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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공사 자체제작 전동차 1호 SR-001
 서울도시철도공사 자체제작 전동차 1호 SR-001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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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서울도시철도공사 도봉차량기지에 못 보던 전동차가 나타났다. 바로 공사가 직접 제작한 제1호 전동차 'SR-001'이었다.

자가용 운전자가 자동차회사로부터 자동차를 사서 타고 다니듯, 그동안 철도운영회사는 철도차량회사로부터 철도차량을 구입해 사용했다. '도시의 대동맥'인 지하철 전동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같은 방법은 역할 분담 측면에서는 좋지만 문제점도 있었다. 일단 전동차의 상세한 내역을 알기 어려웠다. 그동안 전동차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핵심부품은 모두 외국산이었다. 더구나 완성차 형태로 납품을 받다보니, 전동차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해가 어렵다보니 개선도 힘들었고, 고장이 나면 외국 기술자를 불러야 했다. 결국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또 노선마다 전동차 도입시기가 다르다보니, 전동차마다 부품이 달라 효율성도 떨어졌다. 자가용 운전자라면 자동차 정비소에 맡기면 되므로 부품에 대해 몰라도 되지만, 직접 전동차를 정비해야 하는 지하철회사에게 이는 큰 문제였다.

자제제작 전동차, 승객 하중에 따라 냉난방 개별 제어

이날 발표회에서 음성직 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과 설명을 맡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이날 발표회에서 음성직 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과 설명을 맡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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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7호선 온수~부평구청 연장 노선도
 서울지하철 7호선 온수~부평구청 연장 노선도
ⓒ 부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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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문제점을 느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국내 지하철 운영기관 최초로 전동차 자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7년 기술연구센터를 세워 가능성을 탐색한 뒤, 2009년 10월에는 차량기술단을 발족시켜 본격적인 전동차 제작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행하고 있는데, 전동차 자체제작 대상 노선으로는 7호선이 선택되었다. 그 이유는, 7호선 도봉기지에 연구개발이 가능한 넓은 부지와 공장을 갖춘 도봉차량기지가 있고 향후 7호선은 현행 종착역인 온수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구청역까지 연장될 예정이라, 전동차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28일 오전 11시, 각계각층의 시민고객들이 운집한 가운데 도봉차량관리소 주공장에서 자체제작 전동차 발표회가 열렸다. 인사말과 연구개발에 참여한 인력 소개, 홍보영상 관람 등으로 시작된 이날 발표회는 전동차 제작에 사용된 부품 소개와 완성차량 참관에 이르러 절정을 맞았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서울도시철도공사 음성직 사장이 직접 사회와 설명을 맡아 전동차 자체제작에 대한 공사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SR-001호의 내부 모습
 SR-001호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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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자체제작 전동차의 가장 큰 특징은 '더 좋은 전동차를 빠르고 싸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동차 운행시 고객 불만을 접수하는 곳은 차량회사가 아니라 지하철 운영회사다. 그만큼 지하철 운영사는 고객 불만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고객 불만을 줄여야만 하는 동기도 강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발표된 자체제작 전동차 SR-001에도 고객 불만을 줄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도시철도공사의 노력이 배어 있었다.

예를 들어 이 전동차는 승객 하중에 따라 냉난방을 개별 제어할 수 있었다. 여름과 겨울철 가장 많이 발생하는 민원이 냉난방 관련임을 적극 고려한 것이다. 여름의 경우, 냉방을 일정하게 유지하더라도 사람이 적은 출발역 근처나 새벽에는 춥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갑자기 사람이 늘어나는 출퇴근시간 환승역에서는 덥다는 민원이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승객 혼잡도를 반영하는 승객 하중에 따라 냉난방이 개별적으로 제어되면 승객은 최적의 냉난방을 받을 수 있고, 공사는 민원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자동차로 치면 전자동 에어컨이라고 할 수 있겠다.

LCD안내기, 운전실 전망창, 차내 카메라, 행복터치 안내기
 LCD안내기, 운전실 전망창, 차내 카메라, 행복터치 안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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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IT기술을 활용한 전동차내 터치식 정보시스템인 '5678행복터치', 기존의 LED식에서 진보된 형태인 LCD식 객실안내표시기, 승객 안전을 위한 전동차내 CCTV카메라 설치 등 고객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엿보였다. 특히 운전실에 투명창을 설치해, 승객이 기관사 시야로 전동차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철도공사, 6개월만에 기존 60% 가격 전동차 만들어

한편 이렇게 승객을 위해 개선된 전동차지만, 싸고 빠르게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공기업의 혁신사례가 되기 위해서 효율은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사에서는 제작공정부터 공사 직원들이 적극 참여했다. 이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행정적인 낭비시간을 줄이며, 부품의 원가를 가격에 반영하고, 대차, 인버터, 차체, 컴퓨터, 제동 등 5개 분야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공기(工期)와 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특히 매주 1회 공사와 업체가 함께하는 공정회의를 사장이 직접 주재하면서, 중요한 결정사항을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게 백미였다. 이를 통해 결정에 따르는 불필요한 시간이 절약되면서 작업속도가 빨라졌고 비용도 절감되었다. 인건비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체제작 전동차 SR-001은 불과 6개월만에 기존 전동차 가격의 60% 금액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자체 제작 전동차의 다양한 부품 개발품들
 자체 제작 전동차의 다양한 부품 개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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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전동차를 새로 만든다고 하면 늘 나오는 것이 안전에 대한 걱정이다. 지하철 운영사는 전동차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전동차는 모듈화된 부품이 조립된 것이다. 그리고 지하철회사의 정비팀은 4년마다 전동차를 완전히 분해하여 점검, 청소, 정비 후 재조립한다. 즉 부품만 주어진다면 전동차를 조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체제작 전동차 SR-001의 경우에도, 열차제어컴퓨터 업그레이드, 자가 진단 장치 개선, 대차 무게중심 개선 및 강도강화, 관제실에서 차량상태 실시간 파악 등 다양한 안전개선이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제작검사기관, 성능시험기관과 함께 철도안전법의 기준에 따라 다양한 성능시험과 주행시험, 시운전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향후 있을 본선 시운전에는 시민고객까지 참여한 시승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이같은 안전에 대한 걱정은 제 3기관을 통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철도차량의 경우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다양한 제도와 규정이 있고, 공인된 성능시험기관도 있다. 이러한 검사를 통과한다면 이미 검사를 통과한 다른 전동차와 마찬가지로 안전한 전동차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막연한 걱정을 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고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한다. 세계가 무한 경쟁하는 요즘 시대에, 시도를 해보지 않고는 더 나은 결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동차 개발에 노력한 이들에게 박수를

609편성과 함께 선 SR-001
 609편성과 함께 선 SR-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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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같은 철도 안에서도 아직 개선할 부분은 많이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전동차 자체제작은 공기업의 비효율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공기업 스스로 비효율을 개선하고 고객만족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날 발표된 자체제작 전동차 SR-001의 옆에는 6호선 609편성 전동차가 함께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차량번호의 끝자리가 09로 끝나는 6호선 전동차를 의미하는 609편성은 6호선 전동차 중 유일하게, 국내 최초로 국산 인버터(전력변환장치) 부품을 사용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609편성은 인버터의 잦은 문제로 인하여 결국 외산부품으로 교체되어 버린 아픈 과거를 안고 있다. 즉 새로 발표된 자체제작 전동차 SR-001 옆에 굳이 609편성을 가져다둔 것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었다.

외국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제작 전동차 개발에 노력한 모든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전동차 자체제작 사업이 전동차 부품의 표준화와 국산화를 이루고, 전동차 분야의 효율과 원가 절감을 실현해 궁극적으로 고객 만족과 국내 철도차량 기술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입니다



태그:#서울도시철도공사, #전동차, #철도, #음성직, #철도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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