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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모제 교장의 90%가 교총 소속이고 교총의 1/155 밖에 안 되는 단 2명이 전교조 소속인데도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들은 전교조 출신 교장만 물고 늘어진다. 우리나라 자칭 보수언론과 보수세력들이 교사를 보는 기준은 참으로 희한하다. 당사자가 전교조 교사라면 전교조 소속 교사라서 문제라고 하고, 교총이나 뉴라이트교원노조 등 다른 교원단체 소속이면 '그냥 교사'가 문제라고 한다.

 

이런 편향적 태도는 공정택 뇌물 사건의 당사자들 다수가 교총 회원이었는데 어느 언론도 이를 연관지어서 보도하지 않았고, 최근의 시험지 유출 의혹이나 답안지 유출, 생활기록부 조작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보도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답안지 유출-생활기록부 조작 인천외고 교사 대부분 교총 회원

 

3일 인천천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 노현경 인천시의원과 전교조 인천지부가 문제 제기한 인천외고의 시험 답안지 유출과 생활기록부 조작 사건 의혹에 대하여 이를 사실로 확인하고 이들 4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반 학생에게 계획적으로 시험 답안지를 미리 빼돌리거나, 수시 등에 좋은 평가를 위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고, 시교육청에도 범죄 사실이 통보됐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시험답안지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아무개 교사는 신성학원(인천외고, 명신여고 운영)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또 다른 김아무개 교사는 견책을 받았고, 최고 책임자인 교장과 교감은 경고에 그쳤다. 이번에 생활기록부 조작 관련 교사들은 당시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가 최근 서울 P고에서 생활기록부 사건이 불거지자 이번에 3명의 교사가 추가로 기소된 것이다.

 

시험지 유출이나 생활기록부 조작 사건은 감경도 불가능한 파면 해임의 중징계에 처해 질 수 있는 사안임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학교의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의 사망 이후 학교를 물려받은 현 이사장은 큰 아들이며, 현재 교장은 셋째 아들, 그리고 행정실장은 며느리이다. 전형적인 족벌사학의 형태 그대로이다. 현재 이 사건으로 기소된 최 교사와 김 교사, 그리고 교감 등은 이 교장이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데리고 온 최측근들이다. 이사장이 동생 교장을 중징계할 수 없고, 또 동생 교장이 그 측근들을 중징계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연루된 이들 대부분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고를 받은 교장과 교감을 비롯하여 기소된 4명 등 6명 중에서 5명이 교총 소속이었다. 이 학교에는 교장, 교감을 비롯하여 교총 소속 교사만 2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어느 언론도 이들을 교총 소속 교사라고 보도하지 않고 그냥 '인천외고 교사'라고만 보도한다.

 

이에 반해 2004년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을 비판하고, 비리 의혹을 제기하였던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2명이나 파면 해임을 당해 지금도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시험지 유출이나 생활기록부 조작 사건으로 기소되거나 징계를 받은 교사들이 전교조 교사였다면 학교는 어떤 징계를 내렸을까?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들은 뭐라고 보도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교총은 말이 없다.

 

딸 통해 시험 유출 의혹 Y고 교사는 뉴라이트 성향 교원노조 소속

 

어느 과외교사의 개인지도를 받은 송파구 Y고 학생들은 단 몇 달간의 과외만으로 중·하위권에 머물던 영어 성적이 곧바로 30~50점씩 수직 상승했다. 그런데 이 쪽집게 교사가 이 학교 영어 선생님과 같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 학생의 신고를 확인한 결과 이 학교 영어 선생님의 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외 교사가 찍어주거나 과외 노트와 교재에 있는 문제가 학교 시험에 거의 그대로 출제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당연히 시험문제 유출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해당 영어교사는 "딸이 우리 학교 학생들을 가르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의 교사들까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교사는 아직까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은 상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확인 결과, 이 학교는 서울교육감을 지냈던 하아무개씨가 퇴임 후 설립한 학교로 현재는 그의 아들이 이사장이며, 문제가 된 이 교사는 이사장 하씨의 친인척이다. 그리고 이 교사는 뉴라이트 성향 교원노조의 조합원이었다. 학교알리미 자료에 의하면 서울 전체 자유교원조합 회원 80여 명 중 이 학교에만 10%에 해당하는 8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관인 것은 이 학교가 2009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되어 최근까지 3억여 원을 지원받았다는 사실이다.

 

서울 자유교원조합 홈페이지에 올려진 이 단체 성명서의 대부분이 전교조 또는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정작 자기 단체 회원 출신이 시험지 유출 의혹에 휘말렸는데 아무런 입장이 없다. 만약, 이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이었다면 이 단체는, 그리고 보수 언론들은 뭐라고 보도했을까? "전교조 조합원, 딸 통해 시험지 유출"이라고 대서특필하지 않았을까? 

 

만약 이들이 전교조 조합원이었다면... 보수언론과 보수교원단체들의 이중성

 

최근 노골적으로 반 전교조를 내세우며 출범한 뉴라이트학부모연합이 정부 보조금 수천만 원을 빼돌리다가 적발되어 형사고발 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교복 재활용 사업에 사용한다면서 받은 정부 보조금을 횡령하여 엉뚱한 곳에 사용하다가 발각되어 망신을 당하고, 반환하라는 명령에도 "돈이 없다"며 배째라고 버티었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열심히 무상급식 반대를 하고 있는 교총이나 뉴라이트 성향 교원단체들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그 흔한 성명서 한 줄 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전교조가 조금이라도 관련되면 핏대를 올리면서 정작 자기 자신들의 회원이 연루된 성적 조작이나 시험지 유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중잣대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보수언론의 이중잣대는 더욱 심각하다. 전교조 교사가 통일교육을 하다가 부당하게 기소되었을 때에는 "전교조 친북교육 지침서"니 "전교조 교사 빨치산 추모 교육"이니 대서특필을 하다가 이들이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을 때엔 거의 보도하지 않는 것을 비롯하여 교사 관련 문제가 생기면 전교조 소속 여부부터 따진다. 그러나 교총이나 뉴라이트 교원노조 교원들이 공정택에게 뇌물을 주고 잡혀가도, 시험지를 유출해서 걸려도, 생활기록부를 조작하다 걸려도 절대로 교원단체 소속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만약 인천외고의 시험지 유출이나 생활기록부 조작으로 기소되거나 징계를 먹은 교사들이 교총이 아니라 전교조 조합원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서울 Y고의 딸을 과외교사 시키고 그를 통해 시험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교사가 뉴라이트 성향 교원노조가 아니라 전교조 소속이었으면 그들은 뭐라고 했을까? 정말 "끔찍하다."


태그:#시험 유출, #교총, #자유교원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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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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