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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건으로 한국을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해야 하는 거냐?"

 

외교통상부가 24일 서울 주재 각국 대사들을 초청해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들이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져서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한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 북한이 뭔들 못하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당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정말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추가 경제제재] 일본 관방장관 "할 수 있는 제재는 거의 다 해버렸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다. 실제 쓸 수 있는 국내적 조치는 거의 없다.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고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돼 있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5·24조치로 개성공단과 인도주의지원을 제외한 모든 남북교류도 끊긴 상태다. 대규모 식량·비료지원도 이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지렛대가 되기 어렵다.

 

남은 것은 개성공단 폐쇄다. 그러나 이는 'MB대북정책의 완전실패'를 공표하는 것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북한의 외화수급에 타격이 되겠지만 입주기업 보상과 대외신인도 하락 등 남한이 입는 경제적 타격도 상당하다"며 "더 큰 문제는 사소한 갈등이 바로 교전상태로 연결되는 등 사실상 한국전쟁 직후나 직전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의 태도로 보면 개성공단폐쇄도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게되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제재가 테이블에 오를 수 있지만 이 역시 이미 광범위한 봉쇄와 제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1874호를 현정부 인사들은 "유례없는 사상 최고 수준의 제재"라고 강조했었다.

 

한미일이 별도로 연평도 사건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은 24일 대북 추가제재에 대해 "할 수 있는 제재는 거의 다 해버렸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제재효과 자체도 의문이다. 이번에 우라늄농축 시설 공개에서 드러난 것처럼 북한이 교묘하게 제재망을 빠져나가고 있는데다, 중국이 뒷문을 터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회부] 중국 반대 확실시, NLL분쟁수역화 우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특징의 하나는 남북 갈등을 국제 문제로 만들어 왔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건과 고 박왕자씨 사건 등을 국제사회로 끌고 나갔지만, 공격주체와 피해자, 전반적인 상황이 분명한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는 오히려 신중한 태도다.

 

우선 천안함 사건 때의 경험이 있다. 정부는 새로운 대북 제재 (또는 비난) 결의안을 끌어내려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공격주체도 명시하지 못했고, 형식도 의장성명에 그치는 망신을 당했다.

 

중국은 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도 "양 당사국의 자제를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관영매체들은 한술 더 떠서, <차이나데일리>는 '남측이 먼저 발포했다'는 북측 주장을 주요 제목으로 보도했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이명박 정부 대북외교의 실패"라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천안함 사건 때의 재판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서해북방한계선(NLL)이 '분쟁수역화'할 우려도 있다.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1953년 8월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북한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했던 NLL을 놓고 남북한은 수차례 무력충돌을 벌였다는 점에서, 자칫 분쟁수역화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게 되고 이는 동시에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북측 주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군사 대응] 보복공격은 국제법위반, 한미연합훈련·교전수칙 강화로 대응

 

 

북한에 대한 보복공격도 상정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카드는 아니다. 현장에서의 자위권 행사가 아닌 보복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다. 더욱이 개성공단에 700명 이상의 남측인력이 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냉전시대였던 1978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이나 1983 '버마 아웅산테러사건' 때도 하지 못했던 대북응징을, 경제규모가 비교할 수 없이 커졌고 G-20정상회의를 치러낸 중견국가인 한국이 실행하기는 어렵다.

 

대안은 서해에서의 한미연합훈련이다. 천안함 사건 때 중국 반발로 동해로 갔던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이번에는 서해에 들어오지만,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무력시위' 이상을 넘어서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추가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추가도발이 있더라도 훈련중인 한미연합군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교전수칙을 전면 보완하고 서해5도 전력을 대폭 증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전수칙강화가 북한과의 충돌을 억제학지 못했고 충돌가능성이 높음에도 확전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구조적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 한계 역시 뚜렷하다.

 

중국 외교부장, 한미연합훈련 반발해 방한 연기

 

현재 동북아 정국은, 중국과의 관계악화라는 점에서 천안함 사건 때와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26~27일 일정으로 방한하기로 했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돌연 방문을 연기한 것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외교통상부는 중국 측이 24일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정중한 양해를 구해왔다고 밝혔지만 외교장관의 공식 방문일정을 불과 이틀 앞두고, 정확한 설명도 없이 연기한 것은 사실상 '외교결례'라는 지적이다.

 

그의 방문연기는 조지워싱턴호 등이 파견되는 서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감과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에 대해 분명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공개적으로 대북영향력 행사를 주문하는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한중 갈등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미국의 태도도 천안함 때와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23일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한국 정부가 보여준 자제에 대해 사의를 표한다고 한 것은, 사실상 군사행동 자제를 요청한다는 점에서 천안함 사건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천안함 때와는 달리 미국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얻을 것도 없고, 미국 내에서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국과 중국이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공격을 당한 이명박 정부의 보폭이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압박도 못하고 관리에도 실패한 지난 3년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그:#연평도 포격, #천안함, #이명박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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