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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보기만 한다고 모든 사랑이 이뤄지는것은 아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고 모든 사랑이 이뤄지는것은 아니다
ⓒ 너는 내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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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쌍떡잎식물로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을 뜻한다.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무엇보다도 햇빛이 가장 중요한 식물중 하나다. 하지만 남녀관계 혹은 짝사랑에 마음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바라기는 이러한 꽃으로의 존재보다는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곳만을 바라보는, 한사람만을 볼 수밖에 없는… 태양처럼 빛나는 존재를 계속해서 쳐다보는 이들에게 해바라기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따스한 햇빛을 받았기에 사랑할 수 있는 생명력을 얻었지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입장, 아름답다면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아픈 것이 해바라기 사랑이다.

현재 나의 주변에도 그런 이들이 보인다. 나 역시 과거 짝사랑을 경험해봤기에 전부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 아픈 마음이 미루어 짐작될 때가 종종 있다. '얼마나 아플까…', '많이 속타 겠다' 직접적인 동병상련까지 언급한다면 오버겠지만 상대편의 심정이 전해져올 때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남녀관계이고 사랑하는 마음이라지 않은가, 쳐다보는 사람의 마음도 아프겠지만 그 대상이 되는 사람 입장에서도 무조건 자신을 좋아해 준다고 받아줄 수도 없지 않은가. 사랑은 동정이 아니기에, 그리고 동정으로 만들어질 수도 없는 것이기에…

이성의 마음을 얻기위해서는 내가 먼저 이성이라는것을 보여줘야한다. 마냥 친구같고 친동생같아서는 마음을 얻기 힘들다.
 이성의 마음을 얻기위해서는 내가 먼저 이성이라는것을 보여줘야한다. 마냥 친구같고 친동생같아서는 마음을 얻기 힘들다.
ⓒ 말죽거리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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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한 여사장님과 얌전한 남직원

우연히 알게된 어떤 여사장님이 있다. 172가량의 큰 키에 예쁘장한 얼굴 거기에 약간은 호리호리하지만 서구형으로 늘씬하다. 개인적으로 마른 사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미인점수를 주라면 난 높은 점수를 주지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상위클래스 미인에 속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주변 아저씨들의 반응도 그렇고, 다들 그 여사장님을 대할 때는 조금씩 다르다. 뭐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나하고 별반 상관이 없어도 미인과 보통의 여성분들을 대하는 남자들의 반응이 약간씩은 다른 그런 것 말이다.

그 여사장님은 외모와 다르게 남성들이나 할만한 일을 하고 있다. 원체 씩씩하고 남자 같은 성격이라 여성적인 일보다는 그런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배포도 두둑한 편이다.

맞다. 성격만 보면 여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요리도 잘하고 친해지면 여성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겠지만 평소의 그녀는 걸걸하기 그지없는 여장부다. 그분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긴머리 휘날리며 장검을 휘날리는 잔다르크가 연상될 정도다.

하지만 못생기고 참한 성격의 여성과 예쁘고 남성 같은 성격의 여성은 분명 다른지라 그녀를 대하는 주변의 반응은 사뭇 호의적이다. 일부 여성들은 되게 꼴보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성들은 대체적으로 참 좋게 봐준다.

어쩌면 그 여사장님이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데에는 외모 덕도 무시할 수 없다.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분명 사회 생활하는데는 경쟁력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나보다.

그 여사장님에게 7~8명의 직원들이 있다. 워낙 유동성이 많은 직업이라 쭈욱 붙어있는 멤버들은 아니지만 들어왔다 나왔다하면서 보통 그 정도가 유지되고있는 모습이다. 그중에서 그림자처럼 그녀와 함께 하는 한 남자가 있다.

나이는 2살 연하인데 키는 좀 작은 편이고 다소 내성적인 편이다. 여성적이라고까지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여사장님이 워낙 터프한지라 상대적으로 연약해 보이는 이미지도 있다.

꽤 오랫동안 지켜본 나의 눈에 그는 여사장님에게 상당히 좋은 직원이다. 나왔다 안 나왔다하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충실하게 일해주고 바쁜 여사장님을 위해 잔심부름도 해주는 등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이래저래 믿을만한 사람이 많지 않은 그녀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직원이 아닐 수 없다.

편해서 그런지 여사장님은 그 직원을 마치 원래 아는 동생처럼 대한다. 2살 차이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겠지만 어차피 피차 서른을 넘긴 나이들인지라 가끔은 직원에게 "야 임마!" "야 이자식아 일을 그따위로 하면 어떻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다 민망할 정도다.

물론 일의 연장선이다. 실수를 하니까 혼을 내는 것이고 일이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괜스레 트집을 잡거나 사적으로 간섭을 하는 일은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좀더 아주 많이 편하게 그 직원을 대하는 것은 사실이다.

평소에 잘해줄 때도 "야 이것 먹어라" "넌 장가 언제 가냐? 어서 장가부터 가 이놈아" 그런 식이다. 완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는 동네 동생 대하듯 한다.

맞다.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같이 일하는 사이에 편하면 좋다. 여사장님의 성격이 원래 남성적이기도 하거니와 악의는 없기에 그 직원도 별다른 오해 없이 순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겪은 여사장님의 성격은 뒤끝이 없고 상당히 진실한편이다. 그러하기에 나도 편하게 그녀와 일적인 거래를 하고 인간적으로도 좋은 마음을 갖고 있다. 남자 여자를 떠나 좋은 사람이다.

사랑은 한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할수있는 위대한 힘이 있다
 사랑은 한사람을 죽이고 살리고 할수있는 위대한 힘이 있다
ⓒ 말죽거리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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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바라보기만 하는 '해바라기'는 슬프다.

특별히(?) 자신을 좀더 구박함에도 불구하고 그 직원은 뭐가 그리 좋은지 항상 여사장님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는 일부 얌체 직원들과 달리 그 직원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여사장님의 마음을 되려 걱정하고 뭔가 하나라도 더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다.

왜 그럴까, 도대체 왜 그럴까… 물론 그 직원이 천사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직원의 다른 친구들을 통해 들은 말에 의하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 정도까지 인내심이 깊고 착한 사람은 아니다. 나름대로 화도 낼줄 알고 자존심도 강한 편이다. 그곳을 때려 친다고 해도 다른 수입원이 있는지라 구태여 구박을 받으면서 머무를 이유도 없다.

맞다. 그 직원은 그곳이 좋아서 붙어있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여사장님이 좋아서 함께 있다. 비록 이미 진작에 결혼한 유부녀 사장님이기는 하지만 그 직원은 정말로 좋은 마음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그저 함께 있기만해도 행복한 그런 기분 말이다. 물론 카리스마가 이글거리는 그 여사장님과 소극적인 직원의 성향상 문제가 될 일은 없어 보인다.

직원 역시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특별한 행동을 취하거나 그러 지는 않는다. 그래서도 안될 것이고 말이다. 앞으로도 뭔가 직원이 다른 식으로 마음을 표현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가끔 여사장님과 커피나 술을 한잔씩 마실 때가 있다. 일 적으로 겹치는 부분도 많고 일을 하는 시간대도 비슷해 다른 손님들보다 자주 보는 편이다. 그럴 때면 그 직원이 자주 따라온다. 다른 직원들은 피곤하니까 금방 퇴근하지만 그는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하지만 꾸역꾸역 그 자리에 같이 동석한다. 그렇게라도 같이 하는게 좋으니까 그런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좀 슬프다. 누군가를 바라만 봐야하는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만큼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는 다소 내성적임에도 '이 사람이다'싶은 순간에는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이성에 대해 용기가 많은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게해야 만이 조그만 인연이라도 쌓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직원은 나와 비교해도 적극성이 많이 떨어지고 더욱이 상대는 유부녀다. 남의 아내를 좋아한다는 자체가 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남몰래 가슴앓이 하는 것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욱이 그 여사장님의 카리스마를 감안했을 때 설사 아가씨라고 해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언젠가 여사장님이 나에게 그랬다. "그 녀석하고 일 끝나고 자주 밥 먹으러 다니다 보니까 내 애인쯤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하핫…"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슬쩍 떠봤다. "왜요? 애인이면 어때서요. 물론 지금은 임자가 계셔서 안될 일이지만 아가씨다면 그런 착한 애인도 괜찮지 않을까요?"

별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해바라기 직원의 심정을 백분의 일이라도 내가 대신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자 여사장님이 정색을 하면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휴…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저 눈높아요. 결혼을 했고 안했고를 떠나서 걔같은 남자랑 내가 만나는게 말이나 되요?"

그랬다.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나도 노총각인지라 연애나 여자의 마음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진작부터 깨달은 사실 하나는 있다. 싫고 좋고를 떠나 은연중에 무시당하게되면 그 여성과 맺어질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는 것을. 차라리 좀 싫고 부담스러운게 낫지 내 존재감 자체가 이미 무시당하는 수준이라면 어떻게 반전을 꾀할 수 있겠는가. 알고 지내는 누님들도 나에게 비슷한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어차피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자한다면 매력지수나 다른 작업과정(?)도 중요하겠지만 애초에 '넌 아니다'라는 무시의 선이 그어진다면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한 것 같다.

다른 얘기지만 같은 동네에 살던 어떤 형이 자신보다 1살 많은 같은 직장 누나를 좋아해 3년간 따라다닌 적이 있다. 뭐 열심히 따라다니며 마음을 표했던 것까지는 좋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내가 보기에도 안타까운 것이 있었다.

나이가 많은지라 반말을 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직장누나는 형에게 항상 "너는 임마" "너 저기 가서 이것 좀 사와라"등등 아주 확실한 하대를 했다. 어찌 보면 앞서 말한 여사장님과 직원의 모습과 비슷하다. 물론 편하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그럴 경우  형의 애정공세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때문에 나는 "예 누나"하면서 한 10살 차이나는 누나 대하듯 따라다니는 형에게 슬쩍 말을 놓아볼 것을 권유하는 등 간격을 좁히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말해줬다. 하지만 형은 내 말은 귓등으로 듣고 계속해서 어린아이처럼 누나에게 접근했다. 바둑도 훈수 두는 사람이 잘 보인다고 내 눈에는 저러다가는 평생가도 그 여성분이 형을 남자로 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직장누나라는 분은 다른 곳으로 시집갔다. 형이 마지막으로 선물공세를 하며 고백을 했을 때 직장누나는 "야, 뭔 소리 하냐? 너는 아니다"라는 말로 두 번 생각도 안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거절했다고 한다.

어렵다. 정말 어렵다. 남녀관계 많이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리 내가 매력이 없다해도 세상에 나와 맞는 사람이 일부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그 사람이 좋고 잘 보이고싶다면 먼저 나는 남자라는 것부터 그 사람에게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연애나 사랑이라는 것은 동정이나 친동생 같은 친근함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계속>


태그:#남자라는것을 보여줘, #짝사랑, #해바라기, #연애는 어렵다,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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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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