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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강을 중심으로 희노애락을 격으며 살아왔다. 지금도 사람들은 강과 함께한 많은 기억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강이 주는 생명의 양분을 발판 삼아 강주변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 금강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아픈 마음을 달래려 금강을 찾는 사람들이 금강과 함께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강은 많은 생명들과도 함께한다. 이름모를 식물부터 조개, 새우, 물고기, 새 등 다양한 생물이 강을 중심으로 생활해 왔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의 동에서 발원해 서해로 흘러들어가거나 북에서 발원해 남으로 흘러들어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금강은 형상부터가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금강은 전북 장수읍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북진하다 대전을 지나면서 서진하다 공주에서 다시 남서로 방향을 바꾸어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호의 형태를 띠고 있어 호강이라 불리기도 한다. 호남지방과 호서지방을 구분하는 것 역시 금강을 기준으로 정해진 지역명이다. 금강은 구간마다 자기만의 독특함을 내세우며 흘러흘러 서해로 간다. 강의 특징에 따라 백마강, 곰강, 적벽강, 장백강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나 강의 특징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지역 사투리 정도가 될 듯하다. 강의 다양성이 이렇게 다양한 이름을 만들어 냈을 지도 모르겠다.

호 모양의 1000리길 금강의 생김새만으로도 강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금강은 흘러가는 내내 주변의 환경, 사람들과 교감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우리에게 주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4월 22일 불교계에서 영평사에 금강선원을 개원했다.
▲ 금강선원 개원식 4월 22일 불교계에서 영평사에 금강선원을 개원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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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강을 느낄줄 모르는 정부 관계자들이 금강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강에게 큰 고통을 앉겨주고 있다. 금강은 한번도 죽은 적이 없다. 수만 년 동안 흘러오면서 대지를 적시고, 생명에 양분을 공급하며 살아왔다. 특히, 금강은 주변의 큰도시가 발달하지 않아서 더욱 사람의 접근에서부터 자유롭게 흘르면서 생태적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다.

죽은 금강을 살리겠다고 호기 좋게 밀어붙이고 있는 MB 정부의 금강정비사업 계획은 금강에 기본적인 이해 없이, 토목공사만 진행되고 있는 샘이다. 굴착기와 불도저 등의 거대한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금강을 파헤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금강에 기대 살아온 사람과 생물들에게는 아픔이다.

'금강살리기' 사업이 진행 중인 금강은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비단강이 아니다. 피같은 붉은 물을 매일 뿜어내고 있는 금강의 아픔과 금강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추억과 고통은 MB 정부에게 중요하지 않다. 금강의 아름다운 백사장과 모래톱 하중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다는 한 할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아로새기게 된다. 금강의 아름다움과 생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4대강 사업이 진행될 수록 점점 더 확실해 진다.

공사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 금강 정비사업 공사현장 공사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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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와 굴착기가 강바닦을 뒤집어 놓은 금강은 강이 아닌 금강호수가 될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생태계의 다양성도 금강에서 물놀이를 하며 뛰놀던 기억도, 강과 함께했던 삶의 애환도 이제 호수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강의 다양성은 호수가 되면서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깊은 물만 있는 호수의 한계는 생태계의 다양성 부족이다. 이런 호수를 만드는 것이 금강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금강하구는 1994년 금강하구둑이 완공되면서 이미 호수로 변했다. 호수로 변한 후 드넓던 신성리 갈대밭은 반토막 났고, 이마저도 매년 소금을 뿌리지 않으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던 종어는 멸종했고, 새들은 떠났다. 다양성이 부족한 호수가 지니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결과이다.

더욱이, 15년 지난 지금 금강하구둑의 수질은 3급수 이하로 악화되었다. 흐르는 강을 막았으니 당연한 결과일 게다. 하구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막개발 시대의 산물이 되었다. 이런 하구둑같은 댐을 금강에 3개나 더 만들겠다는 것이 금강정비사업의 핵심이다.

금강정비사업 현장에 나가보면 기가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새들은 금강을 떠났고, 공사장에서 예견된 환경재앙은 벌써 시작되었다. 금강의 경우 1월 6공구 공사현장에서 물고기떼죽음을 시작으로 3월에는 물고기가 웅덩이에 고립되어 또 한번 폐사할 뻔했다. 5월에는 부여지역 문화재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불법공사를 자행해 문화재청에 고발을 받았고 10월에는 유등천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곳에 불법공사를 현재 수사 중에 있다.

11월에는 갑작스럽게 옥룡보를 해체하면서 조개들이 집단 폐사하였고, 11월 말에는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여 강이 기름범벅이 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아닌 다른 공사현장이었다면, 당장 중단하고 원인규명과 사고책임에 대한 문책과 더불어 불법공사에 대해서는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겠지만, 4대강 정비사업은 예외이다. 오로지 공사강행만 있을뿐, 불법과 사고들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부주의로 유출되었다는 기름, 기름유출 경위에 대해 수사중에 있다.
▲ 금강에 유출된 기름 노동자들의 부주의로 유출되었다는 기름, 기름유출 경위에 대해 수사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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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 수질의 80%를 정수시켜 보내겠다는 시설인 오탁방지막이나 침사지는 작은 봄비에도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법정우기(6월 15일~9월 15일)에는 집중호우로 사고 위험이 있어 하천저수로 내에서 공사를 하지 않겠다던 약속은 이미 공기에 쫓기는 시공사에게는 무의미 했다. 법정우기 공사를 중단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해 재논의하자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어주기에는 공기가 너무 촉박했다. 이런 촉박함과 속도전 때문에 결국 금강6공구 금강보현장에서 8월 14일 임시가물막이가 터지는 사고마저 발생해서 장비와 현장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공사장 안전에 문제가 생겨도 4대강은 멈출줄 몰랐다.

설치될 수문과 거푸집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햇다.
▲ 금강보 수해현장 설치될 수문과 거푸집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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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댐공사는 강의 흐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댐공사현장에서 배출되는 탁수로 금강의 전 구간은 이미 탁도가 높아져 그곳의 생명들에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사라진 황오리, 참수리, 검독수리는 다시 금강을 찾지 않고 있다. 11월이면 찾아오던 합강리의 기러기떼들은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 생명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금강호수에서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합강리에 매년 7~8마리가 발견되던 흰꼬리수리가 올해는 1마리만 찾아왔다.
▲ 합강리를 찾던 흰꼬리수리 합강리에 매년 7~8마리가 발견되던 흰꼬리수리가 올해는 1마리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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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금금 이명박 정권의 구호처럼 공사현장은 올초 쉬지않고 24시간 풀가동되었다.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기 위해 현장의 노동자들은 설날도 쉬지 못한 채 지독한 노동에 굴레를 벋어나지 못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할 뿐이라고 하소연을 할 뿐이다. 이 때문에 4대강에서는 올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가 속출하고 있다.

2600억 원이 투입되는 부여보는 60~70명, 2000억이 투입되는 금강보는 50~70명이 일하는 노동자의 전부이다. 23조 원으로 34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정부의 주장이 실현되기는 묘연한 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4대강에는 약 1만5천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추정하고 있다. 34만 명에는 턱 없이 모자란 숫자이다.

지난 여름 폭염 속에서 환경활동가가 5명이 댐과 크레인을 점거하는 극한의 투쟁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50도가 넓는 댐 상판에서 온 몸을 던져 싸운 활동가들에게는 고립시키는 작전으로 무시했고,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일삼아왔다. 벌금으로 활동가들을 응징할 뿐 대화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41일간 활동가들이 저 자리를 지켰다.
▲ 이포댐 고공현장활동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41일간 활동가들이 저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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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4대강 공사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당의 참패를 통해 드러난 국민 여론마저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4대강 반대를 천명한 상황에서 사업권 회수라는 파렴치한 방법으로 지방정부를 옥죄었다. 그리고, 지난 12월 8일 날치기 예산통과로 4대강 사업의 강행에 들러리를 서며 한해를 정리했다.

성직자들까지 나서서 종교적 신념과 양심을 걸고 4대강 사업중단을 요구했다. 천주교와 불교계를 중심으로 4대강 중단을 끈임 없이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5월 31일 고 문수스님은 4대강 사업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소신공양했다. 살아서 참수도승이었고 죽어 강을 지키는 생명의 수호자가 된 성직자의 요구는 정부에 의해 묵살되었다. 금강유역에서는 종교인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 종교계를 아우르는 범 연대기구인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을 발족하여, 가열찬 투쟁에 선봉장이 되었지만, 정부는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 타협의 여지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소신공양을 하신 문수스님을 생각하시며 기자회견중에 눈물을 보이시는 혜우스님
▲ 문수스님 추모 기자회견 소신공양을 하신 문수스님을 생각하시며 기자회견중에 눈물을 보이시는 혜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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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00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금강에 찾아와 4대강 중단을 외쳤다.
▲ 금강에서 지행된 천주교 미사중 약 3,000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금강에 찾아와 4대강 중단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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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4대강 공사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당의 참패를 통해 드러난 국민여론마저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4대강 반대를 천명한 상황에서 사업권 회수라는 파렴치한 방법으로 지방정부를 옥죄어오고 있다. 금강사업을 반대하는 충남도의 4대강 특위가 제시한 권고안은 휴지조각 만큼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4대강 사업 중단은 없다라고 재천명하고 있다. 여당은 12월 8일 날치기 예산통과로 4대강 사업의 강행에 들러리를 서면서 한 해를 정리했다. 소통과 대화는 없다라는 모토로 정부 없무를 추진하는 MB 정부의 심판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하는 바람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한해였다.

이런 강행 의지를 재천명하는 상황에서도 금강정비사업의 대덕보건설계획을 백지화시켜낸 것은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의 끈끈한 연대 속에서 나온 커다란 성과라고 하겠다. 하지만, 정부의 거대한 권력과 자금 앞에 금강정비사업을 막기에는 아직 매우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앞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
▲ 금강 정비사업 중단촉구 촛불문화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앞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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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금강을 난도질하며 피땀 어린 혈세를 쏟아 붇는 것을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은 채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우리들 모두에게 물어 본다. 금강뿐이던가, 낙동강과 한강, 영산강 모두 금강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강에서 인공호수를 만드는 사업인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고 있다. 사람이 영위하기 위해 자연에서 필요한 자원을 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온 자연 전체가 사람을 위해 이용되고 가공되어야 할 존재는 아니다. 자연이 사람을 위해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는 자연 그 자체로 온전히 존재할 때 가능한 것이다.

서울에서 열린 예산저지 국민대회 현장에서
▲ 4대강 사업 중단저지와 2011년 예산저지 범국민대회 서울에서 열린 예산저지 국민대회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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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은 아직 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는 강이다. 금강은 서울시내 한복판 한강처럼 시멘트로 둘러싸인 강이 아닌 자연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아주 평화로운 강이다. 5천 년을 지켜온 아름다운 금강을 비롯한 4대강을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자연은 후손에게 잠시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2년간의 하천에 금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막개발이 진행된다면, 우리는 자연이 준 큰 보물을 아무런 근거와 타당성도 없이 훼손시킨 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태그:#금강정비사업,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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