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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60주년 서울수복 기념 및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서울 상공에서 공군 블랙이글 T-50 편대가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6.25전쟁 60주년 서울수복 기념 및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서울 상공에서 공군 블랙이글 T-50 편대가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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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김남수 제3차장 산하 산업보안단 소속 실행팀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 등이 보도했다.

22일 <조선일보>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산업보안단은 국내 산업 정보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익에 민감한 국내외 산업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을 하는 조직"이라며 "당시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들어갔던 남자 2명, 여자 1명은 산업보안단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지난 2009년 가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대북업무에 주력하던 3차장 산하 조직의 기능을 산업을 포함한 과학정보 수집과 특수 업무 위주로 바꿨다. 국정원은 휴대폰과 반도체 등 세계 1위의 첨단 기술을 보유한 업종이 늘게 되면서 우리나라가 갈수록 국제 산업스파이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산업보안단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은 16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인도네시아 경제개발 계획의 주요 파트너로 한국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우호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에 굳이 국정원이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비판론이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국산 고등훈련기 T-50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수입 문제를 비롯한 한·인도네시아 간 포괄적 방산협력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국정원의 소행으로 확인될 경우 국가 정보기관으로서 치명적 실수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 같은 유형의 정보 수집은 김남수 국정원 3차장이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차장은 차관급으로 임명시 언론에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국정원 3차장에 임명된 김남수 차장은 강릉고(13회)와 육군사관학교(36기)를 나와 국정원 실장과 대통령실 국가위기 상황팀장을 역임했다.

국정원은 연루 사실 공식부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국정원 직원이다, 산업스파이다, 단순절도범이다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사건 무마에 주력하면서 경찰에 보안을 요청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서범규 남대문경찰서장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7일 새벽 3시 45분경 국가정보원 소속 직원 1명이 남대문서를 방문해 인도네시아 특사단 신고 내용 등에 대해 문의했다"며 "당시 상황실장과 사건 담당팀장이 만났으며 외교적 부분이 있어 보안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 서장은 "국정원은 물론이고 경찰청 등을 통해 사건의 은폐 등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며 "국정원 직원이 방문한 것은 단순 정보수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자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보도에 대해 공식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부인에도 여권 내부에서조차 "창피한 일이다", "원세훈 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등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천안함 폭침, 리비아 사건, 연평도 피격, 인도네시아 특사단 사건…. 국정원장은 이제 좀 물러났으면 한다"며 원세훈 국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대표적 MB맨'인 원세훈 원장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데 이어 지난 2009년 2월 국정원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원 원장 체제의 국정원은 지난해 6월 리비아에서 스파이로 붙잡혀 추방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유엔 특별보고관 일행을 미행하고 <MBC> 직원을 사칭하다 발각되는 등 숱한 탈법 행위와 정체 노출로 '국격 실추의 주범'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국산 T-50 고등훈련기 인도네시아 수출에 적신호

우리 공군의 T-50.
 우리 공군의 T-50.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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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사건은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외교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거의 성사단계에 있었던 국산고등훈련기 T-50의 수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훈련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T-50과 러시아의 Yak-130 두 기종을 놓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러시아보다 한국 T-50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는 T-50의 첫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소행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T-50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T-50을 선정하려해도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측이 강력히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이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 성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가안보에 근본적 에너지를 만들어야 할 국가정보원이 내곡동 흥신소로 전락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원세훈 국정원장이 미국을 극비 방문했다는 보도가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나왔다"며 "이번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절도 미수사건도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을 통해서 정보가 새어 나가고 있는데, 국정원 스스로 이 정부 관계자가 누구인지 조사하고 밝혀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정보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 대통령 최측근이란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국정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태그:#국정원 , #T-50, #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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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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