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은 2차로 김장하는 날입니다.

 

이미 지난 주에 1차로 김장을 했는데, 어머님의 표정이 좋질 않습니다. 왜 그런가 알아봤더니만 시집간 딸내미가 아직 김장을 안 했다는데 보내주고 싶어 그러시는 것입니다. 김장을 많이 하지 않아 나눠주기에는 부족하여 서른 다섯포기를 더 사왔습니다. 그제서야, 얼굴이 환해지시는 어머니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김장을 진두지휘하시며 신이 나셨습니다.

 

 

소금에 잘 절인 배추를 씻어 물기를 뺍니다. 남한산성에서 사온 배추입니다. 밭에서 직접 베어온 것이라 그런지 더 싱싱하게 느껴집니다. 노란 속을 먹어보니 고소합니다.

 

맛난 배춧속을 자꾸만 먹는 내가 거슬렸는지 어머니는 내게 과제를 주십니다. 부채를 써는 일입니다. 옛날처럼 칼로 일일이 써는 게 아니라 강판 같은 것을 놓고 죽죽 긁어주기만 하면 기다란 무채가 국수처럼 밀려나옵니다.

 

쪽파에 갓까지 양념에 넣으려고 준비하셨습니다. 우리집 김장할 때에는 갓을 넣지 않았는데, 딸내미와 손주 줄 김장김치는 양념이 더 풍성합니다. 이미 시집간 지 30년도 넘었는데, 늘 자식 생각을 하시는 어머님을 보면 부모사랑이라는 것이 뭔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무리 돌아봐도 감이 잘 오질 않습니다.

 

드디어 무채에 각종 양념을 넣어서 버무립니다. 김치는 손맛이라고 하는데, 고무장갑이 동원되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손맛이라며 끝내 장갑을 끼지 않으십니다. 손맛, 그것을 전해 주고 싶으신 것이겠지요.

 

 

조금씩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갑니다. 노란 배춧속에 양념을 넣어 한 입 베어무니 또 다른 것들이 먹고 싶어집니다. 누님은 김치통만 가지고 오기 뭐했는지, 보쌈용 돼지고기를 사왔습니다. 아내가 분주해 집니다. 난리법석, 이게 사람사는 맛이지요.

 

 짜쟌~,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올해 잠시동안 배춧값 파동이 있어 김장을 어찌하나 걱정하셨던 어머니, 우리 집 김장 끝내고 딸내미하고 손주들까지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신가 봅니다.

 

김장, 옛날처럼 큰 잔치판을 벌이지는 않았습니다만, 어머니의 마음은 그 옛날 김장 담그던 날과 같으신가 봅니다.


태그:#김장, #배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