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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를 시작하는 첫 출근날. 모든 이들이 새해의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홍익 동문들은 모교의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처사에 또 한 번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홍익 동문들은 홍익재단이 홍익 초·중·고의 성미산 이전을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바로 옆 초등학생들의 등굣길 안전은 아랑곳 하지 않는 홍익대학교의 반교육적 처사에 대한 부끄러움을 안고 2010년을 살았다.

 

이같은 울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직원처럼 부려왔던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홍익대학교의 처사를 지켜보면서 홍익 동문은 분노를 넘어 서글픈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홍익대학교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다. 비록 이름난 정치인을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비록 재력가를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홍익 동문들은 홍익인간 이념을 간직하고 있는 홍익대학교에 대한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사회생활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 홍익 동문들은 모교를 자랑스러워 할 수 없는 처지다. 자랑스러웠던 홍익대학교는 동문들에게 치욕스러운 모교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고용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고용문제 해결 없이 한국 사회의 양극화 해결과 경제 발전은 이뤄질 수 없다.

 

지성인을 양성하고 사회의 일꾼을 배출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하는 대학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회적 책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홍익대학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최저임금에 턱없이 모자라는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부려먹다가, 새해 첫날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하는 야만적 행위를 자행하고 말았다.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은 교직원 집기 운반, 잡풀 뽑기, 하수구 치우기 등 다른 업무에도 수시로 동원되었다고 한다. 홍익 초·중·고를 성미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이들 경비 노동자들을 철거 작업에까지 동원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인근 지역에 사는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홍대부속 초·중·고의 성미산 이전을 적극 찬성한다'는 내용의 서명까지 강제로 받아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고용승계를 보장하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자신들과는 무관한 문제라며 홍익대학교 측은 발뺌한다. 이는 홍익대학교라는 이름을 더럽히는 저열한 주장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홍익대학 직원들은 고용 승계를 보장하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온갖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지원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징계 협박을 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치공간마저 빼앗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고 한다.

 

이들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 하고 근로장학생, 교직원, 조교 등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시키는 반교육적인 처사는 말할 것도 없고 취재 기자들에게 욕설까지 했다고 하니 홍익대학교 직원들의 몰염치하고 비양심적인 처사를 어찌 글로 다할 수 있겠는가. 홍익동문들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치욕과 분노를 느끼는 이유이다.

 

그뿐인가. 홍익재단은 4.5%에 불과한 재단전입금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 중 두 번째를 자랑하는 재단적립금을 자랑하고 있다. 대학 예산의 60%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면서도 장학기금은 적립금의 5%도 책정하지 않고 대부분 건축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는 홍익재단의 반교육적이고 비민주적인 예산 운영에 홍익 동문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홍익 동문들은 우리의 모교가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홍익 동문들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모교를 기억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이에 홍익 동문은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홍익대학교가 되어야 한다. 대학당국이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고 사회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행정을 하는 것은 자신들이 배출한 졸업생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결과가 된다. 이대로 간다면 모든 대학들은 비정규직 양산소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의 모교 홍익대학교가 먼저 나서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둘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학교를 점거하는 등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결국 이면영 홍익재단 이사장에게 있다. 이면영 이사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직접 나서야 한다. 홍익대학교의 부끄러운 모습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사회화되는 것은 홍익재단에도, 홍익대학교에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과거에 학교 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홍익대학교의 최고 의사결정자라 할 수 있는 이면영 이사장이 직접 나서야 할 중차대한 문제이다.

 

셋째, 홍익대학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취재 기자들에게 욕설을 했던 교직원들을 징계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직원이 노동자들과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행위는 교직원으로서 자격 없음을 의미한다. 이들이 교직원으로 있는 한 실추된 홍익대학교의 명예는 절대 회복될 수 없다.

 

넷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지원했던 학생들에 대한 협박과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학생자치공간을 박탈하고 해당 학생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홍익 동문은 홍익대 재학생들에게 간절히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현 재학생들이 졸업함과 동시에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다. 따라서 홍익대학교의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의 문제는 곧 몇 년 후에 홍익대학생들의 문제가 될 것이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하나의 문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코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지지·지원하는 직접적인 실천은 아니더라도 이분들의 생존을 은 눈물겨운 싸움을 심적으로라도 지지·지원해 주는 건강한 홍익 후배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홍익동문은 홍익재단과 홍익대학교가 자행하고 있는 반교육적 처사에 대한 책임이 선배 동문들에게도 있음을 인정하며 우리의 모교 홍익대학교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민중의소리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홍익민주동문회, #홍익대학교, #비정규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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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특임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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