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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는 지난 11월 19일 수신료를 현재 월 2500원에서 1000원 인상한 월 3500원으로 하는 안은 의결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과 누리꾼은 수신료 인상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5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누리꾼단체들이 수신료 인상 강행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 발족한 'KBS 수신료 인상저지 범국민행동'과 <오마이뉴스>는 KBS가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을 따져보고, 시민사회단체들과 누리꾼이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11월 19일 KBS 이사회가 광고를 현행대로 유지한 채 수신료를 월 1000원 인상해 월 3500원으로 하는 안을 의결했다. 광고를 축소하지 않고 수신료만 올리자고 의결했으니, 결과적으로 수신료가 '종편 쌈짓돈'으로 흘러나갈 가능성이 해소됐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노골적인 조중동의 광고 축소·폐지 주문

지난 11월 22일 기자회견장에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KBS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김인규 사장.
 지난 11월 22일 기자회견장에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KBS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김인규 사장.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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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의 의결 직후,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즉각 KBS 이사회가 의결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KBS가 수신료를 올리면서, 구조조정을 소홀히 하고 있고, 광고도 안 줄이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선정주의와 상업주의 폐해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난들은 'KBS의 광고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하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조선일보>는 11월 22일자 사설 <수신료도 올리고 광고도 계속하겠다는 KBS>에서 "KBS는 국민에게 손을 벌리면서도 스스로 몸집을 줄이는 구조조정은 소홀히 했다"며, "KBS 2TV가 상업방송 채널과 다름없이 선정적인 오락프로그램과 막장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도 광고를 유치하고 광고 수입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비판하면서,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요구하려면 광고를 어떻게 줄이고 없앨 것인지 구체적인 일정부터 밝혀야 한다"며 광고 축소를 요구했다.

<중앙일보> 역시 같은 날짜 사설 <명분도 염치도 안 보이는 KBS 수신료 인상안>에서 KBS가 "수신료도 챙기고 광고도 그대로 내보내겠다고 선언했다"면서, "공익성과 상업성을 넘나들며 손쉽게 국민의 주머니를 털고 제 잇속만 챙기겠다는 뜻 아닌가"라며 광고유지 방침을 집중 성토했다.

<동아일보> 또한 같은 날짜 사설 에서 KBS의 광고를 '전체 미디어산업의 구조와 기능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이사회의 시청료 3500원 안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하지 말고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검토를 거쳐 광고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방통위에게 KBS의 광고 축소와 폐지라는 조건을 수신료 인상안에 첨부해 국회에 이첩할 것을 노골적으로 주문한 것이다.

종편 종잣돈으로 전용될 우려, 여전히 크다

KBS 이사회로부터 수신료 인상안을 접수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60일 이내에 그 안을 검토해 국회에 전달하도록 돼 있는데, 방통위는 그 과정에서 매년 단계별로 KBS 광고수입을 일정 수준씩 줄여나가고 궁극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검토의견을 첨부해 국회에 넘길 수 있다. 그러한 조건의 첨부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뿐 아니라 정권의 뜻에 부응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럴리는 없지만 설령 방통위가 이러한 조건을 첨부하지 않고 찬반검토의견만 달아 인상안을 전달할 경우, 국회 승인과정에서 여당이 민망하게도 그러한 조건을 스스로 첨부해 수신료 인상안을 승인할 수도 있다.

이번 1000원 인상안이 국회에서 승인될 경우, KBS의 수신료수입 증가액은 1년에 2092억원이다. KBS는 프로그램 제작비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2009년 700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냈고, 2010년엔 1000억원 규모의 흑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또한 내년도 프로그램 개편의 진행상황을 볼 때, KBS에는 큰 폭의 제작비 감축이 내년도에도 이어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2011년도에만 3000-4000억원의 여유가, 2012년도까지 계산하면 6000-8000억원의 여유가 발생하는 것이다. 종편채널이 개국하는 2011년 KBS가 광고수입을 1000억원쯤 줄이고, 종편채널의 광고영업이 본격화되는 2012년에는 2000억원쯤 축소하는 조건부 통과는 조선·중앙·동아일보와 정부와 여당의 뜻에 부합하는 방안일 수 있다.

KBS가 수신료를 올리고 광고를 줄이면, 그렇게 줄인 광고비는 다른 방송사들이 수입으로 흘러들게 돼 있다. 지상파TV에 버금가는 규모의 자본력으로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거대 조중동 종편채널은 바싹 마른 수건, MBC와 SBS는 푹 젖은 수건이다. 광고축소나 폐지로 KBS에서 빠져나온 광고비의 대부분은 종편채널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

최근 KBS는 통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된 광고수입원이 되고 있는 2TV 시간대에 인기 오락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내년도 프로그램 개편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경우, 줄어들게 되는 광고수입은 500억원 규모이다. 수신료 인상에 따른 구조조정 요구와 맞물려 제작비도 줄이고, 보수신문과 정부와 여당의 뜻도 받드는 일석이조의 방안이다.

반시청자적인 수신료 1000원 인상안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이 11월 22일 오전 KBS 앞에서 '수신료 인상안 의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이 11월 22일 오전 KBS 앞에서 '수신료 인상안 의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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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줄이지 않고 수신료만 1000원 인상하겠다는 안은 수신료가 종편PP 수익으로 전이될 염려가 없는 안이 아니다.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여당이 다수를 점한 방통위와 국회의 조건첨부를 통해, 수신료 인상분만큼 KBS의 광고를 축소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수신료 인상분이 큰 부분이 종편의 종잣돈으로 흘러들 수 있는 매우 반시청자적인 안이다.

또 설령, 방통위나 국회에서 그런 조건을 걸지 않고 승인한다 하여도, 안심할 수 없는 안이기도 하다.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인 2008년 8월 <신동아>의 인터뷰에서 "KBS는 정부 산하기관... 사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기조를 구현할 인물이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KBS가 대통령에게 봉사하는 일을 주임무로 삼고, 지금처럼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적 여론형성이라는 방송 본연의 기능을 계속 외면하고 왜곡한다면, 광고축소는 굳이 정부·여당이 나서 수신료 인상의 조건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가능할 수 있다.

더구나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는 정권에 대한 비판을 완벽히 피해가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일 수 있다. 첫째는 KBS가 자신을 관영방송으로 규정하고, 상대적으로 저비용 사업인 정부홍보에 계속 매진하는 것이고, 둘째는 KBS 경영진이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발적으로 광고수입 축소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조선·중앙·동아 종편에 대한 우정이 지금처럼 계속 견실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수신료 받을 자격조차 상실한 KBS, 정상화가 급선무

정부와 여당은 조중동이 지배하는 거대 종편PP를 허용함으로써, 방송의 무게중심을 기득권층이 주도하는 민영방송으로 옮기고,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송구조 개편을 추진중이다. 여론지배력이 큰 집단에게 지상파방송에 준하는 종편PP를 허용한 것은 여론다양성을 악화시키고, 조중동의 방송진출을 염두에 둔 종편PP 도입은 제살파먹기식 경쟁으로 방송산업 전체의 부실을 초래할 뿐이다.

민주국가에서라면, 여론지배력이 큰 기존의 신문사가 종합편성이나 보도 분야에 거대 자본을 갖고 진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MB정부는 그 상식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 수신료 1000원 인상안 역시 거대 종편채널에게 종잣돈을 마련해주는 복선을 여전히 깔고 있다. 종편특혜를 위해 국민 주머니를 털려는 음험한 손을 우리 스스로 경계하고 우리의 지갑을 단단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

기실, 종편 종잣돈으로의 전이 여부도 중요하지만, 현재 KBS가 수신료 인상은커녕, 수신료를 받을 자격조차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 작금 KBS의 왜곡·편파 보도는 '정권의 시녀'였고 '국민의 기만자'였던 과거 5공화국 시절로의 회귀를 연상케 한다. 현재는 KBS의 독립성과 신뢰 붕괴로 수신료의 정당성 자체가 훼손된 상태이다.

KBS의 정상화, 곧 정권에 의한 방송장악, 비판적 기자·PD·진행자·출연자 축출, 비판적 프로그램 폐지, 정권홍보에 올인 등 그간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과 수신료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수신료 인상에 선행하거나 최소한 병행돼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신태섭 기자는 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 공동대표이자 동의대 교수입니다.



태그:#KBS수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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