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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 모니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2011 신년방송좌담회-대통령과의 대화' 생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시민들이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 모니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2011 신년방송좌담회-대통령과의 대화' 생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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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보강 : 1일 오후 4시 50분]

진화 나선 청와대... "백지화가 아니다,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말"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는) 국가백년대계이니까 공정하게 과학자들이 모여서 생각하는 게 맞다"고 답했는데, 정관용 한림대 교수가 "(과학벨트는) 백지에서 출발한다?"고 다시 묻자 "그것과 똑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대통령의 발언이 충청권 민심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잘 아시다시피 질의답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했고 과학벨트 문제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이 나오실 때 정확히 뜻이 뭔지 다시 여쭤봤는데 대통령은 '공약 백지화가 아니다.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말'이라고 정리를 해주셨다"며 "공약 백지화는 정관용 교수가 한 멘트이기 때문에 자칫 대통령님 멘트로 인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믿어주는 것이 좋다")을 주목해서 봐달라"는 주문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비판은 그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대통령의 전반적인 발언이 "대선 당시 공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해석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라는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한 국가의 기강과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신의의 문제"라며 "눈 뜨고 뻔한 사실을 뒤집고 거짓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대통령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하고 그렇게 해서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 아무 짓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적어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는 칼날 위에 선 기분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국가의 지도자이다. 대통령이 이와 같이 자신이 공약한 내용을 공약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거짓말한다면 결코 다음 임기 동안에 대통령으로서의 일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에 관한 약속은 선관위에 제출된 공약에 분명히 나와 있다"며 대통령이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설 민심을 주시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적잖은 충격파를 주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으로서 과학벨트와 관련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안형환 대변인)이라며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선거에서 충청권을 포기하라는 말이냐?"는 걱정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선의 정두언 최고위원은 대통령 간담회가 끝난 직후 트위터를 통해 "과학벨트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중부권에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주무부처인 교과부가 작년 1월에 세종시가 최적지라고 발표했다"며 "대통령 약속대로 정부발표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자꾸 문제가 커지는지 답답하다"고 밝혔다.

2007년 11월 한나라당 <권역별 정책 공약집-충남편>에 실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
 2007년 11월 한나라당 <권역별 정책 공약집-충남편>에 실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
ⓒ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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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1일 낮 12시 20분]

이명박 대통령 "과학벨트, 대선 공약집에 있는 것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생방송 TV 좌담에서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의 백지화를 시사하는 말을 했다.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말까지 해 도덕성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 제하의 신년 좌담회를 가졌다. 정관용 한림대 교수와 한수진 SBS 앵커가 질문자로 나선 토론회는 공중파 TV 3사와 케이블 TV 뉴스채널 등으로 생중계됐다.

대통령은 정치·사회 분야 마지막 질문으로 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자 "지난번 국회에서 통과시킨 과학벨트특별법에 금년 4월 이후 발족하는 위원회가 부지를 선정하게 되어 있다"며 "그 이전에는 어느 누구도 그 문제를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 위원회가 충분히 검토·토론해서 결정할 것이지, 정치적으로 자꾸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관용 교수가 "백지에서 출발한다는 말이냐"고 확인 질문을 하자 "그것과 똑같다, 법적으로 발족하는 위원회가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방금 이 말만으로도 충청권에서 반발할 것"이라고 묻자 그는 "반발이다 아니다 하는 것보다는 위원회가 아주 공정하게 할 것으로 충청도는 믿어주는 게 좋다. 그것이 충청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초단체 몇 군데를 찍어서 연결시키는 과학벨트라고 구체성 있는 공약을 하지 않았냐"는 추궁을 다음과 같이 피해 갔다.

"과학벨트는 그 당시에 여러 가지 정치적 사항이 있었고, 제가 지난번 대국민 발표문에서 얘기했다. 내가 혼선을 일으킬 수 있는 공약이 선거 과정에서 있었다고 국민들에게 미리 밝혔다. 거기에 얽매어 하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제가 충청권 선거 유세에서 표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겠죠. 그러나 이것은 국가백년대계이니까 공정하게 과학자들이 모여서 생각하는 게 맞다."

민주당 "TV에 나와 국민 상대로 사기 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1 신년방송좌담회-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와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1 신년방송좌담회-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와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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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2007년 여러차례 충청권을 찾아 "대덕특구, 오송과학단지 등과 연계할 수 있는 과학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9월12일 대전),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50만 명 규모의 국제과학기업도시를 건설하겠다"(10월27일 대전), "세종시의 자족능력 강화를 위해 세계적 국제과학기업도시 기능을 더 하겠다"(11월28일 충남 연기)고 과학벨트를 공약한 바 있다.

"지도자는 천 마디 말보다 하나의 실천이 중요하다. 1~2년 뒤에 다시 모여 오늘 내가 말한 것들이 어떻게 실현됐는가를 되돌아보자"고 한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또한, "(과학벨트 공약이) 공약집에 있는 것은 아니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사실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 당시 발표한 <권역별 정책 공약집-충남편> 34쪽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라는 장이 따로 들어 있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 TV에 나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태그:#과학비즈니스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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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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