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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오산 꼭대기에 있는 사성암의 마애여래입상
▲ 마애불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오산 꼭대기에 있는 사성암의 마애여래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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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산 4번지. 해발 500m의 오산 정상 조금 못미처 자리를 잡고 있는 '사성암'. 사성암이라는 절의 명칭은 기록에 보면 원효와 의상, 도선과 진각 등 네 분의 고승이 이곳에서 수도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33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사성암은, 고려시대 초기작품으로 추정하는 음각마애여래입상이 있어서, 절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사실 사성암이 언제 지어졌는가는 정확치가 않다, 다만 이 오산 꼭대기에 있는 사성암에서 사성이라 일컫는 네 분의 고승이 수도를 했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의 절의 규모를 갖추고 옛 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8 ~ 13세기까지는 상당한 규모의 수도도량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한다.

높이 25m의 절벽에 음각된 마야여래입상 앞에 세워진 사성암의 약사전
▲ 약사전 높이 25m의 절벽에 음각된 마야여래입상 앞에 세워진 사성암의 약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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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사성암을 찾아가는 길은 예사롭지가 않다. 사성암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오산 정상을 오르는 각각 다른 등산코스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느 길로 가야 가장 빨리 도착하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셔틀버스가 사성암 밑 주차장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렇게 반가운 이야기를 듣다니. 역시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늦어 출발한 사성암이다. 해가 지기 전에 오를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구한다. 구불거리는 산길을 4.5km를 올라간다는 것은 차라도 버거운가 보다. 경사가 급하고 길 폭이 좁은데다 포장이 안 된 곳도 있다. 숨이 가쁜 듯 힘겹게 올라온 사성암이다.

약사전 앞 바위 벽에 사람들이 붙여놓은 동전들
▲ 동전 약사전 앞 바위 벽에 사람들이 붙여놓은 동전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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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바위암벽에 붙여낸 계단을 올라 만나는 약사전
▲ 약사전 돌로 바위암벽에 붙여낸 계단을 올라 만나는 약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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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진에서 본 금강산의 보덕암과 분위기가 흡사하다. 깎아지른 절벽 앞에 받침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마애여래불을 모신 약사전을 지었다. 그 약사전 뒤편 바위 암벽에 마애불이 음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약사전을 지은 것은, 마애여래입상이 약사여래입상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    

사성암을 인근 사람들은 '오산절'이라는 친근한 명칭으로 부른다. 오산에 있는 절이라는 뜻이다. 주차장에서 차를 내려 사성암 약사전이 있는 절 마당으로 오른다. 뒤를 돌아보니 저녁 햇살에 섬진강의 물이 반짝인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은 크게 반원을 그리며 돌아들고 있다. 그 장관을 어찌 말로 표현 할 수가 있을까?

주변 경개에 정신을 놓다가는 해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사전으로 오르는 마음이 바쁘다. 바위 암벽에 붙여 돌로 계단을 쌓아 낸, 약사전을 오르는 계단. 그 계단 하나만으로도 훌륭하다. 약사전 앞에 이르니 바위틈에 누군가 동전을 끼워 놓았다. 아마 이렇게 동전을 붙이면서 간구를 했을 것이다.

사성암 약사전 앞에서 해가 넘어가기 전 바라다 본 섬진강
▲ 섬진강 사성암 약사전 앞에서 해가 넘어가기 전 바라다 본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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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전각의 틉 사이로 마애불 일부가 보이고 있다
▲ 마애불 바위와 전각의 틉 사이로 마애불 일부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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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으로 팠다는 마애여래입상
    
약사전 문을 열려고 하다가 우측 바위를 보았더니, 음각한 마애불 일부가 보인다. 그것을 보는 순간 마음이 더 바빠진다. 약사전 안으로 들어간다. 바위벽에 음각한 여래입상이 유리 너머로 보인다. 높이 3.9m의 마애여래입상. 약사전 앞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는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새겼다는 사성암의 불가사의한 전설이자 자랑이다. 약 25m의 기암절벽에 음각으로 새겨졌으며, 왼손에는 예민중생을 위해 약사발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약사전 안에는 부처님이 계시지 않다. 마애불이 주불이 되기 때문이다. 마애불 앞은 유리벽으로 되어잇다
▲ 불단 약사전 안에는 부처님이 계시지 않다. 마애불이 주불이 되기 때문이다. 마애불 앞은 유리벽으로 되어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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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글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몇 분의 좌불을 모셔놓고, 전면에 유리를 끼워 마애불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마애여래입상의 머리에는 상투처럼 머리를 묶었다. 법의는 양 어깨에 걸쳐 느렸는데, 왼쪽 어깨에는 격자무늬로 새겨져 있다. 이런 법의는 마애불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아마도 당시 스님들의 옷에 사실적으로 접근한 것이란 생각이다.

상처받은 이 땅의 사람들, 치유할 수 있을까?

머리와 신체의 뒤로는 광배를 표현하였다. 머리주변에는 두 줄의 띠를 두른 원형의 머리광배가 있다. 광배에는 타오르는 듯한 불꽃무늬가 있고, 신체주변의 광배에는 넝쿨무늬가 있다. 오른손은 가슴 위에 놓고 왼손은 가슴 아래에 대어, 무엇인가 잔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음각을 했다고 전해지는 이 마애여래입상은, 간략화 된 음각기법으로 보아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앞에 유리로 막아놓아 사진을 찍는대도 조금은 답답하다. 겨우 사진 몇 장을 찍고 뒤 절벽 앞으로 가서 실체를 보고 싶었으나, 어디로나 마애불로 다가설 수 있는 길은 없다. 절벽 앞에 기둥을 세우고 조성한 약사전이다 보니, 안전을 위해서라도 모두 막아버린 듯하다.

마애불의 머리광배에는 불꽃이 잇고, 법의는 격자무늬가 잇어 특이하다. 전하는 말로는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팠다고 한다
▲ 마애불 마애불의 머리광배에는 불꽃이 잇고, 법의는 격자무늬가 잇어 특이하다. 전하는 말로는 원효스님이 선정에 들어 손톱으로 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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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로 막혀있어 등이 비친다. 손에는 잔 같은 것을 들고 있다. 약사발이라고 한다.
▲ 약사불 유리로 막혀있어 등이 비친다. 손에는 잔 같은 것을 들고 있다. 약사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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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조금 섭섭하긴 해도, 향을 피워놓고 절을 올린다. 괜히 마음속으로 울컥해진다. 지금이 땅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으시려는지. 괜한 사성암 마애여래입상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뱉어내는 푸념이다.

"너무 아프네요. 몸도 마음도. 제발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사성암 마애불은 3월 2일에 다녀왔습니다. 현재 사성암마애여래입상은 전남 유형문화재 제220호로 지정이 되어있습니다.



태그:#마애여래입상, #사성암, #구례, #원효, #유형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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