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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 보온병이 76mm 곡사포인 줄 알았다."(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형님예산 폭력·강행처리) 이것이 바로 정의다."(김무성 원내대표) 

"(연평도 포격 사태에도)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이명박 대통령) 

 

올 한해 가장 많은 사람을 웃기고 울게 만든 주옥 같은(?) 멘트들이다. 가히 올해의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 후보감들이다.  

 

"애들 밥값 지원비 700억은 나라 망하는 포퓰리즘"이라고 오버의 진수를 보여준 오세훈 서울시장과 "복지를 나라 형편이 되는 한도 내에서 즐겨야 한다"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개그를 선보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다. 이 때문에 연말 방송사 '연예대상' 프로그램들이 죄다 죽을 상이다. 가장 강력한 '대상 후보감'들이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배제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저런 소리들을 들으면서 왜 자꾸 'MB 정권의 몰락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미스터 쓴소리' 홍준표 최고위원도 그렇게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3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강행처리 몸싸움을 보면서 96년 노동법 기습처리가 생각났다"며 "당시 우리는 승리했다고 축배를 들었지만, 그것이 YS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고 결국 보수정권을 진보진영에게 넘겨줬다"고 한탄했다. 

 

진보진영 입장에선 이런 홍 최고위원이 좀 얄밉기는 하다. 그는 꼭 야당이 이제 막 여당 비판으로 재미 좀 보려고 하면, 갑자기 끼어들어 야당이 해야 할 소리를 먼저 낚아채가는 습성이 있다. 그는 한나라당 비판의 날을 무디게 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여담이지만 한나라당이 제정신 가진 집단이라면 '형님' 대신 홍준표를 더 많이 챙겨줬어야 했다. 그나마 한나라당 안에서 사태 파악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 아닌가? 

 

사실 지금처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한반도를 전쟁터로 몰아가는 것도 모자라, '굴욕'협정인 한미FTA 밀실 퍼주기로 역사에 엄청난 죄를 짓고도 이 정권이 몰락하지 않는다면, 그건 '공정사회'가 아니다. MB 정권 최고의 공정사회 실현은 이제 그만 무능을 인정하고 '정권을 내놓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5공 군사정권의 섬뜩한 경험이 되살아난다 

 

 

그동안 '친서민', '70% 복지' 운운하며 국민들을 눈속임하며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그마저 이번 예산안 폭력·강행처리 과정에서 홀라당 날려먹었다. 허겁지겁 대통령 형님과 영부인 그리고 4대강 삽질 예산 챙기느라 70% 복지의 핵심사업인 '영·유아 양육수당'을 빈 껍데기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아이들의 밥값과 예방접종비, 산모·신생아 도우미, 보육·돌봄시설, 대학생 등록금·장학금 지원비까지 통째로 날려버리거나 증액 원안보다 대폭 삭감했다.

 

이제 이 정권 사람들은 어디 가서 "우리도 복지합니다"란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게 됐다. 이번 날치기 예산안은 이 정권이 그동안 주장해 온 '친서민·70% 복지·공정사회'가 자신들의 적성에 안 맞는다고 실토한 '대국민 포기 선언문'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십조 원의 '부자 감세'를 통해 투자와 고용 증대는커녕 재벌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만 집중적으로 돈다발을 안겨준 것까지 감안하면, 이 정권의 정체성이 '부자 정권'임은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가관인 것은 천인공노할 예산안 날치기를 저질러 놓고도 "이것이 바로 정의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장 정의로운 사람들"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나라당이 광주학살과 군사독재 세력인 '민주정의당'의 후신이라는 사실을,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두들겨 팼던 그 시절을 잊지 말라고 상기시켜 주는 듯하다. 5공 군사정권의 섬뜩한 경험과 기억이 2010년 12월 이명박 정권에서 또다시 정의라는 이름으로 스멀스멀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예산안 강행처리보다 더 본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안보와 평화관리에 실패하고, 이를 한미FTA 굴욕협정으로 때우려는 '망국적 작태'다. 

 

전쟁의 종착역이 가까이 오고 있다 

 

 

아무런 전략도 없이 '압박과 무시'로 일관하는 이 정권의 대북 강경책 때문에 한반도는 지금 전쟁의 종착역을 향해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가 되어 버렸다.  

 

보온병과 포탄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찬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난 3년 동안 남과 북은 마치 전쟁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마주 보고 달려온 두 열차'와 같았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을 지나 이제 사실상 '전면 전쟁'이라는 종착역만 남은 셈이다.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이 정부가 발표한 서해 5도의 군사 요새화, 북 추가 도발시 전투기 폭격, 한국군 주도 자위권 행사와 미군의 북한 폭격 지원,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무책임한 발언들은 통일은커녕 '한반도 전쟁이라는 종착역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신호를 알리는 종소리들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위기 국면을 신속히 안정화시키고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국민들의 전쟁 불안을 덜어주고 생업에 전념케 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되레 전쟁을 부추기는 섬뜩한 정책과 발언들만 쏟아내고 있다. 이 불길하고 불안한 종소리들이 양극화로 삶에 지친 서민의 가슴을 더욱 심란하게 흔들어놓고 있다.  

 

무력시위-한미FTA 타결, '구한말 망국' 데자뷰 

 

이 정권은 자신들의 안보 무능과 평화관리 실패로 인해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초강대국 미국의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끌어들여 서해 앞 바다에서 무력시위를 하게 하고, 바로 그 순간 통상관료들은 슬그머니 미국 위싱턴으로 날아가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 때와 똑같이 역사에 남을 희대의 굴욕·불평등·퍼주기 밀실 협정을 체결하고 돌아왔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연기해 군사주권·안보주권를 넘겨주더니 이제는 경제주권마저 넘겨주려는 것 같다. 마치 '구한말 망국 프로세스'를 다시 밟아가는 것 같은 '데자뷰'를 떠올리게 한다.

 

얼마나 이 정권이 우스워 보였으면, 일본 총리마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인 납북 피해자 구출을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여 한국 내부의 영토를 통과해 북한으로 쳐들어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을까. 마치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선 침략 명분으로 내세웠던 '정명가도'(征明假道·중국 명나라를 정벌하러 갈 테니 길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연상케 하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이 망언은 한반도 전쟁 발발시 일본도 한몫 챙기겠다는 마각을 드러낸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필이면 나라를 잃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를 맞이해 이 정권은 뼈아픈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똑같은 치욕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어리석은 정권,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격차사회를 더욱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맹신주의자들 그리고 이들과 한몸인 특권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북 강경책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고,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군사력을 끌어들여 또 다른 주변 강대국인 중국과의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남한에 더 이상 기댈 게 없다고 판단한 북한은 북한대로 살기 위해 중국의 '동북4성' 경제체제에 급속히 빨려들면서 사실상 중국의 속국화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설사 북한이 붕괴된다 해도 중국의 결재 없인 평화적 통일은 영영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한반도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고 주도하려는 의지도, 전략도 없다.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채 증오와 대결주의로 일관해 오다 결국 전쟁의 위기로 치닫자 안보 주권과 경제 주권을 미국에게 넘기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  

 

무기 구입, 서해 5도 주민대피시설 확충 등 연평도 사태가 없었다면 안 써도 될 국방 예산을 서둘러 증액하느라 애꿎은 서민 복지만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돈은 돈대로 들고 안보 불안은 더욱 증폭되는 이중삼중으로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조성된 안보 정국을 자신들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억누르고 정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치밀한 전략과 준비 없이 외부의 한쪽 강대국에만 의지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다 끝내 한반도를 강대국의 손아귀에 넘겨주고 말았던, 구한말 못난 위정자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100여 년이 지난 2010년에 와서 똑같이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숭상하고 흠모하는 나라만 달라졌을 뿐, 사대주의 세력이 또다시 이 나라를 쥐고 흔들며 서민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는 건 매한가지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그리고 역사에 두고두고 천벌 받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정권이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 제발 자신을 돌아보라 

 

이명박 정권은 지난 3년 동안 독선·보복 정치, 재벌·토건 경제, 강남·특권 교육, 지나친 경쟁사회 조장, 끝없는 남북 대결주의, 표현·사상의 자유 탄압으로 일관해 왔다. 

 

그들이 대선 때 내건 '경제대통령'이란 허울 좋은 구호는 결국 '재벌과 부자들만을 위한 경제'를 의미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재벌경제에는 지나치게 유능하고, 서민경제에는 너무도 무능했다.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도 장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죽을 맛'이라며 아우성이고,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이 정권의 성장지상주의자들이 말하는 그 잘난 '낙수효과'를 기다리다 아예 목이 타 죽을 지경이다.   

 

미네르바 구속, 용산 참사, 비판언론 죽이기와 방송사·언론 장악 및 프로그램 통제, 방송인·평론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등장, 수사기관의 무차별적인 개인 이메일 뒤지기와 언론 공개, 민간인·시민단체 간부·정치인 가족 '불법 사찰', 시국선언·집회 참가 교사·공무원의 중징계, 전교조 명단 공개, 경찰서 고문 망령, 쌍용차 노동자 파업 폭력 진압, 인권 문외한의 국가인권위원장 임명 등 기본적이고 형식적인 민주주의마저 무차별적으로 파괴해 왔다.

 

이 정권은 자신들의 주특기라는 안보에도 무능했다. 평화 관리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고, 무능하고 무모한 대북정책은 급기야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안보와 평화관리 모두 실패한 정권이다.

 

'이게 나라인가.'

 

이 정권 사람들과 보수언론이 과거 민주정부를 향해 틈만 나면 쏘아붙이던 단골 멘트다. 그들의 분노는 고스란히 이 정권에게 향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안보와 평화관리에 '무능'하고, 서민과 약자에게 '무자비'하며, 굴욕협정 체결로 역사 앞에 '무책임'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 그들이 2012년 무슨 낯으로 정권을 더 맡겨 달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태그:#예산안, #연평도, #한미FTA, #이명박,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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