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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가평자라섬재즈센터 3층 국악연습실에서는 흥겨운 사물놀이가 펼쳐진다. 하지만 얼핏 듣고 있으면 이 사물놀이 연주는 매끄럽지 못한 소음에 가까운 초보자들의 두들김소리.

 

한주도 아니고 매주 시끄러운 사물놀이를 펼치는 사람들은 누굴까? 지난 25일 그 주인공들을 만나러 가평자라섬재즈센터를 찾았다.

 

찾아간 그날도 굳게 문이 닫힌 연습실 안에서는 박자와는 거리가 먼 사물놀이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엔 남녀 5인으로 구성된 사물놀이 연습생들이 각자 연습을 하고 있었고 잠시 후 강사의 강의가 시작되면서 악기소리가 잦아졌다.

 

사물놀이로 장애를 잊는 사람들

 

강의를 듣고 있는 교육생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몸이 조금씩 불편한 장애인들이었다. 장애유형은 지체장애부터 지적장애까지 다양했으나 악기를 다루는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인 듯보였다.

 

특히 이날 모인 사람들은 사물놀이를 취미 삼아 사회생활참여 기회를 도모하려는 작은 연주단이었다.

 

연주단 이름은 "산바람, 강바람"이며 이 팀은 척추장애를 가진 오효석씨를 주축으로 이뤄진 장애인사물놀이 연주단이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그렇듯이 이 연주단원들도 사물놀이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거의 집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사회생활을 하기엔 다소 불편하고 어려운 점이 많았을 터. 하지만 연주활동을 하고부터는 한결 사회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이 연주단에서 장구를 맞고 있는 윤석경(지체장애)씨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집에서 나올 수 있고 사물놀이 할 때만큼은 내 장애도 잊고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이 좋다. 특히 장구를 치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며 사물놀이연주를 하며 느낀 소감을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일수록 장애인들의 사회(활동)경험은 복지수준이 높은 도시장애인들보다 현저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도 마음의 문을 닫으려는 경향이 짙어서일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사물놀이와 같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해, 장애인들이 집이 아닌 사회로 나와서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립을 위한 복지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이에 "산바람, 강바람" 연주단의 강의와 지도를 맡은 강사 손주미씨는 현재 가평국악협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실력파 국악연주인이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일주일에 1회씩 무료로 강의 및 연주지도를 해주고 있다. 그는 지역장애인들에게 작은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데 한몫 하고 있다.

 

한편 사물놀이가 장애인들에게 주는 장점에 대해 손주미 강사는 "사물놀이는 각자 개인악기를 연주하는 것이지만 또 단합이 되어야 좋은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단원들끼리 협동심이 길러지며 연주할 때 팔을 비롯해 평상시 사용치 않던 근육들을 움직임으로써 운동신경이 둔한 장애인들에게도 다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뇌 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연주"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씨는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인 분들은 연주능력이 비장애인들보다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장단을 외우고 응용해 연주하기까지 수많은 반복연습이 필요하므로 앞으로 3년 정도는 함께 배우고 연주해야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될 것 같다"며 "그래도 배울 의지들만 있다면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장애인들을 이해하고 함께 해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집 안에서만 안주하려는 장애인들이 사회 속으로 발을 내디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지난 9월 30일 처음 발족됐다는 "산바람, 강바람" 연주단은 매주 목요일이면 아직은 서툴지만 각자의 악기에 기(氣)를 담아 연주하고 있다.

 

그들의 사연을 알고 난 후부터는 더 이상 그 서툰 엇박자의 사물놀이연주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 아름다운 사물놀이연주로 들리는 것 같다.


태그:#사물놀이, #산바람강바람,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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