.

 

분명 이 글을 적고 있는 저 역시 여태 것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재벌들의 모습에 대해서 큰 의문점을 가져보지 않았어요. 그냥 재미로 보는 드라마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지 이런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모든 것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재벌은 한국사회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권력층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죠. 드라마에 나온 재벌들이 아무리 인간 이하의 짓을 해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넓게 생각하면 그들의 힘을 인정하고 있단 것이겠죠.

 

<로열 패밀리> 공순호 회장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재벌의 모습?

 

MBC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 김영애씨가 열연한 JK그룹 공순호 회장은 이전 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재벌 총수 모습 그대로예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김영애씨 연기가 너무 카리스마 있어서 보는 순간 제대로 연기에 흡입되게 만든다는 점이죠. 돈 있고 권력까지 함께 쥐고 있는 한국 재벌의 총수라면 정말 김영애씨처럼 저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만들 정도예요. 특히 며느리 김인숙(염정아)을 벌레처럼 대하고 자신의 집안에서 가장 큰 수치라고 생각하는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끄응" 하면서 윗입술을 질끈 깨물게 되죠.

 

<로열 패밀리>에 나온 JK그룹 공순호 회장은 달리 생각하면 우리시대 재벌이 어떤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 보여준 한 단면이란 생각이 들어요. 분명 이전에 나온 다른 드라마에서도 여러 재벌들의 모습들이 대부분 부정적이었단 것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일정부분 설득력을 가질 것 같아요. 만약 한국사회에서 재벌들의 이미지가 좋았다면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재미를 위해서 무작정 재벌들의 캐릭터를 그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착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이렇게 재벌들의 모습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고착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 급증하기 시작했어요. 대부분의 한국 재벌들이 세습경영을 통해 삼대까지 부와 지위가 대물림 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런 것들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한 단면이죠.

 

물론 그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재산을 모으고 그 부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었다면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드라마에서 고착화 되진 않았겠죠. 과거 정경유착이란 단어가 한국사회 전체를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부패한 정치인과 재벌들의 관계가 한동안 단골거리 이야기로 나올 정도였죠.

 

여기에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었던 대우 부도사태와 90년대 후반 IMF를 겪으면서 재벌들의 부실경영과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자신들의 회사를 키워왔는지 일반 시민들에게 그 실체가 일정부분 알려지게 되었죠. 여기에다 최근 재벌가 폭력사태까지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어요. 생각해보면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재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2000년대 드라마에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같아요.

 

<로열 패밀리>에 나온 공순호 회장이 자신이 그토록 보기 싫어하는 며느리 김인숙이 남편의 장례식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거, 치워"란 차가운 대사 한마디를 내 뱉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어요. 언제부터 재벌이란 위치가 무소불위의 권력과 동격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드라마를 통해 생각나게 해주었기 때문이죠.

 

언제쯤 우리는 재벌이란 단어가 권력이나 힘이 아닌 존경이란 단어로 바뀌고 그런 존경 받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80~90년대 성장위주 사회였을 때 자수성가한 재벌 총수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지금 드라마 속 재벌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로열 패밀리, #무비조이, #MOVIEJOY, #김영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