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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처음 일어난 일'로 기록해 마땅할 불길한 사건들이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래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다. 도대체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대통령 당선에 즈음해서는 사상 초유의 태안 기름유출사건이 터지더니, 대통령 취임이 임박해서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잿더미로 돌변하였다. 또 그에 뒤질세라 광우병 파동으로 온 나라를 들쑤시더니, 이어서 용산참사까지 벌였다. 그럼에도 '강․부․자'(강남-부동산-부자),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출신) 내각 소동으로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하늘이 무심케도 비극은 멈출 줄 몰랐다. 심지어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전직 대통령의 투신자살 사건까지 생겼다. 이어서 물론 강요된 죽음은 결코 아니었으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헌신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도 별세했고, 우리의 정신적 스승이셨던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까지 세상을 버리셨다.

 

하지만 그게 또 다가 아니다.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으로 아까운 인명이 희생당하였다. 게다가 무차별적인 생명파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탄받는 4대강 사업이 졸속으로 강행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제역까지 터져 나왔다. 불우하게 살처분 당한 가축이 수백만 마리를 훌쩍 뛰어넘었다. 뿐만 아니라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번져 역시 수백만 마리가 넘는 오리, 닭이 산채로 땅에 파묻혔다.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까지 구제역이 4번 발생하였으나, 총 매몰수가 소·돼지 22만 마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가축 수난의 비극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어쨌거나 단군 이래 초유의 사태다.

 

'불도저' 이 대통령 사전에는 '일방통행'밖에 없나?

 

재앙, 또 재앙이다. 사람이 죽고, 동물이 죽고, 자연환경이 죽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세상을 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사전에는 '일방통행'밖에 없다.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여, 이 사회의 모든 귀중한 생명을 세상 밖으로 밀쳐내고 또 밀쳐내기만 할 따름이다. 대화도 없고 소통도 없다. 예컨대 지난번에 있었던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란 좌담회 역시 청와대가 나 홀로 '기획·연출'을 도맡아, 다시 한 번 더 '유아독존'만을 과시했을 따름이다.

 

실상이 이러하니 '소통이 아니라 소탕만 하고 있다'는 비판만 활개칠 뿐이다. 급기야는 스스로가 내세운 약속까지 솔선수범 하여 파기해버릴 경지에까지 이를 정도가 되었다. '충청권 과학벨트 유치' 대선 공약을 백지화함으로써 속절없는 후폭풍 사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의 불길한 참변이 (특히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왜 이다지도 줄기차게 끊일 새 없이 터져 나오는가. 하늘이 우리 민족을 버리기라도 한 것인가.

 

고려 말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의하면, 단군은 신성을 지닌 아버지와 동물성을 지닌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단군은 곧 신성과 동물성을 동시에 지닌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설화는 인간을 이 우주 및 자연과 하나 됨을 고귀하게 여기는 존재로 인식했다는 우리 선조의 뜻깊은 자세를 널리 펴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화에 신과 짐승 모두가 다 인간이 되고 싶어했다고 써놓은 걸 보면, 우리 옛 선조들이 인간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간주했던가 하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가장 지고한 하늘나라의 신뿐만 아니라 가장 힘이 센 맹수까지도 인간사회를 그리워했다는 것은, 인간을 멸시하는 사상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상상력이다. 아무튼 단군 신화는 서로 다른 두 신분(환웅과 곰)이 결합해 단군이라는 통치자를 낳음으로써, 인간 지향적인 화합과 창조의 역사를 만들어낸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이 단연 우리 민족의 으뜸 사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홍익인간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우리 민족은 이 사상을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여겼다. 이는 곧 '나'라는 개인보다는, 내가 속한 공동체인 '우리'의 이로움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는 세계관을 낳게 되었다.

 

이런 정신은 지금까지도 일상생활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는 말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 나라이며, '내'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라고 말한다. 남편들이 자기 부인을 말할 때도 '우리' 마누라라고 한다. 마치 여러 사람이 한 부인을 공유하는 것처럼 들린다. 문법적으로는 분명히 틀린 말이지만, 홍익인간 이념이 낳은 언어적 표현임을 이해한다면, 결코 틀린 말일 수 없다.

 

힘센 놈이 최고? '사익 우선주의' 적극 조장되는 세상

 

그러나 특히 이 대통령 취임 이래, 우리 사회의 기본이념이 이러한 홍익인간에서 '인간을 널리 손해보게 한다'는 뜻의 '홍손인간'(弘損人間)으로 뒤바뀌어버린 듯하다. 무엇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사익 우선주의'가 적극 조장되고 있다. 말하자면 힘센 놈이 최고식, 세계화 시대의 자유경쟁 원리만이 높이 찬양받고 있을 따름이라는 말이다. '강부자'니, '부자감세' 등속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사회 구성원 상호간의 연대와 공생에 똬리를 튼 우리의 전통적인 공동체 의식이 이기주의에 의해 극심하게 할큄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통령이 기려마지 않는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다원주의가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이해관계 상호 간의 소통과 협상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그러나 타협 없는 원칙은 독선이며, 원칙 없는 타협은 야합일 뿐이다. 이 대통령은 가슴에 손을 얹고 겸허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혹시 자신이 지금껏 독선과 야합으로만 일관해오지 않았는가'라고. 그런데 엄연히 상대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정치세계에서 언제까지 떼쓰기 하나로 버틸 것인가. 이 대통령은 혹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정치인은 아닌가.

 

이제 우리 국민의 마지막 과제는 어떻게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데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의 주권을 스스로 수호한다는 차원에서, 소통과 타협을 거부하는 모든 정치인에 대해 응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그가 지방의원이든 국회의원이든 또는 대통령이든지를 가리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대리토록 엄숙히 부여해준 우리의 주권을 다시 되찾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국민소환이 유일하게 남은 활로인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호성 기자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입니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단군, #박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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