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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는 수많은 석불이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다. 그 중에는 여래불, 아미타불, 미륵불 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석조관음상은 그리 흔하지가 않다. 많은 석불 중 통영 용화사 관음암의 석조관음보살좌상은 경남유형문화재 제438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증평군에는 충북 유형문화재 제198호로 지정된 미암리 사지 석조관음보살입상이 있고, 경북 김천시 봉산면 덕천리에는 경북 유형문화재 제250호인 금릉 덕천리 석조관음보살 입상이 있다.

 

그 외에도 몇 기의 문화재로 지정된 석조관음상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석조관음상이 귀한 것은 아마 그 조각을 하는 공정이, 딴 석불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남 거창군 거창읍 상림리에는 고려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석조관음입상이 한 기 서 있다. 이곳은 예전에 건흥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이 관음입상은 건흥사에 모셔졌던 것으로 보인다.

 

 

낯선 관음입상에 매료당하다

 

지난 11일 찾아간 상림리 석조관음입상은, 처음 볼 때부터 사람을 들뜨게 만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석불들을 보아왔지만, 이런 형태는 낯설기 때문이다. 보물 제378호 거창 상림리 석조관음입상의 전체 높이는 3.5m 정도로 석불의 높이는 3.05m 정도이다. 이 석불이 관음입상이라는 것은 그 몸에 두른 법의나 손에 들고 있는 정병 등을 보아서 알 수가 있다.  

 

석조관음입상의 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보개가 솟아 있으며, 관음상에서 보이는 보관은 없어진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관음상은 석가모니불을 새긴 보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직사각형에 가까운 얼굴은 가늘고 긴 눈을 반쯤 뜨고 있다. 얼굴 가운데 길게 새겨진 코는 약간 손상이 되었다. 손상된 코로 인해 얼굴의 윤곽이 조금은 불투명하게 보인다.

 

 

특이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석조관음상

 

이 석조관음입상은 일반적으로 신라 때의 석조물에 비해, 미소가 줄어든 형태로 표현이 되었다. 하기에 그 모습이 인자하기 보다는, 조금은 엄숙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깨는 약간 각이 져 있으며, 평범한 가슴에는 10개의 고리로 된 목걸이 장식이 느리어져 있다. 이런 꾸밈으로 인해 장방형의 모습과 더해져 보살상 특유의 유연함이 부족한 듯하다.

 

양 어깨에는 단조로운 모양의 천의를 걸치고 있는데. 허리를 감아 도드라지게 표현한 띠로 단조로움을 벗어나고 있다. 그 아래로 양 다리에 걸쳐 U자형 옷주름이 엇갈리게 배치한 것도, 상림리 관음입상의 특징이다. 전체적인 천의의 형태가 매우 복잡한 듯 표현을 하였다. 얼핏 무사들이 입는 옛 갑옷을 연상케 하는 천의다.

 

이 관음입상은 오른손은 몸에 붙여 팔을 아래로 내려 정병을 들고 있고, 왼손은 가슴에 대어 연꽃송이를 쥐고 있다. 이런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고려시대에 유행하였던 관음보살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음입상을 받치고 있는 대좌는 아래를 팔각으로 조성을 했으며, 그 위를 원으로 조성해 연꽃을 새겨 넣었다. 답사를 다니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석조관음입상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천의의 꾸밈이나 정병, 목걸이 등이 당시에 유행하던 지방의 불교미술의 특징으로 보인다. 정병을 든 오른팔 팔뚝에 띠를 두르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답사를 다니면서 가장 즐거운 것은 역시 하나하나 우리 문화재를 알아간다는 점일 것이다. 수많은 문화재를 돌아보면서 나도 모르게 지식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에, 그저 피곤한 줄을 모르고 돌아다닌다. 이 다음에 더 많은 자료가 쌓이는 날,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남겨주고 싶은 욕심에 힘든 답사의 여정을 재촉하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거창 상림리 석조관음입상의 답사일은 12월 11일 입니다.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보물, #상림리 , #석조관음입상, #거창,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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