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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주최로 열린 민주주의포럼에서 김동춘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연합정치의 전망과 과제-2012 총선, 대선과 진보진영의 대응 방안'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주최로 열린 민주주의포럼에서 김동춘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연합정치의 전망과 과제-2012 총선, 대선과 진보진영의 대응 방안'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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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정치의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진보정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제도정치권에서 진보정당의 입지가 강화되고 영향력이 커져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공리다. 2012년 정권교체를 못하면 2017년은 더 참담할 수 있다. 박근혜가 집권하면 개헌도 할 거고 사유재산권의 공공복리 규정마저 없앨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선거결과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으로 한국 근현대사에 푹 빠져 지냈던 김동춘(52)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2년 진보진영의 집권전략을 들고 나타났다.

김 교수는 1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대강당에서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주최한 '민주주의포럼'에 참석해 2012년 총선과 대선, 진보진영의 대응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1989년 사회주의 붕괴 이후 신보수주의로 일관했던 세계 정치 분석을 시작으로 가장 벌거벗은 방식으로 신자유주의를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 비판했다. 또 ▲ 1948년 이후 지금까지도 전쟁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가의 문제 ▲ 비정규직 같은 '계급 없는 계급사회'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과 조중동 사주와 그 가족들, SKY대학 등 사학, 종교권력의 상층부 등등 신봉건적 성격을 가진 '계급 위의 계급' ▲자본과 국가권력으로부터 일방적인 폭력에 노출된 이주노동자·소수자 등 '계급 아래의 계급'을 분석했다.

그는 2012년 한국사회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위에 언급된 수많은 문제들이 어떤 방향으로 풀릴지 결정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정치권의 화두가 된 연합정치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야권단일정당, 후보연합, 정책연합 등 수위를 달리하는 여러 전략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씩 열거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오바마의 승리는 결국 개미운동의 결과"

김동춘 민주주의연구소 소장.
 김동춘 민주주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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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야권단일정당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전망했다.

김 교수는 "2012년 총선에서 여러 야당이 연합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집권 연장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도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자명하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폭 양보가 없는 선거연합은 민주당만 좋은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진보양당은 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 때 공동대응을 한 몇몇 지역에서 당선된 민주당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공약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양보가 없는 선거연합이나 정책연합은 성사될 가능성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범야권에서 '단일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하자'고 하는 주장은 별로 현실성이 없다"며 "민주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양보할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민주당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그는 "결과적으로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야권연대는 정당 밖의 이념, 운동, 문화적 동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답이 나온다"며 "정치 엘리트 독점과 대표성이 약한 미국에서 오바마의 승리가 나온 것도 결국 개미들의 운동의 결과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촛불시민, 노무현 추도시민, 또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도 별로 애착이 없는 익명의 자유주의 시민층의 열망을 끌어안을 정당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들의 자발적 참여나 동력을 끌어내지 않으면 총선이나 대선에서의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게다. 이 점이 중요하다는 점도 덧붙여 방점을 찍었다.

김 교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선거연합과 야권연대에서 "민주당의 기득권 양보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민주당이 분당되는 방식으로 국참당 등과 결합해 새로운 자유주의 정당이 만들어질 경우,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통합해 범진보정당이 만들어져 상당한 교섭력을 갖는 경우, 당 밖에 대안적 세력이 운동으로 점화되는 경우가 아니면 민주당의 기득권 양보는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의와 평화 그리고 분배를 선거정치용 구호로"

핵심적으로 김 교수는 2012년 왜 MB정권을 교체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전략적, 전술적 입장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이것이 공동의 기반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단일한 전선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정부의 특권주의, 부자중심주의, 온갖 반칙과 위법적인 조치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의 '정의' ▲남북관계 악화와 호전적 대북정책으로 국민생존권 위협에 맞서는 개념으로 '평화' ▲성장주의에 맞서는 '분배' 이 3가지 개념을 필두로 '정의를 전제로 한 복지'에 대한 선거정치용·대중동원용 구호와 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이 상태로 10년만 지나면 이른바 진보지식은 골방노인으로 전락할 것"이며 "부와 자신감, 국제감각을 지닌 SKY 대학 출신의 태생적 보수 젊은이들이 한국사회를 주도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동춘 교수는 "2012년 대선후보를 포함한 국가변혁의 전망이 가시화 돼야 총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며 "2012년 양대 선거는 회고투표와 심판투표가 아니라 대안과 전망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역량으로는 야권연합에 의해 교체된 정권이 노무현 정부 이상으로 개혁적일 것 같지 않다는 회의적 전망도 내놨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실패요인은 핵심 국가세력인 경제관료·외교관료를 제압할 수 있는 정치역량과 사회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정당의 자격을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고 나머지 진보정당 역시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현재의 민주당 주도로 거명되는 후보들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른다면 범야권 전체의 패배는 예고된 결과"라며 "민노·진보신당 양당합당은 진보정책 대안에 대한 개입효과는 있을지언정 전체 선거정치판의 폭발적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한 토론도 팽팽하게 맞섰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어떤 전략과 전술로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도 이어졌다.

"어떤 놈이야? 뭘 갖고 나와? 될 놈이냐"의 논리

김민웅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
 김민웅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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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는 "국민들은 어떤 놈이야? 뭘 갖고 나와? 될 놈이야? 이 세 가지를 가장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도 진보진영이 힘을 합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정권연장을 위해 무엇이든 못할 게 없는 이명박 정부가 과연 2012년 선거를 원할까 싶다"며 "2012년에 아예 선거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무리(MB정권)가 계속 정권을 장악하면 무슨 이유로라도 더 고통을 당할 게 뻔한 것은 민중"이라며 "정권이 대충 왔다갔다 하는 거지 그렇게 보면 여기서 고통당하는 민중들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현실적으로 가장 절박한 2012년 선거문제도 풀지 못하면서 그 다음의 과제를 말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2012년 문제의 해결 없이는 그 이후의 전망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진보진영의 순진한(naive) 생각을 꼬집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08년 욕망을 선택한 결과가 결국 우리 사회가 망가지는 결론을 냈다"며 "진보에게는 박근혜가 왜 대안이 아닌지 명백히 얘기할 수 있는 무대를 확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짝퉁 노무현'이 진보의 대안인가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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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중기 한신대 교수(진보신당 상상연구소장)는 "정권교체가 당위고 역사적 명제가 돼 있는데 왜 그런가 의문을 갖고 있다"며 "연합정치를 잘 해서 설령 권력을 만들더라도 그것이 노무현 정권을 넘기 힘들다면 굳이 필사적으로 진보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노무현 정권을 다시 한 번 회복하는 것이 한국 사회 진보의 길이냐고 말이다.

이어 노 교수는 "민주정부 10년이 지난 마당에 왜 국민은 MB를 선택했을까 고민해야 한다"며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진보든, 개혁이든, 반드시 합쳐 MB를 타도해야 하나? 그게 역사적 화두인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는 이렇다. 대중이 진보에게 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이렇게 3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10년의 경험은 ▲카드대란 ▲사회적 양극화 심화 ▲한미FTA ▲부안 핵폐기장부터 시작돼 동강댐, 4대강 개발까지 이어진 파멸적 상황이라는 점이라는 게다.

또 "97년 이후 시작된 노동운동 무력화도 민주정부가 한 것이었다"며 "노무현 정부 같은 정부가 다시 들어설 것이 필연적 사실이라면 과연 그걸 또 해야 하는 것인가 근본적 문제의식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와 유사한, 현실적으로는 민주당이 중심 되는 정권이 들어서는 게 민중에게 희망을 줄 것이냐?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다.

정상호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정상호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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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상호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2012년 총선과 대선 합치면 이긴다고들 하는데 합쳐도 이길까 의문이 드는 수준"이라며 "합치면 겨우 해볼만 하다는 게 내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연합정치를 하자는 것은 최악의 결과를 막겠다는 것이지 그걸로 한국정치가 겪는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적극적 처방은 아니다"고 못 박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야권단일정당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김동춘 교수의 의견에는 동의했다.

정 교수는 "민주당 천정배, 국참당 유시민,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민노당 이정희,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모여 하나의 정당을 하면 그게 연합정치의 최대 폭일까"라고 의문부호를 찍은 뒤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이 걸었던 반세기 발자취는 엄청난 희생과 헌신의 결과이기 때문에 색깔이 비슷하니 단일정당으로 합치자는 것은 해방이후 한국현대사가 걸어왔던 길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돈문 진보교수연구자모임 공동대표(가톨릭대 교수)는 "2012년 연합정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향후 보수 자유주의정당의 집권으로 드러날 국가 모습은 어떤 것일까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며 "현재 수준이라면 짝퉁 노무현 정부가 탄생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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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무엇보다 '선 진보정치세력의 대통합'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MB정권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노무현 정부에도 못 미치는 개혁성을 가진 정권을 만들 바에야 아예 위험부담을 갖더라도 장기적 과제로 가는 게 맞다는 게 내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MB 뒤에 등장할 '소위 진보적이지 않은 민주정부'가 등장했을 때의 최대치가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고 아프간이나 이라크에 파병을 하면서 새만금 간척지 개발이나 하는 정도라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조 교수는 "정권교체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짝퉁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는 것이 MB보다 나은 것인지, 그 뒤에 또 제2의 MB정권, 그 다음에 또 연합정치로 제3의 짝퉁, 또 제3의 MB 이런 게 과연 역사의 발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2012년의 연합정치가 정당화 되느냐 마느냐는 2012년 이후의 비전과 전망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현재 미국식 양당구도를 지향하는 세력들이 크고, 민주당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한다는 입장들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지옥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식 양당구도로 가는 것은 한국의 진보가 갇히는 체제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사람들은 '노무현천국'에서 'MB지옥'으로 온 것처럼 말하는데 현실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다.

그는 "선거대연합도 중요하지만 진보정치세력의 대통합을 반드시 추진해야 하며 2012년이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회가 지나가면 한동안 이런 기회는 또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조망했다.


태그:#연합정치, #김동춘, #짝퉁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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