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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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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 이재용의 삼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다. 올해 나이 42세.

이로써 작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재용씨가 1년여 만에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 구도 역시 사실상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로써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3대 부자세습을 통한 그룹 지배구조 구축 역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용의 삼성시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과연 이 부사장 스스로 연 매출 200조가 넘는 국내 최대 재벌 삼성을 경영할 만한 능력이 있느냐다. 이같은 우려는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 이 부사장의 경영능력이 아직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이 부사장이 손을 댔던 'e-삼성' 등이 사실상 실패하고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이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아들 승진 발표로 정점 찍은 이건희 회장의 공항 회견

17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그는 이날 자신의 비행기로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참관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회장은 이날 공항에 나온 일부 기자들에게 외아들인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아드님의 승진을 결정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기다렸다는 듯이 "예"라고 대답했다.

지난 10월 멕시코 출장길부터 계속된 이 회장의 공항 회견을 통한 삼성인사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멕시코 출장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어느 시대에도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면서 젊은 조직론을 폈다. 이 회장은 이어 "21세기는 세상이 빨리 바뀌는 만큼, 판단도 빨라져야 한다"면서, "승진할 사람은 해야 한다"며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도 열어놨었다.

이어 중국 광저우로 출국하던 지난 11일에는 "(삼성의 연말 인사폭에 대해) 될 수 있는 대로 넓게 하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이 부사장의 승진을 통한 세대교체형 인사 태풍을 예고했다.

물론 당시 이 회장은 아들의 구체적인 승진 여부에 대해 "아직 못 정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재용 부사장은 이번 이 회장의 광저우 출국길에 동행했다. 재계에선 광저우 출장길에 아버지와 아들 간에 이번 인사를 놓고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아들의 승진을 최종적으로 결심하고, 이날 귀국길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부사장 승진 후 1년여 만에 사장으로... 경영능력 의문 여전

여하튼, 이재용 부사장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물론 삼성 안팎에선 이 부사장이 당장 사장으로 승진한다고 하더라도 경영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의 한 인사는 "이재용씨가 사장으로 올라선다고 하더라도 당장 자신의 색깔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그룹 전반에 걸쳐 경영을 챙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젊은 세대론'과 함께 이재용의 삼성 시대는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부사장이 거대 재벌 삼성을 얼마나 잘 이끌어갈 수 있느냐다. 한마디로 경영능력이 충분하냐는 것이다. 일부에선 이 부사장이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삼성의 CEO 리스크로 대두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재용 삼성시대는 이미 예견돼 왔던 것"이라며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완성이 삼성의 지배구조 측면에선 불확실성을 제거한 측면도 있지만, 이재용씨의 경영능력에 대해선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삼성은 과거 삼성특검 이후 국민에게 경영쇄신안을 통해 여러 가지를 약속했지만, 결국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이재용씨 역시 글로벌 오지 등을 돌면서 현장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만, 몇 개월 안 돼 그룹 부사장으로 복귀하고 사장으로 승진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 부사장은 과거 인터넷 관련 업체인 'e-삼성' 등에 손을 댔다가 결국 실패하고, 계열사들이 사실상 부실을 떠안았다"면서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과연 삼성을 위해 옳은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씨.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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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중순 삼성 인사, 세대교체론과 함께 이학수 고문 복귀 여부도 관심

한편,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 발표로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 그룹 인사의 폭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거 삼성의 전략기획실을 이끌었던 '삼성 2인자'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의 복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 고문은 지난 8월에 사면복권된 이후 이건희 회장의 싱가포르, 멕시코, 중국 등 각종 출장길과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이 고문은 그동안 삼성공화국 논란을 비롯해 특검에 이르기까지 삼성 논란의 핵심에 있던 인물로, 여전히 이 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 주변에선 이번 인사를 통해 이학수 고문의 전략기획실 부활로 이재용의 삼성시대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재용 중심의 젊은 세대 교체와 함께 이학수의 전략기획실이 옆에서 참모로서 보좌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과거 삼성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처벌을 받은 인사가 그룹 경영에 다시 관여하는 것인 만큼 향후 삼성 세대교체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다음달로 예정된 이재용의 삼성시대에 맞는 쇄신인사와 조직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그:#삼성, #이건희, #이재용, #이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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