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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본회의장앞 로텐더홀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당직자에게 맞았다는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 코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본회의장앞 로텐더홀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당직자에게 맞았다는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 코에서 많은 피를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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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

친구가 맞았다. 스무 바늘씩이나 꿰맬 정도로 흠씬 두들겨 맞았다.

무엇보다 놀란 건 하필 그 녀석이 맞았다는 사실 자체였다. 대학원 시절, 이종격투기가 취미였던, 친구 사이에서도 제일 건장한 편에 속하던 그 녀석이 피범벅이 되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누가, 왜 그 녀석을 때린 것일까?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뒤 벌어졌다. 내 친구를 때린 것으로 추측되는 가해자 집단의 수장이 갑자기 '정의'를 운운하고 나선 것이다. 사람을 아예 곤죽으로 만들어 놓고 분명한 사과도 없이 그 모든 일이 '정의'를 위해 벌어진 일이니 이해해달라고 강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그렇다. 내 친구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국회의 폭력성을 온몸으로 증명한,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바로 그 녀석이다. 또다시 벌어진 국회 활극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민주당의 박아무개 보좌관.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끔찍한 친구의 사진을 보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이 상황인 듯 아무도 받지 않는 전화. 뭐지? 많이 다쳤나? 걱정스럽고 다급한 마음에 한나라당 보좌관으로 있는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도대체 어찌 된 일이야? 녀석은 괜찮아?"
"뭐, 괜찮은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네."

"누구야? 누가 쳤대? 아니, 그 성질에 참았대?"
"누가 쳤는지는 경황이 없어서 못 봤나 봐. 우리 한나라당 보좌관인 것 같기는 한데. 거의 상황 끝나고 걸어 나오고 있는데 누가 갑자기 쳤다더라."

"아니, 상황이 끝났는데 왜 멀쩡한 사람을 쳐? 평소에 유감 있었던 거야?"
"모르지 뭐."

"너희들 너무한 거 아니냐?"
"그러게 말이다. 나도 놀랐어."

폭력에 익숙해진 그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이종걸, 문학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민생 복지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단상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이종걸, 문학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민생 복지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단상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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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한나라당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였다. 그 과정에서 여야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현재 나의 친구는 그 이전투구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MB 정부 들어서 매년 계속되고 있는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매번 벌어지는 국회발 활극. 도대체 현 정부는 무엇 때문에 이리도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한번 솔직히 말해보자. 과연 어느 누가 야당이 정부·여당의 예산안 처리를 끝까지 방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국회는 지금까지 소수가 다수를 이겨본 적이 없다. 소수의 반대가 있든 말든 대통령의 탄핵소추안까지 통과시킨 국회 아니던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고, 경호권을 발동하고 의사봉 땅땅 두들기는, 매번 똑같은 비디오의 반복.

이런 지겨운 과정에 있어서 야당의 역할이란 결국 그 예산안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인데, 그 방법은 정부·여당의 대응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토론이 계속된다면 여야간 협상하는 장면도 볼 수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지금까지의 행태처럼 국회에서의 활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와 같은 사실에도 굳이 국회에서의 활극을 조성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증을 심어주기 위함인지, 아님 진정 독재를 하기 위함인지 3년 내내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면서 해외 토픽감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G20을 치르면서는 국격, 국격 하더니 국회를 이 난장판으로 만드는 건 상관없단 말인가.

보수 신문에서는 폭력이 횡횡하는 국회를 공히 여, 야 모두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는 비겁한 양비론일 뿐이다. 분명히 폭력의 단초는 정부·여당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새해 예산안을 들고 나오면 그것이 그대로 통과될 수 없는 것은 상식 아닌가. 따라서 어차피 야당과의 조율이 필요한 이상, 그만큼의 협상의 여지는 들고 나와 협의해야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여당의 이와 같은 폭거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폭력 사태가 있다는 사실만 해도 부끄러운 일인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사람을 패고 다니는 것이다.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본회의장 출입문 유리에 금이 가 있다.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야당이 점거농성중인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본회의장 출입문 유리에 금이 가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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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사례를 보자. 한나라당 보좌관이나 그 담당 국회의원도 증언하듯이, 친구는 예산안 처리가 끝나고 난 뒤, 소강상태에서 걸어나오고 있는데 부지불식 간에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됐다고 한다. 이는 결국 그만큼 정부·여당이 폭력행사에 무감각해져 있다는 방증이다. 무슨 동네 깡패도 아니고 신성해야 할 국회에서 백주대낮에 멀쩡한 사람을 피곤죽으로 만들어 놓고도 그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뻔뻔스러움.

그래 놓고서 그 집단의 수장은 감히 '정의'를 운운한다. 과연 그 정의는 누구를 위한 정의이며, 어떤 정의를 뜻하는가? 혹여 과거 민주정의당의 정의는 아닌가? 자꾸만 그들이 이야기한 '정의'에서 5공 시절 '정의 사회 구현'이 떠오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집권여당의 폭력에 대한 무감각은 실로 두려운 일이다. 국회에서도 아무 거리낌이 없는 그들이 어찌 우리네 일상에서의 폭력을 감지하고 막을 수 있겠는가. 결과를 위해서라면 폭력마저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어쩌면 점점 극악해지는 공권력의 폭력은 우연한 일치가 아닌지도 모른다.

정의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여당 대표는 지금 당장 내 친구에게 사과부터 해라. 아무리 예산안 처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면 사과부터 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회,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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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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