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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금) 여행 둘째 날, 일본 북해도의 하코다테(函館)에서 아침을 맞았다. 눈을 보기 위해 북쪽으로 왔지만, 날씨는 애석하게도 전혀 춥지 않았다. 눈이 와야 하는 겨울 날씨에 비가 오는 것이다.

당초 일정은 한 시간 정도 북쪽으로 이동하여 일본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호수인 도야호(洞爺湖)로 가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전체적으로 둘러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바람은 죄 많은(?) 우리들에게 이런 낭만을 주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우스산
▲ 화산과학관 우스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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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호는 둘레가 40㎞가 넘고 깊이가 183m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로 도넛 모양의 화구호가 있으며, 주변에는 분화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살아있는 화산인 우스(有珠)산과 쇼와신(昭和新)산 등이 있어 화산 체험과 뱃놀이 등이 가능한 일본 최고의 관광지 중에 하나다.
         
화산과학관
▲ 지진과 화산의 풍경 화산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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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탈 수 없게 된 일행들은 버스로 호수 주변을 대충 둘러 본 다음, 예정에 없던 우스(有珠)산 아래에 있는 화산과학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파괴된 차량과 일그러진 철로를 볼 수 있었다
▲ 2000년 화산 폭발시 피해를 본 차 이곳에서 파괴된 차량과 일그러진 철로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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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지역은 평균 30년 주기로 화산이 폭발하고 그 피해가 상당하지만, 30년에 한번 정도 주기적으로 폭발하는 화산이 폭발 1~2주 전에 반드시 사전 징후가 있어 자연스럽게 대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화산으로 인하여 일본에서 가장 질이 좋은 유황 온천이 형성된 곳이라 주민들은 화산과 공생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화산이 주는 피해보다는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방문하는 관광객과 온천 및 호수의 혜택이 더 크기 때문에 30년 한 번씩 피난을 가고 새로운 집을 짓게 되어도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화산을 이웃하여 살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화산과학관은 화산과 공생하는 주민들의 삶과 우스산 분화와 재해, 화산 관측과 분화의 시점, 피난소에서의 생활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1977년에 있었던 대폭발에 관한 체험관도 있어 지진과 화산폭발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고, 영상과 소리로도 배울 수 있다.

또한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00년의 폭발로 피해를 입은 자동차며 도로의 지각 변동으로 휜 철로와 융기한 도로 노면, 도로를 파괴한 거대한 분석의 실제 모양도 볼 수 있다.

아울러 2000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융기를 계속하고 있는 우스산 서쪽 지역의 산록과 지형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모형도와 항공사진 등도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쉽게 느낄 수 없는 우리들에게는 호기심 만점인 곳이었다.

이곳 도야호 주변의 주민들은 온천과 화산, 호수, 지진 등을 자신들의 생활의 일부를 너무나 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관광 자원화하여 생계를 잇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1943년에 생긴 산이다
▲ 쇼와신산 1943년에 생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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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화산과학관을 둘러 본 다음, 실제로 화산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유황가스를 분출하고 있는 1943년부터 2년간의 화산활동으로 지반이 융기하여 생긴 고도 402m의 쇼와신산의 바로 아래까지 이동하여, 지도를 바꾼 산을 조망했다.

원래는 이곳도 중턱까지 올라가서 분화 체험실 등을 둘러 볼 예정이었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아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어 점심을 먹기 위해 분화구가 바라보이는 곳의 레스토랑에서 일본식 철판요리를 먹었다.
  
점심은 철판요리로
▲ 철판요리 점심은 철판요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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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생선 등을 철판에 구워서 먹는 요리였지만, 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채소만 대충 먹고서 식당 아래에 있는 매점에서 북해도 특산품이라 하는 말기름(마유,馬油)크림과 장난감, 열쇠고리, T셔츠를 샀다.
             
말기름으로 만든 크림이다. 샴푸, 비누, 피부크림 등이 있다
▲ 북해도의 특산품 마유 말기름으로 만든 크림이다. 샴푸, 비누, 피부크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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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해도 특산물이라고 하는 말기름은 피부병이나 아토피, 비듬치료 등에 효과가 있으며, 얼굴, 손발, 머리 등 신체 전반에 바를 수 있는 종합크림의 개념으로 샴푸, 비누 등으로도 만들어져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이라고 해서 하나 샀다.    
               
아이누
▲ 아이누 민속박물관 아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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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쇼핑도 한 다음 우리들은 쇼와신산을 뒤로 하고 시라오기군(白老郡)에 있는 아이누민족박물관(http://www.ainu-museum.or.jp/kr)으로 갔다. 북해도의 원주민이자 일본 동북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아이누민족의 생활사와 전통을 서고가 아니라 현실에서 보고 체현할 수 있는 곳이라 너무 기쁘게 방문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중간쯤 되는 피부색에 온몸에 털이 많은 아이누민족은 일본 동북에 살던 선주민들로 현재 그 인구는 공식적으로 2만 5천명 내외지만, 일본 전역과 사할린 등에 흩어져 살며 스스로가 30만 명 내외는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촌장상
▲ 아이누민속박물관 촌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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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입장하면서 입구에 있는 거대한 코탄코로쿠르 촌장상을 보면서 분위기에 압도를 당했다. 곳곳에 있는 곰 동상을 보면서도 이들이 얼마나 동물, 자연과 친한 민족인가 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선주민족 아이누
▲ 배를 타고 있는 아이누 일본의 선주민족 아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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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눈을 바라보지 않고 허공을 보며 말하는 것을 보며, 처음엔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동행했던 김인숙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원래 자연, 동물들과 친하게 지내던 민족이라 낯가림이 심하고 친해지기 전에는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않고 대화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라고 해서 놀랐다.

입구에 있는 박물관과 매장에서 이들의 민족공예와 생활을 전반적으로 둘러보았고, 연어를 가공하여 만든 각종 도구와 장신구, 여자들에게만 병을 물리친다는 의미에서 얼굴에 문신을 하는 이상한(?)풍습과 춤, 노래 등을 자료를 통하여 보고 음악으로 들을 수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아이누 아가씨
▲ 아이누 노래를 부르는 아이누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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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부를 30분 정도 둘러 본 다음, 아주 크게 지은 아이누들의 집안으로 들어가 박물관 소개와 민족음악, 노래, 춤, 악기 공연을 잠시 관람했다. 생경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동양적인 멋이 있는 춤과 노래였다.

하지만 이들도 일본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소수 민족의 한계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지 노래는 힘이 없고 춤에도 멋과 낭만이 없어 보였다. 특히 중간중간에 춤과 음악을 소개하는 젊은 해설자의 목소리와 눈빛은 관람객을 바라보지 않고 허공만을 보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전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낯가림이 심하고, 이제는 박물관 직원으로 복지부동한 공무원 같은 삶을 살면서 시간만 때우는 것 같은 노래와 춤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누
▲ 춤 추는 아이누 아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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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세계적으로도 소수민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요즘 아이누민족에 대한 일본 정부의 관심은 아직도 낮은 것 같아 보였고, 이들은 자신들의 민족 언어와 춤, 노래, 습성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태그:#북해도, #일본 , #아이누민족, #화산,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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