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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은 완벽한 구제역 차단을 위해 광시면 신흥리 한 농장의 돼지를 예방적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했다. 다행히 역학조사 결과 이 지역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 예산군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예산군은 신흥리 돼지농장 주인 이아무개씨가 운영하는 당진군 순성농장에서 8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나오자, 신속하게 예산 광시농장 돼지 4000여 두를 살처분했다. 이씨는 당진 순성면에 모돈농장과 예산 광시에 자돈 비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살처분을 위해 예산군청 공무원 27명과 장비 기사 등 민간인 5명이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에 현장에 투입됐다. 예산군은 구제역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만일에 대비해 살처분에 참여했던 인원들을 별도의 장소에 격리하고 있다. 

 

아직도 광시면 신흥리 농장에서 격리 돼 기거하고 있는 농장주 이씨와 임시숙소에 격리된 환경직 공무원 이장연씨와 1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농장주 이씨] "직접 키운 돼지 4000마리를 구덩이로... 함께 울었다"

 

- 신흥리 농장돼지 역학조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는데 사실을 알고 있나.

"엊그제(11일) 통보 받았다. 천만다행이다. 까닭없이 죽은 돼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예방적 살처분을 승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살처분할 때 어디에 있었나.

"정말 쳐다보고 싶지 않았는데, 공무원에게만 맡길 수가 없었다. 내 손으로 키운 돼지니 내가 앞장서 구덩이로 몰 수밖에 없었다."

 

 

- 심정이 어땠나.

"돈사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괴성을 지르는 돼지들 때문에 나도 울었다. 내 손으로 새끼를 받아 여지껏 키워 놓고 죽음의 구덩이로 몰고 있는 내 자신이 처량해 울었고, 또 이런 처지가 하도 기가 막혀서 웃었다. 그렇게 이틀 밤낮을 새우며 돼지 4000여 마리를 땅속으로 보냈다."(이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 긴 숨을 내쉬었다.)

 

- 지금은 농장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공무원들은 어제(10일) 농장에서 모두 나갔고, 나는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있다. 돼지가 없는 텅 빈 돈사를 지키고 있으니까 눈물도 나오고, 헛웃음도 나고, 두렵기도 하다. 죽을 맛이다. 소주를 서너 병 마셔야만 겨우 서너 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잠이 깨고, 정신이 맑아지면 계산조차 안되는 손해 때문에 가슴을 친다."

 

이씨는 피로해서 전화 통화를 오래 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예산 지역만이라도 제발 구제역이 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진 것 같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살처분 진행한 공무원] "지옥 같은 시간... 짐승이지만 눈뜨고 못 봐"

 

예산군은 구제역 예방적 살처분을 위해 임성래 축수산유통담당을 비롯해 공무원 27명을 차출했다. 이들은 지난 8일 농장에 투입해 10일까지 살처분을 완료하고, 현재 광시면에 있는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다. 이들 중 환경직 공무원 이장연 상수도운영담당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고생이 많다. 살처분 과정을 설명해 달라.

"지옥 같은 이틀이었다. 정확히 8일 저녁 7시 30분에 농장으로 들어가 살처분을 시작해 밤을 새워 살처분을 하고 다음날 쉬었다가 또 살처분을 했다. 이틀 동안 죽으러 가지 않으려는 돼지들과 씨름을 하고, 11일 저녁 8시에 마을을 빠져나와 임시 숙소에 기거하고 있다."

 

-살처분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됐나.

"우선 돼지를 안락사 시켜야 한다. 작은 웅덩이를 파 놓고 돈사 안에 있는 돼지를 20∼30마리씩 웅덩이로 몰아 넣은 다음 이산화탄소 가스로 안락사를 시킨다. 아무리 짐승이지만 정말 눈뜨고 볼 수가 없다. 너무 처참하다. 죽으러 가는 걸 아는지 돈사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우리는 뒤에서 몰고···. 밤새 그 짓을 했다. 추위 때문에 온몸이 얼어붙은데다 악취 때문에 입맛도 없어 맨정신으로는 일을 못했다. 정말 죽을 뻔했다."

 

- 돼지 4000여 마리를 묻었는데, 향후 환경오염 문제는 없는지.

"2차 오염 때문에 신중하고 철저하게 작업했다. 농장 옆에 깊이 5미터 정도의 웅덩이를 판 뒤에 비닐을 두 겹 깔고 석회를 뿌린 뒤 안락사한 돼지를 쌓고 다시 흙으로 2미터 가량 덮는다. 또 위에 석회를 뿌린 뒤, 비닐을 덮고 가스 배출관 30∼40개를 박고 다시 흙을 덮어 마무리한다."

 

- 살처분이 끝난 뒤엔 무엇을 했나.

"농장 안과 주변에 있는 기자재와 작업도구 등을 모두 태웠다. 그리고 사료까지도 모두 빼내서 매립했다. 농장을 빠져나올 때는 입었던 옷까지 모두 태웠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래도 음성판정이 나와 정말 다행이다. 우리야 한 번만 고생하면 되지만 농장 주인이 너무 안됐다. 고생을 떠나 심적 고통이 얼마나 크겠나. 농장주가 또 한 번 절망하지 않도록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구제역, #예산군, #예방적 살처분,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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