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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구제역 매몰지 현장조사단이 경기 양평의 한 매몰지를 둘러보고 있다.
 민주당 구제역 매몰지 현장조사단이 경기 양평의 한 매몰지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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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출수 등 구제역 후폭풍이 심각해지자 제1야당인 민주당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제역·AI 및 축산업 대책 특위'(위원장 최인기 의원)에 이어 '구제역 매몰지 현장조사단'(단장 정범구 의원)을 구성하고 22일 첫 현장조사에 나선 것. 민주당은 다른 야당들과 연대해 '구제역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겠다는 기세다.

현장조사단이 이날 방문지로 정한 곳은 경기 양평·이천, 강원 홍천 등 세 곳이다. 조사단장인 정범구 의원은 "세 곳은 수계와 연결된 지역이어서 식수원 오염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 농민의 울분 "젖소를 한우처럼 바라보면 안 돼"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에 위치한 한 매몰지.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에 위치한 한 매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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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문지인 경기 양평은 수도권의 식수원인 남한강(팔당상수원)과 연결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소·돼지 등 가축 8만6840마리 가운데 3만4895마리가 살처분됐다. 돼지(57%)가 가장 많았고, 젖소(12%)와 한우(4%)가 그 뒤를 이었다.

양평의 구제역 매몰지는 총 55곳으로 소 32곳, 돼지 22곳, 염소 1곳이다. 이날 조사단이 방문한 매몰지는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에 위치해 있었다.

젖소농장이었던 이곳은 축산활동이 완전히 정지돼 있었다. 한마디로 '폐허' 그 자체였다. 인근 주민은 농장주인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100여 마리의 젖소가 묻힌 시기는 지난해 12월 29일. 매몰지는 축사 바로 옆에 조성됐다.

겉으로만 봤을 때 매몰지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매몰지에서 2m 떨어진 곳에 작은 하천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게다가 약 1km 떨어진 곳에 팔당상수원이 있다. 침출수가 나올 경우 상수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지나치게 긴 가스배출관과 필터 미설치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 교수는 "구제역이 공기를 통해 60km까지 전파되기 때문에 가스배출관에 헤파필터(미세먼지까지 여과시키는 필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매몰지 현장에 나온 양평군의 한 간부는 "사체가 어느 정도 부식된 상태이고 침출수도 반 드럼 정도 뽑아냈다"며 "이후 나올 침출수도 그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 간부는 "이곳 매몰지가 하천과 인접해 있긴 하지만 차수벽과 옹벽을 설치해서 매몰지가 무너질 염려는 없다"며 "(하천이나 지하수) 오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젖소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광희(53)씨는 "한우와 젖소는 다르다"며 젖소 농가의 피해와 어려움을 이렇게 호소했다.

"종축개량협회에서 수입하는 젖소 한 마리 가격은 600만 원인데, 구제역으로 인한 젖소 보상가는 2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니 (수입된) 젖소를 살 수도 없다. 생산능력 늘린다고 3∼4억 투자해놨는데…. 비싼 착유기 등까지 다 태워 버렸다. 젖소를 한우 개념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이씨는 "(매몰지 바로 옆) 이 농장 주인은 (젖소를 살처분한 이후에) 술 먹고 폐인이 됐다"며 "수의사가 구제역 걸린 지역에 갔다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아침에 다 묻어버릴 수 있나?"라고 정부의 '무작정 살처분'을 성토했다. 또다른 축산농민은 "임신 중인 27마리의 젖소를 다 매몰하는데 눈물이 나오더라"라며 "이곳에 다녀간 수의사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윤후덕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젖소 농가의 보상체계를 다시 짜서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강원 홍천] 1만 3000여 마리 대형매몰지, 여름철 홍수시 붕괴 우려

강원도 홍천군 남면의 한 대형매몰지. 경사진 면에 매몰지를 조성해 붕괴 가능성이 있다.
 강원도 홍천군 남면의 한 대형매몰지. 경사진 면에 매몰지를 조성해 붕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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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에서는 지난해 12월 28일 첫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후 22일 현재까지 총 38건의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31일 화촌면 외삼포리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부터는 진정국면에 들어섰다.

홍천에서는 소 3만2254마리, 돼지 3만1887마리 등이 사육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우 1898마리, 돼지 2만2600마리가 살처분됐다. 매몰지는 총 41곳(대형 9곳, 소형 32곳)이다. 구제역과 관련해 집행된 예산은 36억여 원에 이른다.

홍천군은 이날 조사단에 제출한 '구제역 방역 추진상황 보고' 자료에서 '애로사항'을 이렇게 기술해 놓았다.

□ 이동통제 장기화에 따른 문제
○사육중인 가축의 과밀, 과체중, 사료수급, 분뇨처리 문제 심각
○구제역 투입인력, 예산부족, 주변 환경오염 심각

□ 지역경기 침체에 따른 비축산 주민 불만 팽배
○상가, 서비스업 종사자 간접피해 보상요구
○이동통제에 따른 축산인과 비축산인의 갈등 심화

조사단은 홍천군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남면의 매몰지를 집중적으로 둘러봤다. 허필홍 군수가 "남면지역 주민들이 식수나 생활용수와 관련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물 문제 해결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남면의 첫 방문지는 1만3407마리의 돼지가 묻힌 대형매몰지였다. 이 매몰지도 부지선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먼저 매몰지가 물이 흐르는 도랑 바로 위쪽에 설치돼 있었다. 도랑의 물이 식수원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에서 침출수가 새나올 경우 식수원 오염이 우려된다. 특히 차수벽조차도 설치돼 있지 않아 그런 우려를 더욱 부추겼다.

또한, 매몰지가 경사진 면에 조성돼 여름철 홍수시 붕괴될 수도 있어 보였다. 이곳은 1만3000여 마리가 묻힌 대형 매몰지라는 점에서 매몰지가 붕괴될 경우 심각한 2차 피해가 예상된다. 침출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관측정도 설치되지 않았다. 정범구 의원은 "관측정이 있어야 침출수 문제를 알 수 있다"며 "관측정이 없으며 침출수가 얼마나 나오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측정 설치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곳은 지난 1월 3일 조성된 매몰지임에도 침출수를 한 번도 뽑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천군의 한 간부는 "침출수를 뽑는 게 원칙인데 침출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후덕 정책위 부의장이 "침출수는 매몰한 후 1주일부터 나온다"고 지적하자, 이 간부는 "겉으로 나오는 침출수를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몰지에 동행한 조일현 전 민주당 의원은 "침출수가 겉으로 보이느냐만 중요한 게 아니라 침출수가 새서 어디로 흘러가느냐가 중요하다"며 "홍천에서는 지하수가 많이 나고 남면에서는 지하수를 주로 먹고 있기 때문에 상수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는 물에서 우유가 나온다? "폐유로 지표수 오염"

강원도 홍천군 남면의 또다른 매몰지. 하천 바로 옆에 조성해 하천오염과 식수원 오염이 우려된다.
 강원도 홍천군 남면의 또다른 매몰지. 하천 바로 옆에 조성해 하천오염과 식수원 오염이 우려된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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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의 두 번째 매몰지는 제법 큰 하천 옆에 조성돼 있었다. 이곳에는 한우 60두가 묻혔다(1월 14일). 특히 이 하천은 취수원과 바로 연결돼 있어서 침출수가 새나가면 심각한 상수원 오염이 우려된다.

한 주민은 "여름에 하천물이 불어나면 정화조 차량이 진입할 수도 없어 침출수를 빼낼 수도 없다"며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그냥 묻기만 했다"고 성토했다. 이에 김선균 홍천군 축산과장은 특별한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보완조치하겠다"고만 말했다.

조사단은 이날 축산농가의 폐유로 인한 식수피해도 직접 확인했다. 남면에 살고 있는 조병만씨는 "위쪽에 젖소농가가 있는데 구제역 때문에 이동을 못하니까 두달 동안 우유를 버려왔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10일 전 먹는 물(지표수)에서 갑자기 악취가 났다. 물 색깔도 뿌했다. 물을 떠서 도청에 갔다. 담당자에게 '구제역 소독약이 장기간 지하로 들어가 오염된 것인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담당자가 '소독약이 아니라 우유 때문인 것 같다'고 알려왔다. 내가 '무슨 우유냐?'고 물으니까 '폐기처분한 우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알고 보니 축산농가에서 하루에 400리터씩 우유를 폐기처분해왔다"며 "그래서 먹는 물이 약간 우윳빛을 띠고 악취가 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는 암반수(지하수)가 없어서 지표수를 먹는다. 그것이 다 오염된 것이다. 지금 밥도 못 해먹고, 빨래도 못하고 있다. 이것은 구제역 2차피해 아니냐?"

실제 기자가 조씨의 집에 들어가 식수 등으로 쓰는 물을 세숫대야에 받아 냄새를 맡아보니 오염된 듯한 악취가 났다. 물의 색깔도 탁했다. 조씨는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게 이 정도"라고 말했다.

동행한 농식품부의 관계자는 "폐유의 경우 초고온 살균을 통해 분유 등 유제품 원료로 쓸 수 있고, 버릴 경우에는 농가 인근에 구덩이를 파서 폐기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김선균 과장은 "(조씨 같은 경우를) 법적으로 구제해줄 방법이 없다"며 "원인 제공자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구제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이처럼 구제역 후폭풍이 곳곳에서 식수문제로 번지고 있었다. 지하수를 먹는 물로 많이 쓰고 있는 홍천군에서도 식수문제는 심각했다. 이에 군은 79억여 원을 들여 9개소 상수도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상수도가 설치될 경우 685가구 2249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수도가 설치될 때까지 식수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경기도 이천] 상추재배 하우스 안에서 침출수 냄새?

상추를 재배하는 하우스 근처에 대형매몰지가 조성돼 있다.
 상추를 재배하는 하우스 근처에 대형매몰지가 조성돼 있다.
ⓒ 정범구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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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전수리의 한 상추재배 하우스. 가까운 곳에 대형매몰지가 있어 지하수에서 침출수 냄새가 났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전수리의 한 상추재배 하우스. 가까운 곳에 대형매몰지가 있어 지하수에서 침출수 냄새가 났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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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의 축산업은 파주나 포천처럼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천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돼지 등 가축수는 41만3816마리인데, 매몰된 가축수는 무려 37만5918마리(90.9%)에 이른다. 즉 10마리 중 1마리만 살아남은 셈이다. 

특히 이천의 양돈산업은 무너진 상태다. 사육하고 있는 37만2546마리의 돼지 중 36만7938마리가 매몰됐다. 이천시 전체 양돈의 98.8%가 땅 속에 묻힌 것이다. 살아남은 돼지는 4608마리에 불과하다.

강영환 대한양돈협회 이천시지부장은 23일 전화통화에서 "양돈산업 기반이 무너져 암담하다"며 "종돈과 후보돈이 다 살처분해 이것을 복원하는 데 2년 반에서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의 마지막 방문지는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에 위치한 시설채소재배단지였다. 이곳에서는 농업용 지하수 관정을 8개 사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2개 관정에서 악취가 나고, 토양에서 흰색의 지방성분이 보인다는 신고가 지난 9일 시에 접수됐다. 문제는 민원이 발생한 농가 근처에 9016마리의 돼지가 매몰됐다는 점이다.

민주당 소속 성복용 시의원은 "20여개 시설채소 농가에서 농업용수와 식수로 이용하고 있는 8개 관정 중 1개 관정에서 역한 악취가 발생했다"며 "인근 채소 농가 하우스 내 역한 냄새 발생으로 채소재배작업이 곤란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탁한 악취로 하우스 내 상추의 속이 오그라드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수질오염에 따라 농산물 생산량이 떨어지고 상품가치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이천시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시는 "지하수에서 냄새가 나고 있으나 사체 썩은 냄새인지 가축분류냄새인지 분별하기 어렵다"며 "매몰지와 지하수 관정의 거리는 약 15m 정도 떨어져 있고 인근 다른 농사에서는 민원발생이 없다"고 밝혔다.

시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검사결과 암모니아성 질소는 기준치를 초과하나 염소이온은 기준치 이내로 침출수 또는 가축분뇨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원자력연구원 분석결과를 토대로 종합판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원이 발생한 두 개 관정은 폐쇄하고 지하수를 다시 파서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사단이 상추재배농가의 하우스를 직접 방문해 지하수를 틀자 역한 냄새가 났다. 상추가 자라고 있는 하우스 안에서도 비슷한 냄새가 가득했다. 이곳은 구제역 매몰지로부터 15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채소재배 농민인 이희웅씨는 "돼지를 매몰하기 전에는 냄새도 안났고 그냥 먹기도 했다"며 "상추에서도 냄새가 나 물을 못주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상추재배 하우스 안 지하수를 직접 조사한 정범구 의원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하수) 냄새가 아주 안좋다"며 "침출수 냄새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 구제역 매몰지의 저류조에서 맡았던 냄새와 비슷하다"며 "최종 검사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침출수 냄새일)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성복영 도의원도 "매몰지 주변 시설채소농가가 이용하는 농업용수와 식수로 오염이 확산될 수 있다"며 "특히 매몰지가 국가하천(복하천)에 근접하고 있어 침출수 유출시 팔당상수원도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천시는 "침출수 유출 등 2차오염을 막기 위해 쓰레기매립장용 차수막을 시공했다"며 "이로 인해 침출수 유출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조사에는 민주당 서종표·문학진 의원, 이철우 수석사무부총장, 윤후덕 정책위 부의장, 홍하일 수의사연대 대표, 정성대 한국양돈수의사회 회장, 서상희(충남대)·정찬호(대전대) 교수, 고도현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등이 동참했다.


태그:#구제역, #민주당 구제역 매몰지 현장조사단, #정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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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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