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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개막식에 가수 박창근과 무용가 박정희씨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공연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개막식에 가수 박창근과 무용가 박정희씨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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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대구 대봉동에 위치한 방천시장 옆 신천 길모퉁이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선정된 방천시장 살리기의 일환으로 문전성시(文傳成市) 프로젝트 '길 이야기가 있는 벽' 만들기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거리가 꾸며진 것.

오후 4시 '김광석 다시그리기' 개막식 선포와 함께 가객 김광석의 노래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기다려 줘'를 가수 박창근이 불렀다. 또 김광석의 노래에 맞춰 무용가 박정희씨는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춤 공연을 펼쳤다.

"차가운 콘크리트가 김광석 때문에 생명을 얻었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오픈 전.
▲ 김광석의 길 '입구'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오픈 전.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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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천시장 뒷골목은 대구 대봉동 출신이기도 했던 가수 김광석이 마치 다시 돌아온 듯 활기를 띄었다.

고 김광석은 1964년 1월 22일 대구시 중구 대봉동에서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나 5살 때인 68년 서울로 갔다. 그의 아버지는 자유당 정권 시절 교원노조 사태로 교단을 떠났던 전직 교사였다. 김광석은 1984년 김민기의 '개똥이' 음반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 등을 거쳐 1988년 '동물원' 1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 모던 포크의 계승자로 각광받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쳐나가던 그는 1996년 1월 6일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어쿠스틱 기타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윤성민, 김봉준씨의 공연 모습.
▲ 김광석 기억하며 노래부르고 있는 젊은 친구들 어쿠스틱 기타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윤성민, 김봉준씨의 공연 모습.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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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무용가 박정희씨.
▲ 무용가 박정희씨의 모습. 김광석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무용가 박정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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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천시장 상인회 신범식 회장은 "문전성시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방천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재개발로 인한 상인들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번 '김광석 다시그리기'를 계기로 방천시장에 문화와 예술이 살아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방천살리기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이정우 교수(경북대)도 "그저 스쳐 지나갔던 차가운 콘크리트가 김광석의 삶과 음악으로 인해 다시 생명을 얻게 되었다"면서 "김광석 그림그리기 골목길 조성으로 방천시장이 다시 재생되는 계기와 대구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등병의 편지' 코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군번줄을 달면 행운과 소원이 이뤄진다는 취지에서 꾸며 놓았다.
▲ '이등병의 편지' 코너 장면 '이등병의 편지' 코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군번줄을 달면 행운과 소원이 이뤄진다는 취지에서 꾸며 놓았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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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은 가장 문학적인 가수"

100여 미터에 이르는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작업에는 최원석 작가(대구청년작가회)의 '기억과 잊혀진 것들', 박재근 사진작가(행복사진관)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비롯한 총 19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길' 작업에 가장 첫 번째 관문에 그려진 작품 'LED 광석 GATE'에 참여했던 송주형 작가는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그려보기 위한 관문의 의미로 이번 작품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만화 작품 '생각하는 광석이'로 아이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던 천명기 참여작가(유은경, 임은경, 김꽃샘 공동참여)는 "대학 시절 국문학을 전공했던 입장에서 김광석씨는 가장 문학적인 가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밴드 '혁스터즈'가 김광석의 노래를 재즈풍으로 연주하고 있는 모습.
▲ 혁스터즈의 공연 모습 직장인 밴드 '혁스터즈'가 김광석의 노래를 재즈풍으로 연주하고 있는 모습.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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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가수 김광석씨가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것이 아쉽지만 그가 생전 삶에 대한 고뇌와 여유가 남달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김광석을 그려볼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만화그리기, 김광석 내가 그리기, 이등병 편지 코너에서 편지보내기, 포토타임 코너, 행운과 소원을 비는 군번줄달기 코너가 운영돼 눈길을 끌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는 그의 노래와 그의 모습, 그의 연주 모습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허름한 골목길이 어둠의 길에서 문화의 길, 예술의 길로 변모했다. 김광석의 길로 변해진 신천 뚝길 옆.
▲ 저녁시간에도 시민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허름한 골목길이 어둠의 길에서 문화의 길, 예술의 길로 변모했다. 김광석의 길로 변해진 신천 뚝길 옆.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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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방문했던 중년의 김신희(칠곡)씨는 "야시장을 보기 위해 이곳 방천시장을 찾았는데 오늘 특별한 행사를 한다고 둘러봤다"면서 "좋은 노랫말로 사람 사는 세상의 멋을 느끼게 했던 가수 김광석을 다시금 그려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 기쁘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정씨도 "어두운 골목길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꾸미고 열린 갤러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번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프로젝트에 총괄기획을 맡았던 이창원 음악가(인디053 대표)는 "음악인으로 가장 노래를 잘 불렀던 가수의 거리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그를 그리며(畵) 그린다(想念)는 말처럼 이곳이 대구의 명소로 기억되고, 지역 뮤지션들을 많이 알려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길' 작업 프로젝트에 예술감독을 맡았던 손영복(B커뮤니케이션)씨도 "작가 참여는 방천시장 살리기의 일환인 만큼 이번 계기로 대구를 알려내고 방천시장에 거주하는 상인들과 지역 예술가들의 공존하는데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국내 직장인 밴드로 구성된 '혁스터즈'와 함께 랩퍼로서 공연('너무 깊이 생각하지마'를 재즈풍으로 연주)을 펼쳤던 노지(NOJI)씨는 "평소 좋아하고 존경한 김광석씨를 추모하는 공연을 펼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어쿠스틱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봉준·윤성민씨도 "전자음악과 반복성 노래가 흔한데 어쿠스틱을 즐겨했던 김광석씨의 노래를 부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방천시장 프로젝트 '문전성시'에서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의 코너를 약 160m에 이르는 송죽미용실 부근까지 확대해 나가는 것이 목표이며, 추후 2011년 1월 6일 고 김광석의 추모 15주년을 맞아 그를 그리워하는 추모콘서트도 기획 중에 있다.

방천시장의 유래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통과하는 신천에 놓은 12개 다리 중에 하나인 수성교 옆에 자리하고 있으며, 신천 제방을 따라 개설된 시장이라 하여 방천시장이라 불렀다. 1945년 해방 후 일본 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귀향민들이 호구지책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이 방천을 따라 포구나무, 느티나무 등 고목이 많았고 물이 맑아 목욕, 낚시도 했으며, 그 주변의 밀밭, 채소밭을 따라 내려온 산짐승들이 목료 입구 주막집의 가축을 물어가기도 했다고 한다.

또 방천시장 남쪽 100m지점에 삼덕동 형무소 죄수들의 노역장인 채소밭, 벽돌굽는 공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 방천시장은 1960년대부터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세를 탔고 한때는 점포 수 1000여개가 넘는 대구의 대표 재래시장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대형마트, 주변 백화점 등에 밀려 현재는 점포가 60여개 밖에 남지 않았다. / 방천시장 '문전성시' 프로젝트 제공

덧붙이는 글 | '김광석 다시 그리기'의 '길' 참여작가

최원석-대구청년작가회<기억과 잊혀진 것들>, 이인석-아트 앤 플레이, 박현미-사다의 손느낌(나무), 신혜영-생강공작소<바람이 불어오는 곳>, 사공영미-므네모시네<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박재근-행복사진관<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한지영 플로체-<행복의 문>, 지정현-대구청년작가회<그리다(畵) 그리고 그리다(想念)>, 하원식-스튜디오3-14<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천명기(경북대 유은경, 임은경, 김꽃샘 공동참여)-조이툰<생각하는 광석이>, 윤광웅-밥아트 예술가게<청춘, 그 빛나는>, 이우열-별따공방<젊음의 날>, 정세용-B커뮤니케이션 'B STAGE', 권수정-생강공작소<서른즈음에>, 류미숙-제이드갤러리<기다려줘>, 디자인플랜-디자인플랜<프롤로그>, 송주형-한국LED조형연구소 'LED 光石GATE' 이 참여했다.



태그:#방천시장,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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