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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부동산갤러리에 '사오피'라는 누리꾼이 올린 2011년 수도권 계급표에 의하면 강남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 이들은 황족, 송파구는 왕족, 경기도는 노비란다. 그러니까 현재 송파구 위례신도시 개발지구에 속해있는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은 '사오피'라는 누리꾼의 계급표에 의하면 '노비'들이 살던 곳이요, 개발이 완료되어 입주한다면 송파구 시민이 되는 것이니 그야말로 노비에서 왕족으로 계급이동을 하는 것이다.

 

말도많고 탈도 많은 송파지역의 재개발 사업, 송파신도시 일부는 이미 완공이 되어 입주를 마쳤다. '가든5'는 아직도 입주가 완료되지 못해서 몇몇 입주업체 외에는 여전히 파리를 날리고 있으며, 결국에는 중소상인들을 위한 단지가 아니라 복부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전형적인 부자를 위한 부동산개발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주 가끔씩 지나다니던 곳, 언제부턴가 플래카드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들이 있겠지만, 서민들은 다 쫓겨났고 거반 집들도 철거가 되어 괴기스러운 동네가 되어버렸는데도 여전히 남성대 군 골프장은 성업 중이다.

 

송파신도시는 군인들의 대체 골프장 요구에 발목이 잡혀 송파신도시 개발계획 확정이 지연된 바 있으며, 결국에는 송파신도시가 개발되어도 남성대 골프장은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으로 대단한 국방부에다가 참으로 대단한 취미생활이다. 언제부터 골프가 대중운동으로 승화되었는지, 과거엔 서민이 골프채를 잡는 것은 상상해 보지 못했는데 요즘이야 보통 서민들도 웬만하면 취미가 골프라 하니 전국민의 계급상승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에 살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입주를 하기 전까지는 여기저기 전전해야 할 터이고, 그것이 요즘 전세대란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어떤 이들은 도시개발로 입주권을 얻는다고 좋아하기도 할 터이고, 어떤 이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입주권도 얻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재개발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이익이 된다면 반대할 일도 없을 터인데, 목숨을 걸고 반대하겠다는 플래카드가 즐비한 것을 보면 다양한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일까?

 

 

지금이야 사람이 떠나버려 흉물스러운 모습이지만, 이곳에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었다면 얼마나 정겨운 곳일까 싶다.

 

성냥갑같이 각진 아파트, 층간 소음때문에 마음껏 뛰놀지도 못하며 살아가야 할 아파트가 과연 최적의 집일까? 개인적으로 이렇게 나즈막한 집, 텃밭이 있고 마당에는 감나무나 밤나무도 있는 집, 항아리를 묻을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이 좋다.

 

몇 년 뒤면 이곳에도 아파트가 들어서고 입주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 중에서도 그곳에 들어와 살 수 있는 분들이 있을 터이다. 그리고 큰 덩어리로 송파위레신도시개발지구라는 이름이 붙은데 입주하는 분들이나 토건회사가 그 주소를 경기도가 아닌 '송파구'로 바꿀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면, 과연 노비에서 왕족으로 계급상승이 되는 것일까?

 

지금은 을씨년하고 괴기스러운 마을이 되어버린 그곳, 과연 우리에게 집은 무엇일까 싶다. 아직 내 이름 석 자로된 집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은 불가촉천민의 삶이라고 해야하는 것일까?


태그:#재개발지구, #송파신도시, #전세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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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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