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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사업장으로 과거 강성노조의 상징이었던 한 공기업노조위원장 취임식이 사회복지시설 봉사활동으로 대신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임기 2년의 17대 집행부 위원장으로 당선된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취임식이 24일 오전(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사회복지시설인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급식, 김장하기, 구두 닦기, 안경세척, 의료 등의 봉사활동으로 치러졌다.

 

같은 시각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이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열린 정기대의원대회 취임사에서 노조법 재개정 등을 요구하면서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날 오전 노인, 시민단체 대표, 연대노조단체 대표, 노동부, 행안부, 서울시, 서울메트로 임직원 등 주요 인사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봉사활동 행사에서 약식 취임식을 한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은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나라가 가난하고 어려울 때 밤낮없이 일을 해서 오늘의 번영을 가져온 주인공들"이라면서 "나라의 뿌리이고 주축인 어르신들을 잘 모시는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이 자리를 찾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서울지하철노조는 국민과 조합원을 섬기는 노동운동을 하겠다"면서 "고객인 시민들에게 항상 설렘을 주는 차별화된 노동운동을 펼칠 것"라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은 기업의 주인이면서 일하는 국민임으로 나라의 주인이기도 하다"면서 "국민을 잘 섬기는 노사관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축사를 한 김익한 서울메트로 사장은 "20여 년간 기업에서 노사관계를 해봤지만 봉사활동으로 위원장 취임식을 한 것은 정연수 노조위원장이 처음"이라면서 "축하 화환 대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쌀을 가져오라'는 정연수 위원장의 뜻에 따라 본부장, 간부, 직원 등이 뜻을 모아 쌀을 가지고 왔다"고 전하면서, 정연수 노조위원장을 위해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어 김 사장은 "정 위원장과 함께 서울메트로가 선진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겠다"면서 "서울 시민들을 잘 모시는 서울메트로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피력했다.

 

이날 김 사장의 축사와 정 위원장의 취임사는 각각 3분 이내로 간단히 끝냈고, 별도의 내외빈의 축사나 격려사를 생략했다. 이어 이들 노사 대표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 1500만 원의 후원금과 대형 LCD TV 등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행사 외빈으로 김태기 서울시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위원장, 이동걸 고용노동부장관정책보좌관, 김상환 행정안전부 공무원단체과 팀장, 이회승 서울시기획조정실 재정담당관과 오승주 공기업팀장,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임승룡 서울시공무원노조위원장, 김재도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위원장, 오재호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측은 김익환 서울메트로 사장, 황춘자 경영혁신본부장, 이무영 경영지원본부장, 조규화 운영본부장, 공선영 기술본부장 등 임원이 참석했고, 노측은 정연수 노조위원장, 신현준 수석부위원장, 김용국 부위원장, 장승완 사무국장, 조동희 정책실장, 정연경 차량지부장, 이상현 승무지부장, 이성인 역무지부장, 염금열 기술지부장 등 임원 및 집행간부, 조합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약식 취임식이 끝나고 김익환 사장과 정연수노조위원장은 서울메트로 임직원 200여 명과 함께 노인들을 위한 급식, 김장하기, 안경세척, 구두 딱기 등의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특히 서울메트로 노사는 국악 앙상블 '예소울', 어린이공연단 '팝콘', 탈북자 예술공연단 '겨레하나예술단' 등 공연단을 초청해 노인들에게 문화공연을 통한 흥을 돋웠다.

 

지하철 임직원들의 봉사활동을 본 서울노인복지센터 김영현 기획사업부 팀장은 "어르신들이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있기 때문에 이곳 복지센터를 찾아올 수 있다"면서 "노인들을 위해 봉사활동까지 해주니 너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 센터 주방을 담당한 김현아 영양사는 "급식비 등 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서울메트로 임직원의 봉사활동과 물품 후원이 노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임직원들이 급식, 설거지, 김장하기 등의 봉사활동을 해주니 더없이 좋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와 점심식사를 끝낸 유봉근(91) 할아버지는 "지하철을 무료로 타고 왔는데, 또 지하철 사람들이 날라 준 밥을 먹으니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 길음동에서 온 박순조(90) 할머니도 "오늘 집에서 1호선을 타고 다시 3호선을 갈아타고 여기에 왔다"면서 "가만히 식탁에 앉아 있어도 급식을 다 챙겨줘 밥을 많이 먹게 됐다"고 전했다. 용산구 동자동에서 온 이남진(74) 할아버지도 "자식이 효도한 것처럼 지하철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보인다"면서 "지하철 사람들이 앞으로도 자주 노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최상권(54) 서울메트로 정보통신 부분소장은 "4시간 동안 김장 담그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면서 "노조 지회별로도 이런 봉사활동이 분기마다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는 김익환 사장을 잠시 만나 소감을 묻자 "노조위원장 취임식을 봉사활동으로 대체 한 것이 획기적이었고, 신선한 느낌이 들어 감동을 받았다"면서 "회사도 본을 받아 겸허히 봉사활동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과 건강한 서울메트로를 만들기 위해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200여 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 1~4호선 담당) 자원봉사자들은 김장 1300kg(10일분)을 했고, 노인 식사 봉사 2083명, 안경세척 394명, 구두 딱기 445명, 의료봉사(혈압 당뇨검사, 초음파, 심전도 검사 등) 360명 등을 소화했다.

 

한편, 공기업 중 9000여 명의 조합원을 둔 서울지하철노조는 국민과 조합원을 섬기며, 시대 변화에 부흥해 사회봉사를 통한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가고 있다. 특히 공익적 가치인 사회공헌사업(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을 통해 고용안정 실현이 가능하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철관 기자는 지하철노조 조합원입니다 


태그:#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취임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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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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