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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마이더스>홈페이지 캡쳐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마이더스>홈페이지 캡쳐
ⓒ SBS<마이더스>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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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문을 연, SBS TV 새 월화드라마 <마이더스>(오후 9시 55분 방영), 첫 회는 파격적이었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극 속 장면, 대사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의 '경제관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김도현(장혁 분)에게 한 로펌 대표(천호진 분)가 면접비 명목으로 1억 원짜리 수표를 건네는 모습, 이정연(이민정 분)이 일하는 병원의 VIP 병실이 1일 400만 원이라는 대화 내용, 도현이 제공받은 집의 환상적인 풍경은 '평생 일해도 1억 모으기' 힘든 사람들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극 속 메이저리그 세상은, 열심히 일해도 빚만 쌓여가는 마이너리그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전율을 주기에 충분했다. 1억 원을 면접비로 주고, 그림 같은 집에서 살고, 400만 원짜리 병실을 휴식 삼아 가는 사람들의 세계는 호기심과 동시에 불쾌감을 전해준다.

이런 가진 자들의 세계에 대한 동경일까. 아니면 비판 때문일까. <마이더스>의 첫 회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혁, 김희애, 이민정, 천호진 등의 열연이 빛난 <마이더스>는, 드라마 홈페이지를 비롯한 각 인터넷 게시판의 시청 소감을 호평으로 물들였다.

그렇기에 <마이더스>의 첫 시작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11.5%(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준수한 시청률과 함께 '기대작'이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욕망 숨기지 않는 <마이더스>

SBS <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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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마이더스>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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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소재는 평범했다. 여타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변호사와 재력가와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마이더스>는 그 흔해빠진 소재에서, 새로움을 창조했다. 비슷한 소재에서 틀에 박힌 듯 찍혀 나오던 '정의로운 변호사'나 '재력가와의 사랑을 다룬 신데렐라'식 이야기의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대신 <마이더스>는 재력가와 변호사가 결탁해, '기업간 인수합병'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불편한 이야기 속을 과감하게 파고든다. 주인공 김도현은 그 불편한 이야기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갑작스러운 '돈의 유혹'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기 때문이다.

돈의 유혹은 치명적이었다. 사법연수원을 1% 상위의 성적으로 끝마치며 천재 소리를 듣던 김도현은, 어느 날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의문의 한 로펌(대정) 대표로부터 '백지수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이다. 면접료 명목으로 1억 원의 수표를 건네고, 법조계의 유명인사들이 파트너로 있는 로펌, 그는 이런 이 로펌의 정체에 의문을 품지만, '파격적인 조건'을 뿌리치지 못하고 일을 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 로펌에서 김도현이 하는 일은 한 재력가의 뒷일을 봐주는 것이었다. 어느 '정의로운' 변호사 드라마였다면, 당장에 뿌리쳤을 그 불편한 사안. 하지만 김도현은 부를 거머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불편한 심해로 더욱 깊숙이 빠져든다. 그런 김도현에겐 변호사라는 근사한 직함 뒤에, 한 재력가 집안의 뒷일을 봐주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 잡게 된다.

그로 인해 타락하게 될 한 천재변호사의 이야기가 <마이더스>의 중심을 이뤄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모습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일 것이다. 돈에 대한 욕망으로, 종국엔 사랑하는 사람마저 버리는 그의 모습은,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현실 속 사람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타짜>, <올인>보다 충격적인 이유

SBS <마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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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마이더스>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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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인물, 대부분은 돈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비단 김도현뿐만이 아니다. "돈과 부자가 나쁜 것이 아니라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는 이 사회가 병든 것"이라고 말하는 유인혜(김희애)와 재력가의 뒷일을 봐주는 로펌대표 최국환(천호진), 그런 최국환과 김도현을 연결시켜준 교수 등등, 드라마에는 돈 냄새를 쫓아가는 인간군상으로 가득하다.

드라마 <올인>과 <타짜>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두 드라마가 '돈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것처럼, <마이더스>역시 돈을 쫓는 한 인간의 탐욕에 가까운 욕심을 다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닮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올인>의 작가(최완규)와 <타짜>의 PD(강신효)가 <마이더스>를 위해 뭉쳤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심도있게 그려내는 두 제작진은, <마이더스>를 통해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또 다른 인물들을 창조해냈다. 흥미로운 것은, 앞선 두 드라마의 배경과 인물이 우리 사회의 밑바닥의 이야기였다면, <마이더스>의 인물과 배경은 우리 사회의 최상위층을 향해 있다는 것이다.

베일에 가려진 재력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재력가의 장녀 인혜(김희애 분), 재력가의 타락한 딸과 아들. 그런 재력가의 뒤를 봐주는 최국환(천호진), 그리고 그들과 퍼즐처럼 맞물려 들어가는 김도현의 모습은 우리가 <에드버킷>(MBC),<변호사들>(MBC)류의 드라마에서 나온 정의로운 변호사나, <시크릿가든>(SBS) 등에서 보여준 친근한 재력가의 모습이 아니다.

일반인의 머리 위에서 법과 권력을 이용해 돈을 좇는 재력가와 변호사의 모습은 낯설고, 불편하고, 그래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돈에 대한 욕망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행할, '기업간 인수 합병' 등은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부자'에 대한 적잖은 공포감을 전해줄 것이다.

없는 자들의 '돈'에 대한 갈증을 담은, 도박으로 한탕 벌어보려는 <타짜>와 <올인>은 그나마 정감이 갔다. 하지만 치밀한 계산과 준비로, 법을 이용해 부를 축적해나가려는 <마이더스> 속  가진 자들의 탐욕적인 모습은 두려움마저 느끼게 한다.

법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수백, 수천억 원의 돈을 맘대로 주무르는 <마이더스> 속 인물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소름 끼치게 다가올 것 같다. 실제 존재한다고 믿기엔 너무나 불쾌한 '물질만능주의' 세계 <마이더스>, 혹 그 배경이 우리 사는 대한민국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것 같다.


태그:#마이더스, #장혁,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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