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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우정면 조암리에 위치한 조암제일교회(김재도 목사)는 11월 5일 임직식을 했다. 장로 2명과 권사 2명, 안수집사 6명을 세운 이날 임직식은 여느 임직식 풍경과는 조금 달랐다.

임직식은 선임 장로와 권사들이 임직자들의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으로 시작했다. 임직자들은 가슴에 꽃을 달지 않고, 꽃다발도 받지 않았다. 화환도 없고, 헌금도 내지 않았다. 손님들에게 선물이나 축의금을 받지도, 선물을 주지도 않았다. "축하합니다"는 말 대신에 "더욱 수고하시겠습니다"고 인사말을 나눴다.

허례허식을 줄인 임직식에는 특별한 순서가 하나 있었다. 임직자들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헌신 서약서를 읽고 그 내용이 담긴 서약 패를 받았다. 본인 스스로가 작성한 결단문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임직 선물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만 검소하고 조촐하다. 교회에서 임직자들에게 준비한 선물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섬기라는 뜻에서 목걸이 십자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라는 뜻에서 백합 한 송이가 전부였다.

11월 5일, 조암제일교회는 장로 2명과 권사 2명, 안수집사 6명을 세웠다. 임직식은 세족식으로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세족식 11월 5일, 조암제일교회는 장로 2명과 권사 2명, 안수집사 6명을 세웠다. 임직식은 세족식으로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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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자들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헌신 서약서를 읽고 그 내용이 담긴 서약 패를 받는다(좌). 임직 선물은 검소하고 조촐하다. 교회에서 준비한 선물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섬기라는 뜻에서 목걸이 십자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라는 뜻에서 백합 한 송이가 전부다(우). ⓒ뉴스앤조이 이명구
▲ 서약 낭독과 선물 임직자들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헌신 서약서를 읽고 그 내용이 담긴 서약 패를 받는다(좌). 임직 선물은 검소하고 조촐하다. 교회에서 준비한 선물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섬기라는 뜻에서 목걸이 십자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라는 뜻에서 백합 한 송이가 전부다(우). ⓒ뉴스앤조이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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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암제일교회는 10년 전부터 이러한 임직식을 해 왔다. 조금 다르게 임직식을 진행하다 보니 소속 노회와 마찰도 빚었다. 조암제일교회는 예장합동 소속이다. 예장합동은 권사에게 안수를 하지 않는다. 김재도 목사는 이번에 최성금 집사와 한미숙 집사에게 권사 안수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노회의 반대로 안수자가 뒤에 서서 기도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다. 노회 소속 목사들에게 의례적으로 건네는 교통비도 조암제일교회는 주지 않는다.

왜 이런 임직식을 하느냐고 김 목사에게 묻자, "당연한 거지요" 하고 답했다. 직분을 받는 것은 계급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더욱 다른 사람을 섬기는 자리로 내려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래 목사,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의 직분은 십자가를 지고 희생하며 순교하는 직분인데, 지금 한국교회에서는 높임받고 영광받는 직분으로 오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축하 선물과 대가성 헌금이 오고가고 한 계급 진급한 것처럼 으쓱거리는 모습이다. 김 목사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교회 직분을 서열로 이해하는 잘못된 의식 구조를 바꿀 수가 없어요"라고 했다.

조암제일교회 교인들의 의식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서일까. 임직을 받으면서 어땠느냐고 묻자, 교인들은 쉬지 않고 교회 자랑을 늘어놓는다. 하상옥 장로는 "의미를 간단하게 살리고 쓸데없이 사용되는 경비를 아껴서 정말 필요한 곳을 돕고 있습니다. 10년 전 임직식 때도 돈을 아껴서 우리 교회보다 더 큰 건물의 교회를 필리핀에 세웠어요"라고 했다. 한미숙 권사는 만약 돈을 내고 받는 권사 직분이었으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교회는 장로에 1000만 원, 권사에 500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 하나님의 사역을 돈으로 주고 산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찜찜하지 않게 마음껏 봉사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이러한 모습은 13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조암제일교회는 교회가 깨지는 아픔을 겪었다. 이전 담임목사와 교인들 사이에 3년 동안 법정 소송을 벌였다. 목사는 일부 교인들과 교회를 분립해서 떠났고, 30여 명의 교인들만 남았다. 그런 상처를 가진 교회에 김재도 목사가 1999년 부임했다.

김 목사는 초대 교회 같은 교회를 꿈꿨다. 실의에 빠진 교인들에게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자"고 격려했다. 특히 교회가 중요시했던 것은 '섬김'이었다. 교인들끼리만 좋은 교회가 아니라, 지역 사회를 돕는 교회가 되고자 했다. 조암리 일대를 2년 간 조사한 뒤, '향기로운 사람들'이라는 서약서를 만들었다.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자'는 취지의 이 서약서 내용은 △모든 사람에게 웃으며 대하고, 하루 세 사람 이상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한다 △다툼을 피하고 양보하며 불화가 생길 때는 해가 지기 전에 화해한다 △보는 이가 없어도 교통질서를 지키고 양보 운전을 한다 △물건을 살 때 값을 깎지 않고 물건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 △분리수거를 실천한다 등이다. 모든 교인에게 '향기로운 사람들'에 참여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서약을 지킬 사람들만 신청을 받았다.

교회는 6명의 선교사와 5개의 국내 교회 및 선교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또 근처의 삼괴중과 장안여중에 장학금과 결식 학생을 후원하고 우정초등학교에 학습지와 사랑의 쌀 나눔을 지원하고 있다.

외부적인 방향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개혁에 힘썼다. '민주적인 정관'과 '목사·장로 임기제'도 도입했다. 교인들은 내년이면 김재도 목사의 두 번째 재신임 여부를 묻는다. 조암제일교회의 임직식 변화는 개혁적인 교회를 만들고자 하는 김 목사와 교인들의 고민의 산물인 것이다.

김재도 목사는 실의에 빠진 교인들에게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자"고 격려했다. 특히 교회가 중요시했던 것은 '섬김'이었다. 강대상을 꾸민 장식은 가시관을 쓴 작은 나무 십자가뿐이다. 임직자들이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지고 가라는 의미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김재도 목사 김재도 목사는 실의에 빠진 교인들에게 "교회다운 교회를 만들자"고 격려했다. 특히 교회가 중요시했던 것은 '섬김'이었다. 강대상을 꾸민 장식은 가시관을 쓴 작은 나무 십자가뿐이다. 임직자들이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지고 가라는 의미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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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뉴스앤조이>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태그:#임직식, #교회, #뉴스앤조이, #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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