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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옴진리교 사건이 있었다. 인류가 세균과 핵무기에 의해 멸망당한다는 종말론을 바탕으로 지상의 아마겟돈을 실천하기 위해 도쿄 지하철에 독가스 테러를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옴진리교의 교주와 신도의 일부가 체포되었다.

<무릎을 탁 치는 심리학 이야기>
▲ 겉그림 <무릎을 탁 치는 심리학 이야기>
ⓒ 종이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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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진리교 신도들 중 지식인들도 상당수 포함되었다는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댔던 기억이 난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잘잘못이 뚜렷이 구분되는 범죄행위에 그들은 왜 빠져들었을까? 그들은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을까?

1940년대 최남선, 이광수 등의 친일 행위는 거침이 없었다. 이광수는 일본 유학생들 앞에서 '천황 위해 목숨 바쳐 싸우라'며 학병 지원 독려를 했다. 최남선은 자신이 연구한 역사적 지식을 동원해서 일본 유학생들의 학병 지원을 강요했다. 당대 내로라하는 천재 소리를 듣던 이들은 자신들의 친일 행위에 대한 죄의식도 없었을까?

<무릎을 탁 치는 심리학 이야기>(이남석, 종이거울)에서 설명하는 '인지 부조화 이론'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자신의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됩니다. 말하자면 스트레스는 고통입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일치점을 찾지요. 즉 마음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자신이 행동을 그렇게 했으니 자기 안에 그런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책 속에서)

휴거론을 바탕으로 한 사이비 종교에 빠져든 사람들(똑똑한 지식인들 포함)은 예정된 날 휴거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자신들이 속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고 객관적 현실을 왜곡한다. 자신들의 기도가 부족했다든지, 자신들의 간절한 기도 때문에 신이 잠시 유예한 것이라든지 하면서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행동과 마음을 일치시킨다.

친일파들의 심리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한때는 독립운동에 몸담기도 했지만, 3․1운동 이후 변절의 길을 걸었던 이광수는 해방 후 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조사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학병에 나가지 않으면 학병에 나가서 받는 것 이상의 고생을 할 것 같았기에 나가라고 권했다 … 민족을 위한 부득이한 친일이었다"고 변명했다. 현실 상황을 왜곡시켜 자신을 정당화하는 '인지 부조화 이론'의 심리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탐구하는 심리학이 어떻게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무릎을 탁치는 심리학 이야기>는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왜 거짓말은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사람은 왜 고독한지,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 정말 구별되는 것인지, 고스톱은 치매 예방에 정말 좋은 것인지, 왜 지폐에는 사람 얼굴을 새겨 넣는 것인지 ….

전공 학생들이 심리학 개론 시간에 공부하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심리학에 관심조차 두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쏙 빠져들어 책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책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짧은 메시지도 책 읽기 전에 한 번 음미해볼 만하다.

이 책이 '심리학은 재미있다'에서 '심리학을 알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책 속에서)

덧붙이는 글 | 이남석/종이거울/2010.11/12,000원



무릎을 탁치는 심리학 이야기

이남석 지음, 종이거울(2010)


태그:#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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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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