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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5살짜리 아이가 지난 2년간 다녔던 어린이집을 수료했다. 어린이집에서는 이곳저곳 옮기지 않고 꾸준히 다녀준 아이가 고마웠는지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캐리커처로 그려 액자에 담아 선물로 줬고 큰 아이는 마냥 즐거워하며 액자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의 말은 아빠의 마음을 그리고 엄마에게는 눈물을 글썽이게 했다.

"아빠! 아빠는 왜 늦게왔어? 엄마는 어디갔어?"

"어? 아빠는 회사일 때문에 늦었어! 엄마도 회사일 때문에 늦게 와......"

그렇다! 아무리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다수의 엄마아빠가 수료식에 참석해서 아이들의 기념품을 들고 손잡고 나가는 모습은 한없이 부러웠을 것이다.

 

내가 자라고 컸던 곳은 시골 소위말하는 깡촌이다. 때문에 필자는 어린이집은 고사하고 유치원도 구경해보지 못한 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학교에 입학했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두 살이나 어린 나이에 학교에 입학한 탓에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하나의 장애요소가 되었던 추억이 있다. 물론 지금은 남들보다 2년이나 먼저 학교과정을 마치고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어린이집 수료하고 아빠가 왜 오지 않았는지 묻는 아이의 질문에 미안하면서도 쓴 웃음이 난다.

 

아이를 위해 둘 중 하나는 희생이 필요한 맞벌이

 

일찍 결혼한 친구들 중에는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학부형이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필자에게 "이제 시작이다!"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준다. 처음에는 그 말뜻을 전혀 알 수 없었다. 한때는 필자도 외벌이였고 옆지기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남편의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가정주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계경제 탓에 옆지기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가거나 어린이집에 행사가 있을 때는 작은 말다툼도 발생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아이와 집안일에 대해서 무책임했던 나의 책임도 있지만 그보다는 평일에 일어나는 아이의 행사에는 대책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이집에서도 직장맘과 맞벌이 부부를 위해 부모와 함께하는 행사는 최대한 자제를 하고 편의를 주고 있지만 아이의 수료식과 같은 중요한 날에는 부모로서 함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쉽게 떨칠 수 없다. 그래서 어린이집의 수료식 날이 평일이 아닌 주말에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을 되짚어 보면 아이의 교육을 위해 맞벌이 부부에게 둘 중 하나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수료한 큰아이는 이틀 뒤 유치원에 입학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유치원의 입학식 시간은 오후 1시다. 따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집안 형편상 아이의 유치원 입학식을 위해서는 옆지기 또는 필자가 오후 반차휴가를 내거나 월차휴가를 내서 아이의 유치원 입학식에 함께 해야 한다.

 

액자를 보고 꼭 껴안으며 "아빠! 이거는 내꺼 맞지?"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 아이의 모습에 아빠로서 책임(?)을 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크게 남는다.


태그:#유아교육, #맞벌이, #어린이집, #직장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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