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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둥지를 틀고 사는 아우님이 왔다. 내가 요즘 벌은 돈도 있고 해서 청요리집 VIP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아우가 간혹 내 앞에서 서슴없이 하는 말이 있는데 "사실 형님이 돌아다니며 하는 짓과 쓰시는 글을 보면 뭔가 풀기 어려운 미스터리가 있습니다"라는 것이다.

 

아우의 이 말은 나쁘게 해석하면 하는 짓과 글이 일치가 안 된다는 말이고 좋게만 보자면 워낙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서 자유분방하게 보인다는 말일 터이다.

 

재미있는 게 이 친구가 내 영향이라고까지 굳이 말 할 수는 없지만 암튼 노자(老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겁니까?"라고 뜬금없이 질문을 해온다. 해서 남들이 들으면 하나도 재미없는 중국의 13경(經) 얘기를 술이 파할 때까지 떠들어보았는데 결론은 이렇다.

 

요즘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오로지 돈에 결부가 되어있는데 우리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 같다. 결론부터 지어놓고 보자면 내 생각은 이렇다.

 

"정직하게 돈을 번 사람이 정직하고 값어치 있게 쓸 줄도 안다."

 

정치권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재벌가 사람들이 신문지면을 추한 모습으로 자주 장식하는 이유는, 자식들에게 돈 버는 올바른 사고방식은 안 가르치고 돈 버는 스킬만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의 즐거움은 뒤로한 채 가르친다. 더럽고 추한 방법으로 번 돈을 값어치 있게 쓰기 바란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무리일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있어 정직하게 돈을 벌어 값어치 있게 쓴다는 말 또한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일 터이다.

 

나는 두 딸을 차라리 청맹과니로 만들지언정 부정하게 번 돈으로는 교육을 못 시키겠다. 부정하게 번 돈으로 좋은 학교를 보내 교육을 시켜본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스킬만을 가르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선은 부모의 가치관부터 바뀌어야 할 터이다. 어찌 금쪽같은 내 자식의 교육을 이권이 난무하고 매관매직이 성행하는 썩어빠진 이 사회에 온전히 내 맡길 수가 있겠는가?

 

내 생각에는, 돈은 부지런히 긁어모아 소유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을 흔하게 들어왔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개처럼 벌라고?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개처럼 벌어서야 쓰겠는가?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어떻더라도 좋다는 말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

 

돈을 모으는 과정조차도 즐겨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사회가 왜 이렇게 문란하고 국가의 가치관마저 오로지 돈에만, 권력에만 치중되어 있는 줄 아는가? 경제를 살리고 국가의 부를 축적하는데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보기 때문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돈 모으는 과정이 건전하지 못하면 쓰는 것도 건전치 못하게 사용될 수밖에 없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은 "사람답게 즐기며 벌어서 아름답게 사용해라"는 말로 바뀌어야만 타당하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이 정당화 된다면 우리는 평생 개의 신세를 못 면할 것이다.

 

정승처럼 써라? 웃기지 마라! 돈으로 타인의 위에 군림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랴! 정승은 권력을 뜻함이 아니던가? 돈을 아름답게 써야지 왜 돈으로 위세를 떨라 하는가? 남에게 폐 안 끼치며 즐기면서 적당히 벌었으면 새벽공기에 풀 내음 맡아가며 자신의 삶도 뒤돌아보는 여유도 가져보면 좋겠다. 나보다 조금은 덜 가진 사람도 도와주면서 그렇게 아름답게 사용하면 좋겠다. 나이 탓 하지 말고 근사하게 색소폰 배워보고, 뭣하면 남도민요도 한가락 배워보고 그렇게 살다가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가 노자를 공부하고 장자를 따르며 공맹(孔孟)을 사모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먹고 싸고 자고 하는 것 이외의 것들에 대한 과한 욕심이 나를 괴롭힌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 욕심을 최소화해서 내 삶의 참 본질이 무엇인가를 찾아 그대로 실천해 보자. 그래서 찾은 것이 결국은 내 자신을 소박한 자연에 맡기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동물이 저 사는 집 이외 욕심을 부려 여분의 집을 마련하던가? 세상의 어떤 동물이 과도하게 저 먹을 것을 여축해놓던가? 세상의 어떤 동물이 밥 먹다말고 밥상을 밀어 놓고 수컷이 암컷에게 달려들던가?

 

대학을 나와서 판검사가 되어본들 새벽에 일어나 쇠죽을 끓이러 나가는 촌부와 삶의 본질에서 무엇이 다른가? 내 기준으로는 다를 게 없다. 판검사가, 굴지의 재벌이 유위(有爲)의 삶이라면 촌부의 삶은 무위(無爲)의 삶이다.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유위(有爲)를 최소화해 보자는 말이다. 그래서 유위(有爲)에서 얻어지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의 기복을 최소화 시켜보자는 것이다. 희노애락은 결국 무엇인가를 이루어보고자 하는 유위(有爲)의 욕망에서 얻어지는 감정이 아니던가?

 

나는 큰 기쁨과 즐거움도 싫고 절망도 싫다. 욕망으로 일컬어지는 유위(有爲)에 대한 소극적 삶을 유지하면서 희노애락의 감정 기복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내 삶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라 여긴다. 배부르면 즐겁고 흥에 겨우면 몸짓하고 부모가 아프면 울고 벗을 만나면 즐겁고 이게 바로 내가 느끼는 소박한 감정의 전부였으면 참 좋겠다. 초원의 배부른 망아지 뛰노는 모습, 이게 바로 나이기를 희망해 본다.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이냐고? 글쎄? 백년을, 이백년을 살 것도 아니니 즐겁게 벌어서 있는 돈이나 제대로 잘 쓰다 가시게. 그러면 잘 사는 것이야. 하하."


태그:#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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