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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있는 갤러리 '공간 루'에서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나무를 전시하다' 이기완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그는 고향 충남 예산에 있는 저수지의 한 그루의 왕버들나무를 6년간 촬영한 사진가다. 짝사랑도 이렇게 긴 짝사랑을 할 수 있을까? 아무말 없이 긴 세월 속에서 잠자고 있던 왕버들나무를 그는 수도 서울로 끄집어 내었다. 마치 아프리카의 식인종을 앵글 속으로 빨아 들여 서울 대학로 한복판에 던져 놓듯이 말이다.

 

지난 17일 작가와의 만남이 전시장에서 있었다. 그는 매우 자그마한 체구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를 본 순간 그 자그마한 체구 속에서 번뜩이는 눈빛을 통하여 사진에 대한 정열이 한 순간에 느껴지는 카리스마로 다가왔다.

 

그는 24살 때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았다, 친구들이 모두 떠난 고향 예산에 홀로 남겨진 그는 그와 말벗할 친구가 필요했다고 그래서 자신과의 소통의 도구로 카메라를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카메라와 첫 대면한 피사체가 지금의 왕버들나무란다.

 

"모두 떠난 고향은 제겐 참 쓸쓸하고 고독의 공간이었습니다. 누군가와의 대화가 절실했었지요. 결국 나는 외로움을 벗어나야 할 절대적 필요성에 의해 카메라를 구했습니다. 그리곤 찾은 첫 피사체가 바로 저 나무입니다." 

 

그가 가리키는 전시장 곳곳에 걸려 있는 '그 나무' 들은 그의 마음과 같이 고독해 보인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였습니다. 꽃이 피고 새순이 돋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그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나는 하나되기를 원했고 하나되기 위한 나의 시도는 오직 카메라 셔터를 눌러 그의 잠자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6년을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했던 '그 나무'와 이제 그는 이별을 고하려 한단다.

 

"그 나무는 내 생애에 있어 가장 가슴 뛰는 순간을 만들어 주었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그 모습으로 그를 떠나 보내는 겁니다. 아름다웠던 추억의 모습들을 여기 내놓는 것입니다."

 

공간루의 조인숙 대표는 말한다.

 

"잊혀지지 않아요. 그날은 5월 5일 어린이날이었어요. 그가 갤러리를 들어섰지요. 그리곤 짝사랑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제 앞에서 풀어낸 긴 사랑 이야기는 참 놀라왔어요. 어디까지 갈지 모를 끝없는 사랑, 그래서 이제 그 끈을 끊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나무는 세상에 나타났단다.

 

나무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 뒷편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가를 물었다.

 

"세상은 학연과 지연 등 배경에 의하여 많은 영향을 받아요. 그러나 저는 나무에 그와 같은 사회적 배경이 주는 또 다른 의미를 배제 시키고자 했어요. 본질적인 모습 속에서 모든 것을 보기 위해서지요."

 

늘 보는 나무에서 매일 매일 다른 일상을 찾을 수 있다는 그는 그만큼 많은 관찰과 느낌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전시회를 위한 작업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나는 저 나무들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있었고 그 모습을 그대로 앵글로 담아 내려 했어요. 사람들이 보는 또 다른 뒷면의 모습들, 학벌이나 외모, 그리고 재물 등으로 평가되는 것들에 반하고저 저 나무의 다른 모습, 나무 이외의 다른 것들은 하나도 넣지 않았지요. 순수하게 나무만을 표시했어요. 내게 다가서는 본연의 나무만을 넣었지요." 그는 그렇게 사회속의 자신의 모습으로 나무와 소통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단다.

 

이기완 작가는 나무와 긴 대화를 통해 본인의 외로움을 승화시켜 작품으로 드러냈다. 이제 그 나무와의 이별 뒤 찾아드는 또 다른 기약없는 이야기의 대상을 찾았단다. 그 대상은 여인이란다.

 

"여성의 상반신을 통한 '에로티즘'적 시각을 주제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는 진화하는 사람이다. 진화란 느리게 변화한다. 그러나 그 느림 뒤에는 놀라운 변화를 우리는 찾을 수 있다.

 

그의 짝사랑의 대상이 우리와 같이 숨쉬고 말하는 생명있는 생명체로 진화되고 있다는것이다. 과연 그가 느끼는 에로티즘은 어떠하게 표현될까?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 작업이 언제 우리 앞에 나타날지는 기약없지만 그가 갖고 있는 집념과 끈질김으로 분명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낼 것이다.

 

또 다시 6년이란 세월을 기다릴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의 진화된 새로운 모습을 치근대지 않고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그 후 새롭게 진화되어 돌아오는 이기완 작가의 모습을 느림의 기대감으로 기다려본다.

 


태그:#이기완, #6년, #예산, #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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