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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도
 아침 기도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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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에는 마술적 작용이 있다.
기도는 지적 활동의 큰 힘 중의 하나이다. (중략)
묵주(默珠)는 하나의 영매, 하나의 수레이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기도이다.
<내밀의 일기> 중-보들레르

죽음은 삶의 일부

생각해보니 꼭 30년쯤 된다. 나무관에 꽁꽁 새끼줄을 묶어 활활 타는 불구덩이 속으로 꽃잎 같은 어린 영혼을 던져 넣은 지 말이다. 아직도 나는 그애(동생)의 얼굴만 떠올려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다. 

누군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부모가 되어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피를 나눈 형제를 앞세워 보내는 일 또한 생살을 찢는 아픔이라는 것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틱낫한 스님은 사람들은 기억으로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동생의 안타까운 죽음(교통사고)이 내 삶의 반을 차지했다. 그런 연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누나로서 해 준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의 동생, 나의 기도
 나의 동생, 나의 기도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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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함의 기도
 감사함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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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동생의 경우는 나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바깥일에 바쁘신 부모님을 둔 우리 형제들은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고, 막내 동생은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랐다. 그 보릿고개 시절의 동생을 생각하면, 항상 누렇게 뜬 얼굴로 손가락을 빨고 있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얻어 온 책가방 서로 차지 하려다 많이 싸웠지

6. 25 전쟁으로 두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나이 사십 후반에 낳으신 막내는 젖배를 곯고 컸다. 아이들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던 그때 왜 난 그렇게 욕심이 많았는지, 어린 동생이 먹을 것조차 남겨두지 않고, 빼앗아 먹거나 아니면 동생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숨어 먹기도 했다.

60년대에는 모두가 가난하였지만, 우리 집도 매우 가난했다. 맞벌이를 했던 부모님 덕분에 우리 집은 세끼 밥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필품 물자가 귀한 때라 요즘 같은 신학기가 되면, 오빠들과 누이들이(동네 이웃 사촌)들이 쓰던 헌교과서 헌책가방, 헌운동화들을 어머니께서 얻어와 깨끗하게 손질해서 다시 쓰게했다.

그때마다 어린 동생과 나는 조금 더 나은 물건을 가지려고 서로 다투며 싸움을 했다. 동생은 남자라고 나는 누나라고 지지않겠다고 둘 다 필사적으로 싸웠다. 장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께서는 그런 우리 남매를 보고도 회초리를 들지 않으셨다. 그저 두눈을 감게 하고 벽을 바라보고 손을 모아 기도케 하셨다.

감사의 기도
 감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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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머니는 특별한 종교를 갖지 않으셨다. 우리 가족과 함께 사셨던 외할머니는 독실한 불교신자였지만, 어머니는 크리스마스(성탄절)에는 우리랑 교회에 가는 것도 좋아하셨다. 그러면서 넌 커서 어떤 종교를 갖든 자유라고 늘 강조하셨다.

그리고 항상 종교를 믿지 않아도 기도는 너를 성숙케 할 거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또 기도하는 시간은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며 남을 이해하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때는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까맣게 몰랐다.

세월이 흐른 뒤 어머니의 권유로 기독교 교인이 되어 교회도 다녔고, 또 천주교에서 영세도 받아 수녀가 되고 싶어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는 항상 내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인도에 의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제는 독실한 불교 신자처럼 나는 새벽마다 절에 가서 108배를 한다.

나를 깨우는 108배, 새벽기도

108배 기도가 어려운지 처음 알았다. 그것도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는 108배 불교식의 기도. 그런데 이 108배 기도가 꼭 불자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몇 년 전인가 모 방송국에서 108배 기도가 건강에 좋다는 방송을 한 후, 요즘은 108배 기도가 유행이 돼버렸다.

그나저나 매일 새벽에 절에 가서 108배 기도를 하면서 조금씩 내가 바뀌는 것을 느낀다. 정말 나쁜 습관이든 좋은 습관이든, 습관이란 것은 칼처럼 무서운 것 같다. 매일 새벽기도에 다니다보니 이제는 새벽 기도를 하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새벽기도를 다닌 지 꼭 5 년이 됐다. 물론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그만 둘까 하는 마음이 들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틱닛한 스님의 말씀 떠올린다. 이 세상에 고통 없는 행복은 없다는 말씀.

그리고 저 흑백 기억 속의 희미한 동생의 웃는 얼굴도 떠올린다. 그리고 나의 기도 속에서 잠시나마 평온한 얼굴로 웃는 동생의 모습을 생시인듯 만난다. 두 손을 합장해서 기도해 본다.

"이 세상 이곳에 머물 수 있게 해 준 모든 인연들의 귀중함을 잊고 살아온 죄를 참회하며 절합니다."

나를 깨우는 108배
 나를 깨우는 10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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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날마다 그 매촐한 졸가리 옆에 가서
기쁜 마음으로 한번씩 매만져주면
빨간 꽃송이는 맺히리니
그것은 당신의 영혼으로 알겠습니다.

한밤 포근히 좋은 꿈꾸고 난 아침
파란 잎은 돋아나리니
그것은 당신이 준 생명으로 알겠습니다.

내 마음 깊이 뿌리 박히여
낙락히 뻗어 나간 우람한 가지 끝
한가히 뒷짐 지고 학의 둥주리를 쳐다보는 날.

비와 바람과 별과 태양과
아 나는 그때사
창창한 당신의 뜻을 은혜로 알고 살겠습니다.
<기도>-'박지원'


태그:#108 배, #죽음, #삶, #성찰,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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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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