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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9억여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건이 제보자 남아무개씨 등이 조작한 자료에서 비롯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24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한신건영에 근무한 전직 고위임원 A씨는 "법정에 증거로 제시된 회사의 채권회수목록은 한 전 총리 사건을 제보한 남아무개씨 등이 짜고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권회수목록'이란 검찰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 제시한 핵심증거다. 이 목록에는 '업체명 : 의원 지급내역 : 현금 5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총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판단해 그를 기소했다.

 

A씨의 진술은 지난 2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부도 후 받은 돈을 찾기 위해 직원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목록이라 가치없는 증거"라고 진술했다.  

 

검찰, 핵심증거 충분히 검증 않고 한명숙 기소?

 

A씨는 '채권회수목록'의 작성과정과 관련해 "2008년 3월 회사가 부도났는데 이때부터 앞서 영입된 한씨(한 전 대표의 친구)와 박씨(전 부사장)가 각각 주도하는 두 파벌로 나뉘었다"며 "결국 파워게임에서 남아무개씨를 영입한 한씨 측이 이겼고 박씨 등은 회사에서 밀려났다"고 말했다.

 

A씨는 "채권회수목록은 이때부터 경리부장 정아무개씨의 도움으로 작성됐다"며 "한씨와 남씨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3월 회사가 최종 부도처리되자 한 전 대표는 남아무개씨를 영입해 채권회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남씨 등은 경리부장인 정아무개씨의 도움을 받아 채권회수목록을 작성했다. 문제는 A씨의 지적대로 이 목록은 "한씨와 남씨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어서 충분한 검증이 필요했던 자료다.

 

채권회수목록을 작성한 정씨는 지난 6일 법정에서 "회사가 부도난 뒤 사장님 아는 분이 집으로 찾아와 '받아낼 수 있는 돈을 적어주면 정 경리부장의 돈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설득해 (목록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한 전 대표를 면회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남씨가 검찰에서 채권회수 목록을 보여주면서 '이게 검찰에 다 들어갔으니 (한 전 총리에게 돈 준 사실을) 인정하라'고 협박했다고 한 전 대표가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검찰은 편향적인 채권회수목록을 가지고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가 핵심 증인인 한 전 대표가 기존진술을 번복하는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검증작업을 벌이지 않았다는 것.  

 

남씨는 왜 검찰에 '한명숙건'을 제보했을까?

 

검찰은 지난 4월 1일 한 전 대표를 처음 소환조사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남씨로부터 '협박'을 받은 뒤 진술을 바꾸었다. 이후 검찰은 속전속결로 4월 8일 한신건영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석 달이 지난 7월 20일 한 전 총리를 '9억여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남씨가 검찰에 제보한 배경과 관련해 "(남씨 등이) 장부를 뒤지다 한 전 총리의 비서 김아무개씨가 빌려간 돈이 나오지 않았겠나"라며 "아마 김씨를 상대로 채권회수 과정에서 돈을 갚으라고 협박해도 되지 않자 이를 고의적으로 외부에 알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검찰에 한 전 총리의 9억여 원 수수 의혹을 제보했던 남씨는 지난 2008년 4월 한신건영에 영입됐다. 한 전 대표의 지인으로 알려진 그에게는 미회수 채권을 추심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그리고 지난 2009년 3월 한신건영 감사로 취임했다.

 

홍영표 의원은 "한 전 대표는 남씨를 세 번 정도 만났다고 한다"며 "의정부 구치소에 들어가 있을 때 자신의 지인과 면회를 와서 처음 만났고, 지난 4월 2일 검찰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남씨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회사를 가져갔다"며 "한 전 대표가 '남씨는 경기도 지역의 경찰서 등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내년 1월 4일에 열리는 공판에 한 전 총리의 비서실장인 김씨와 전 부사장 박씨, 채권회수목록을 작성한 전 경리부장 정씨 등을 불러 한 전 총리의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다.


태그:#한명숙, #한만호, #9억여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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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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