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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르신들은 가족 생계를 위해 1년 365일, 쉬는 날도 하루없이 봄, 여름, 가을 농사일에 전념을 다해도 살기가 힘들었다. 우리 아버지 역시 농사철이 끝나 농한기가 되어도 유달리 눈썰미와 손재주가 좋으셨던 관계로 한시도 쉬지 않으시고 농촌에 초가지붕 잇는 일에 뽑혀 다니시며 농한기를 모르고 열심히 일을 하셨다.

 

그런 부모님의 시대를 "구름에 달 가듯" 스쳐 살아온 필자는 어려서 부모님을 도와 나름대로 고생하며 살았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나는 1970년대 중반부터 도심 생활을 하기 시작한 후 하루를 24시간이 아니라 25시간으로 알고 열심히 일했으며 일주일이 7일이 아니라 8일로 알고 야간작업을 밥 먹듯 하며 살았다.

 

누구에게 도움받지 않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삶을 살아야 했기에 바쁘게 두 아이 뒷바라지하며 살다 보면 그 흔한 서민 음식 '삼겹살' 한번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채 허리띠 졸라매고 달려야 했다.

 

▲ 경기도 제3의 도립공원 수리산 경기도가 지정한 제3의 수리산 산행길에 만난 풍경과 동영상을 기사화 한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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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오늘 내가 친구들과 어울려 걸망을 짊어지고 산행을 하는 것 자체가 사치이고 허영같은 생각이 들고 평생을 고생하며 사셨던 부모님을 회상하면 마치 죄지은 것 같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람도 자연도 세월따라 시대따라 변화하는 것인 것을…. 너무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해 오늘을 멈칫거린다고 무슨 영광이 특별히 있겠는가?

 

그래서 기왕지사 떠나는 산행길, 오늘(13일)은 어릴 적 죽마고우들도 부르고 늘 나와 함께 산행을 떠나는 우리산내음 일요산행팀과도 어우러져 총 18명이 명학역에서 오전 10시에 만나 2009년 9월, 경기도 3번째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수리산 산행을 시작했다.

 

수리산

수리산(修理山 (일명 견 불산)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와 군포시, 그리고 안산시의 경계에 있는 높이 475m의 산이다. 총면적은 159만 4,000㎡로서 국유림이 28만㎡, 사유림이 131만 4,000㎡이다.

 

대부분의 산봉우리 및 절벽은 대체로 규암(주로 석영의 입자만으로 된 매우 단단한 입상(粒 狀) 암석)이고 계곡지대는 풍화에 약한 흑운모(고토분이 많으며, 철·칼리·반 토(礬土)·물 따위가 결합한 복잡한 규산염으로 이루어진 운모), 호상 편마암(반드시 장석을 포함하고, 석영·운모·각섬석 따위로 이루어진 변성암)이나 안구 상 편마암( 안 구형 결정이나 결정 집합체를 포함하는 편마상 조직의 암석) 지대이다. 높이는 태을봉(489m)·슬기봉(451.5m)·관모봉(426.2m)·수암봉(秀巖峰: 395m) 순이다.

 

수리산이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후보 대상지로 (소요산, 청계산, 명성산, 철마산, 수리산)등 5개나 되었으나 도심 속에 있는 녹색 섬으로 주말 일일 평균 1만4,000여 명, 연간 140만여 명이 수리산을 찾는 산이 되어 인기가 높아 2009년 9월 16일 경기도에서 세 번째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수리산 도립공원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자원에 따라 (적극보존공간, 산림휴양공간, 체험학습 및 지원공간) 등 3개 구역으로 나뉘고 (생명이 숨 쉬는 숲, 자연을 느끼는 숲, 건강이 넘치는 숲, 만남이 있는 숲, 배움이 가득한 숲)등 다섯 가지 주제 숲으로 조성될 것이라 한다.

 

수리산에는 식물 (102과 311속 474종-식 재종 70종, 귀화 식물종 35종 포함), 조류 (5목 12과 26종, 곤충류 총 15목 117과 300종)이 살고 있으며 한국 특산종인 변산바람꽃, 맹꽁이, 왕은점표범나비, 고려집게벌레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상당수 서식 중이며 박쥐능선(태을봉, 슬기봉)과 공군부대 주변 수리사, 속달동 바람고개 주변은 자연경관이 아주 뛰어나며 북쪽 골짜기에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신자 촌(信者 村)이 있다. (온라인 자료 참고 필자 편집)

 

 

 

그런데 나는 도립공원 지정 이전에 이곳 수리산을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산행을 한 바 있다. 그때는 등산로 위험 구간 및 생태보전 지역이 방치되어 있어 산행하기 많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곳곳에 데크목 계단과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런 편의 시설들은 많은 눈과 추위로 등산로가 언 날 안전하게 산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와 절벽 위에 설치된 고가 계단 길에선 멀리 서해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전망처가 생겨 수리산 산행에 또 다른 명소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날 명학역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1시간 정도 걸려 관모봉에 올라 일행들과 정상 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태을봉으로 가는데 내려가는 코스는 햇볕이 들어 괜찮지만 북사면 등반 코스는 완전히 동토의 땅으로 얼어 아이젠을 신어도 상당히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만, 관모봉에서 태을봉까지는 20분도 채 안 되어 도착하게 돼 정오 12시 조금 넘은 시간 헬기장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슬기봉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이곳 구간은 대부분 편마암이 많고 부분적으로 백운모 및 흑운모로 형성된 뾰족뾰족한 칼바위 능선 암릉이 있어 나는 이렇게 암릉구간 스릴만점 코스에 더 재미를 붙이며 갔다.

 

또한, 슬기봉은 소나무와 기암이 어우러져 많은 사람에게 기념 사진촬영 명소로 알려져 있다. 나도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어지는 암릉 구간을 지나왔는데 사방팔방 조망이 압권이다. 건너편 고깔봉에는 공군부대가 주둔해 등반은 금지되었으나 멀리 수암봉과 서해까지, 시계가 좋은 날은 서해까지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슬기봉에서 내려와 삼거리 안부에서 일행 중 14명은 안양시 청박골 공원 방면으로 하산하고 나는 동생들과 함께 수암봉까지 종주하기 위해 산행을 계속했다. 3년 전에는 이곳 구간(공군부대)을 우회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이 위험한 암릉 구간에 고가 계단 길도 만들고 지붕을 씌운 터널 길을 조성하여 비 오는 날도 편안하게 오갈 수 있다.

 

특히 고깔봉 지역을 에돌아 수암봉으로 가는 경사 구간은 땅이 얼어 경기 북부지역 산행 시 볼 수 있는 군부대 철조망을 이곳 구간에선 밧줄 대신 이용하고 있었다. 철조망을 매달리듯 잡은 채로 조심조심 내려 헬기장에서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수암봉에 오르니 세상에 얼마나 많은 등산객이 수암봉에 올랐는지 마치 북한산 백운대 산행 인파를 방불케 붐비고 있다.

 

 

그런데 이곳 수암봉에 오른 산행 인파는 대부분 가족 산행을 나온 사람들로 간편 복장에 배낭도 메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오른 분들이 많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손자 아이와 함께 왔어도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을 하며 수암봉에서 내려와 좌측 소나무 쉼터 방향으로 갔다. 

 

소나무 쉼터에 도착하니 마치 추사의 명작 세한도에서 본듯한 소나무들이 즐비해 얼마나 아름답던지 마음 같아선 잠시 휴식을 취하며 피톤치드 향이라도 듬뿍 마시고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먼저 하산한 일행들이 빨리 오라고 계속해서 전화를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내려왔던 길을 되짚어 올라 헬기장에서 나만 먼저 산악 마라톤 하듯 제3삼림욕장 방면으로 뛰어 하산했다.

 

한국 가톨릭교회 신자촌을 지나고 원두막과 물레방아 모습이 인상적인 먹을거리 거리를 지나 창박골로 하산했다. 안양시에서 조성한 공원 앞에서 이날의 수리산 종주 산행을 모두 마치고 일행들을 만나 저녁 식사 겸 가벼운 뒤풀이 후 귀가를 서둘렀다.

 


태그:#수리산, #관음봉, #태을봉, #슬기봉, #수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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