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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도와주었던 분들이 올해도 도움을 주었다.
 작년에도 도와주었던 분들이 올해도 도움을 주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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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배추가 얼마래요? 큰일이에요. 이러다 김장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중국에서 수입을 한다지만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배추로 김장을 해야 할 텐데... 잘못하면 1년 동안 먹어야 할 김치를 중국산으로 해야겠네요. 우리 집은 벌써 김치가 떨어졌는데 배추가 비싸 단무지 사다 무쳐먹고 있어요. "

한 달 전만 해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평소 눈인사 정도만 하고 지내던 이웃들이 첫 인사로 배추 이야기를 했다. 추석 직후 폭등한 배춧값 때문에 온 국민의 관심사가 배추와 채솟값에 쏠렸고 모든 언론매체가 배춧값에 대한 논란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었다. 김장철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슬슬 걱정부터 앞선다.

드디어 김장을 했습니다... 그것도 어머니 없이

매년 시골 부모님 댁에서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해 왔다. 손위시누와 동생, 어머니, 우리 네 가족이 모여 김장을 하고 1년 동안 큰 걱정 없이 먹곤 했다. 그런데 배춧값은 물론 무, 파 등 대부분의 야채값이 올랐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친구는 전라도 김치라서인지 유난히 깊은 맛이 난다며 우리 집 김치를 먹고 싶다고 해 작은 통으로 한 통씩 주곤 했었다. 김장 김치가 달랑달랑 떨어져가기 시작할 때면 친구에게 주었던 김치 생각이 어찌나 간절하던지.

김장김치가 떨어져도 담가 먹으면 되지 하고 걱정이 없었는데 배추 파동은 나를 속 좁은 사람으로 만들어 인심까지 야박하게 만들었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김장철이 다가오자 내심 걱정하고 있는데 평소보다 이르게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작년에는 11월 21일에 김장을 했다.

배추포기가 작아 작년에는 4등분 했는데 올해는 2등분했다. 푸른 잎도 많다.
 배추포기가 작아 작년에는 4등분 했는데 올해는 2등분했다. 푸른 잎도 많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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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갖은 재료를 넣고 배춧속을 만들기 위해 버무리고 있다.
 준비된 갖은 재료를 넣고 배춧속을 만들기 위해 버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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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둘째 주 주말(13일)에 김장을 할까 하니 네 동서한테 전화해서 함께 내려오너라."
"배추 값이 비싸다는데 일찍 하시려고요?"

배추 농사를 짓지 않는 어머니는 매해 지인이 직접 기른 배추를 미리 부탁하여 김장을 해 왔던 터다.

"배추가 비싸든 싸든 김장은 시기에 맞춰 해야지 별 수 없잖니? 그 댁에 미리 얘기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말고 내려 와라. 올해는 3일 동안 성당 행사가 있어 함께 김장을 할 수 없으니 네가 알아서 모든 것을 해야겠다."

명색이 김장배추인데... 네 쪽은커녕 간신히 두쪽

배추에 속을 넣기 위해 준비중이다.
 배추에 속을 넣기 위해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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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무린 배추를 김치통에 넣고 있다.
 버무린 배추를 김치통에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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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가신 지 10년째. 그동안 매년 어머니께서 배추부터 갖은 양념까지 사다 놓으시면 며느리들은 다듬고, 씻고, 썰어 준비한 후 절여 두었던 배추를 가져다 버무리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고 하시니 걱정이 태산이다. 게다가 올해는 야채 값도 비싸니 어느 정도의 양을 사야 하는지조차 몰라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김장하는 날. 편리하다는 이유로 평소 마트를 주로 이용했던 나는 김장재료는 재래시장에서 사야 싸고 푸짐할 것 같아 일단 정읍시 시기동에 있는 재래시장에 갔다. 각종 야채가 진열되어 있는 야채 가게에 들러 김장 100포기에 들어갈 양념을 사야 하는데 얼마큼 사야 할지 모르니 알아서 달라고 했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께서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이것저것 챙겨 주신다. 가게 옆에 생선가게가 있어 생새우와 굴까지 모두 살 수 있었다. 그런데 갓이 없어 문제였다. 기온 이상으로 갓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아직 나오지 않았단다. 시장을 온통 뒤져 시들어 버린 갓 2단을 겨우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절이고 씻은 배추가 도착했다.


"배추가 올해는 다 자라지 않아 작아서 엄마가 100포기 달라고 혔는디 180포기를 가져왔네. 평소에는 배추가 커서 4쪽을 냈는디 올해는 겨우 두 쪽밖에 내질 못혔어. 배추값은 그냥 150포기 값만 받을게."


배춧값이 조금 내렸다고 하지만 작년에 비하면 차이가 많이 난다. 이윽고 김장이 시작되었다. 갖은 재료를 넣고 버무린 다음 배추에 속을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배추가 절반이나 남았는데 양념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양념 모자라 허연 김장김치를... 비용은 작년 대비 1.5배

좌측이 갖은 양념이 들어간 김치고 우측은 남은 양념으로 담은 김치다. 김치통이 똑같아 나중에 익혀 먹기 위해 초록색 배춧잎으로 표시를 했다.
 좌측이 갖은 양념이 들어간 김치고 우측은 남은 양념으로 담은 김치다. 김치통이 똑같아 나중에 익혀 먹기 위해 초록색 배춧잎으로 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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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포기가 작으면 양념도 두 배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100포기 기준으로 양념을 만들었는데 포기가 작다고 180포기가 왔으니 문제가 생긴 거다. 배추는 남았는데 배춧속이 없으니 부랴부랴 조금 남겨 두었던 무와 양파와 파를 썰어 다른 양념을 넣고 배추를 버무렸다. 양념이 다른 두 종류의 김치를 담게 된 것이다.

재료를 충분하게 사지 못한 죄로 김치 냉장고에 들어갈 8개의 김치 통 중 4개는 양념이 제대로 된 배춧속이 들어갔고 나머지 4개는 임시 방편으로 만들어진 배춧속을 넣은 김치를 담아왔다. "양념이 덜 들어간 김치는 나중에 익혀서 먹으면 맛있을 거야"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그리고도 남은 배추는 배와 파, 마늘, 양파만 들어간 백김치를 담갔다.

4대강 사업으로 배추와 무 경작지 면적이 줄고 이상기온이 겹쳐 각종 채솟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결국 올 김장 비용은 작년과 비교해 1.5배였다. 작년에는 4가족 기준 77만 5000원이 들었는데 올해에는 114만1000원이 들었다. 그나마 배추 30포기를 덤으로 얻어서 가능한 비용이었다. 1년 농사인 김장을 담가야 하는 서민들은 비싼 채솟값에 두 번으로 나누어 담가야 하나 하는 걱정과 함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시름만 쌓일 뿐이다.

작년도와 비교해본 김장에 들어간 비용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작년도와 비교해본 김장에 들어간 비용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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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장, #배추, #김장비교분석, #4대강, #배추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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