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중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순위입니다. GDP와 국민의 행복이 꼭 정비례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의 행복'을 자주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만 바라봐서는 당장 행복하기 어려운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지금 이 시대 '나눔'의 가치를 돌아보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미 개인적인 소유의 행복을 넘어 나눔으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또한 나눔과 행복도의 국가적인 상관관계,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점검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도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특별기획 <나눔이 웰빙이다>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지난 24일 밤 한 트위터리안이 '나라의 도약이 우선인가, 국민의 행복이 우선인가'란 질문을 던지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국민의 행복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앱'에 걸린 구호도 "국민이 행복한 나라"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행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작년 10월 관훈클럽 초청토론 기조연설을 통해 손 대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위대한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정계 복귀 선언 일성 또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최근 정치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행복'이고 '함께'다. 심지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져 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그러하다. 지난 23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포럼에서 그는 "동고동락하는 행복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니카라과나 스리랑카가 대한민국보다 행복하다?

굿네이버스의 해외 빈곤아동 교육지원 캠페인
 굿네이버스의 해외 빈곤아동 교육지원 캠페인
ⓒ 굿네이버스

관련사진보기


이렇듯 다음 대선을 앞두고 행복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은, 그만큼 지금 우리 국민이 행복하지 않거나 또는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는 또 이미 국제적으로도 공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작년 미국 주간 포브스지가 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도는 56위로 나타났다. 당시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그리스(50위)나 내전 상황이었던 코소보(54위) 그리고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니카라과(52위)보다도 못한 순위였다.

한 해 전에도 비슷한 결과가 국내에 알려진 바 있다. 2009년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가별 행복지수(HPI)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68위를 기록했다. 역시 독재국가인 미얀마(39위)나 내전을 겪고 있었던 스리랑카(22위)가 우리나라보다 '행복한 나라'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물론 행복을 수치로 매기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문제인데다 발표하는 곳마다 편차도 크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GDP와 국민의 행복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진실', 또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만큼의 행복을 국민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기부조사에서도 '우리'를 앞선 저개발국가들

월드비전 홍보대사 모임인 월드비전메이커의 '비전나눔파티'
 월드비전 홍보대사 모임인 월드비전메이커의 '비전나눔파티'
ⓒ 월드비전

관련사진보기


그럼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앞서 2010년 갤럽 조사에서 1위는 덴마크였다. 2009년 영국 신경제재단 조사에서는 코스타리카가 1위를 차지했다. 공통적으로 사회적 복지 시스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순위란 해석이 대두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짜 국민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정치력이 작동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당장, 오늘,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영국 자선구호재단(CAF)의 2010년 세계기부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전 기부와 자원봉사 그리고 '낯선 사람 돕기' 등 3개 항목에 대한 설문 결과를 점수로 나타낸 것이었는데, 우리나라는 당시 조사에서 153개국 중 81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순위가 아니다. 스리랑카(8위), 라오스·시에라리온(공동11위), 투르크메니스탄(14위), 가이아나(16위), 기니(18위) 등 이른바 저개발국가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또 1위는 소액 기부가 일상화 된 호주였다.

기부 많이 하는 나라가 행복도도 높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 중인 '결식 제로 캠페인'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 중인 '결식 제로 캠페인'
ⓒ 아름다운재단

관련사진보기


라오스도 주목할 만하다. 1인당 GDP가 천 달러도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이지만, 적어도 여러 행복 지수 조사에서는 '선진국'으로 나타나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기부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기부를 많이 하는 나라가 행복도도 높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자선구호재단(CAF) 조사에서도 기부비율을 GDP, 행복도와 연관시켜 분석한 결과, 부자국가보다는 행복도가 높은 국가의 기부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나눔이 곧 '웰빙'이란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진실'이기도 하다. 우선 육체적으로 그러하다. 독일 언론인 토마스 람게의 저서 <행복한 기부>는 미국 버클리대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자원봉사를 하는 노인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63%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기부의 정신적인 건강에 대해서는 2008년 <사이언스>가 뒷받침하고 있다. 컬럼비아대와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진 실험 결과를 보면, 다른 사람 선물을 사거나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 친사회적으로 돈을 쓴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개인 기부 늘어나는 추세

이와 같은 '웰빙'에 동참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자발적인 기부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개인 참여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2008년 아름다운재단과 유한킴벌리 조사에서 2007년 1인당 평균기부액은 10만9천원으로 2005년에 비해 3만9천원이나 증가했으며, 2009년 아름다운 재단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2000년 1인당 9만9천원이던 순수기부액이 2009년 18만2천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 따르면, 매월 3만∼5만원을 기부하는 개인 후원자 숫자가 2009년 31만8591명으로 2005년의 그것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굿네이버스 상황 역시 비슷하다고 한다. 2009년 전체 기부금 중 개인후원 비율이 92%였다고 한다.

2009년 <경향신문> 조사에서도 3천원, 1만원 등 소액 개인 후원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18세 미만의 어린 후원자들이 늘어났다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눔을 하나의 '대세'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나눔이 웰빙이다

이른바 '웰빙'이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는' 웰빙이었다. 또 나홀로 또는 가족 단위의 웰빙이었다. 그와 같은 바람을 정치적으로 축약한 것이 이른바 '747'이었고 '뉴타운'이었다.

하지만 '벌써!', 정치권 화두는 '함께'와 '행복'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선구호재단(CAF) 조사는 나누면 나눌수록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기부를 많이 하면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과학적 뒷받침도 있다.

가수 김장훈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원이든 1만원이든 1억원이든 아무 차이가 없다. 액수는 진짜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기부"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행복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대세는 나눔이다. 나눔이 웰빙이다.


태그:#기부, #나눔, #행복지수, #웰빙, #GDP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