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위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세상은 혼자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것 아닌가. 나로 인해서 어려운 분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하루 목표량 라면 한 두 봉지. 고철·파지 모으는 시간은 야간 틈틈이. 이렇게 태안읍내를 돌아다니며 21년간 모은 양이 무려 7000여만 원 어치나 된다.

 

어렸을 적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왔던 문기석(46. 동문리)씨가 고철수집을 나선 것은 1989년부터다.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위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나보다 못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이제는 베풀며 살아겠다'는 다짐을 한 뒤 본격적인 고철 수집에 나서게 됐다.

 

4~5살 밖에 안된 어린 자식들과 함께 1년 동안 모은 고철을 팔아 그가 처음으로 태안읍사무소에 기부한 금액은 30만원.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고철수집에 나섰다는 문씨. 지금은 아이들이 장성해 큰 아들은 군을 제대해 학업을 하고 있고, 작은 아이는 군복무 중이다. 하지만 아이드은 지금도 시간이 나면 문씨의 일을 거든다. 

 

지금은 문씨의 이러한 마음을 알고 주위 분들이 문씨가 운영하는 쌀가게(제일쌀상회) 앞에 고철이나 파지를 놓고 갈 정도로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문씨는 지난 21년간 고철수집을 하며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문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주위의 곱지않은 시선이다. 그는 "쌀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고철에 폐지수집까지 한다"는 오해 아닌 오해 때문에 주로 야간에 활동을 한다. 

 

20년이 넘도록 고철 수집을 하면서 트럭 뒤에 싣고 가던 진열장이 남의 차에 떨어져 수리비 변상한 적도 있고, 트럭 화물칸에 실려져 있던 고물이 도난당한 적도 있었다. 또 2년 전에는 밤새도록 모은 폐지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등 수난도 많았다.

 

이에 문씨는 "파지나 고물을 수집하는 분들께 미안함을 느끼지만 사익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인만큼 이해해줬으면 고맙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고철수집 부지 팔려 21년 봉사 위기 봉착...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다짐

 

하지만,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21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봉사 외길을 달려 온 문씨에게 최근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그동안 고철을 모아 쌓아두던 부지가 팔려 올해 안에 고물상을 비워야해 고물수집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문씨는 "지금 땅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부지가 없어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을 멈출 수는 없고, 군에서라도 (부지를) 지원해주면 좋을텐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부지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는 문씨지만 그의 포부는 당당하다. 그는 "욕심 많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지만 건강이 허락되는 한 지금처럼 묵묵히 고물수집을 할 예정"이라며 "나중에 장학기금도 마련하는 게 소박한 꿈"이라고 말했다.

 

쌀가게 안에 붉은색의 작은 특별한 모금함을 걸어 놓고 오늘도 작은 돈이나마 모금함에 넣는 문씨. 올해도 문씨는 그동안 모은 고철을 팔아 얻은 수익금 350만원을 태안읍에 기탁했다.

 

자원봉사단체인 초심회 회장으로서 매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집수리 봉사활동도 펼치는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서는 문씨는 오늘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고철 수집을 위해 힘찬 발걸음으로 밤거리를 나선다.

 

한편, 문씨는 지난 2005년에는 제일쌀상회를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 온 점이 인정돼 '자랑스런 충남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문기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