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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께 물어볼 게 있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님들이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발생 시킨다고 했는데, 저는 암에 걸린 사람이 팔당유기농단지에 와서 나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우리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설명해 보십시오!"

"손범규 의원님, 저희가 보상 몇 푼 더 받으려고 이러는 줄 아십니까? 유기농민을 모욕하는 겁니다. 사과하세요!"

 

서규섭 친환경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이 외쳤다. 이어서 다른 농민들도 소리쳤다. 10여 명의 농민들은 '골프장은 되면서 유기농은 왜 안돼?', '팔당유기농지 보존하라'는 피켓을 들고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의 앞을 막아섰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20여 년간 유기농업을 해온 농지에서 쫓겨나게 된 팔당 농민들이다.

 

"결국 수질 문제가 아니라 4대강 사업 때문"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암면 유기농업지역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조사를 나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과 팔당지역 농민들 사이에 충돌이 이어났다. 농민들은 유기농지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대체농지는 다 사기다. 그곳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다", "태풍 때문에, 강제 철거 때문에 농지가 엉망이다. 이 모습을 또 언론에 악용할까 봐 비켜 줄 수 없다"라며 5분여 간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사실 이날의 항의는 한 명의 의원에게 집중됐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유일한 여당 의원인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이 그 대상이었다. 손 의원은 현장조사에 앞서 이재동 남양주시 부시장이 실시한 현장 브리핑에서 "정당한 보상을 조기에 매듭짓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 문제로 농민들과 밀고 당기기를 하니까 국정감사까지 와서 이 문제가 4대강 사업 정당성의 쟁점이 됐다. 지자체가 보상문제를 능동적으로, 후하게 해줘야 한다. 4대강을 살리고 농민을 죽이겠다고 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없다. 왜 보상협의를 못하고 있나?"

 

팔당지역에서 농민들이 이주를 거부하는 이유가 보상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손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브리핑장 뒤편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던 농민들의 공분을 샀다.

 

농민들이 길을 막자 손 위원은 대열 뒤편으로 물러서 상황을 관망했다. 김성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농민들에게 양해를 구해 길이 열렸지만 손 의원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들어섰다. 농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농지로 들어온 손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현장을 둘러보며 농민들과 대화하는 사이에도 멀찌감치 물러서 있었다.

 

조사를 마치고 농지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도 손 의원은 농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당황한 손 의원은 말을 아꼈지만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 묻는 한 언론사 기자에게 "4대강 사업을 위해 빨리 농민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대답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를 듣고 있던 한 농민은 "결국 결국 수질이 문제가 아니라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것 아니냐"고 손 의원에게 일침을 놨다.

 

"유기농업은 두 얼굴의 '야누스 농법'"

 

한편, 이날 국정감사 현장조사에서는 유기농민들에 제공되는 대체농지 문제와 실제로 유기농업이 수질을 오염 시키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현장조사에 동행한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대체농지도 강가에서 800m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는데 이곳과 무슨 차이가 있냐"며 "이곳에서 농사로 지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대체농지로 옮기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성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농지와 접해 있는 강가까지 나가 주변을 살폈다. 김 위원장은 "유기농지 주변 강의 상태가 어떤 것 같냐"는 질문에 "냄새도 나지 않고 깨끗하다"며 "여러 차례 이곳에 와봤지만 물이 더러운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 위원장도 "이곳에서 유입되는 물이 수질을 오염시킨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 물을 채취해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열린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팔당 유기농법의 수질오염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찬열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팔당 유기농 단지를 방문, '유기농업이 한국농업의 미래'라고 말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도 '경기도를 유기농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유기농업'을 발암물질을 생산하는 수질오염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순 의원장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농민이 물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장려한다"며 "농사를 못 짓게 하는 것만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유기농업이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이 확실하다며 맞섰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유기농법이 식탁 위에선 약이지만 강과 만나면 수질을 오염 시키고 발암물질을 만드는 두 얼굴의 '야누스 농법'"이라며 "유기농법에 쓰이는 퇴비는 질소, 인 등 영양염류와 다량의 부식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부식질이 염소와 반응해 발암물질을 만들어낸다"고 반박했다.

 

최용철 한강유역청장도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유기농업이 수질을 오염 시키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다"며 "유기농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수도원인 하천인근에서 시행되는 유기농업은 수질을 오염 시킨다는 보고서가 있기 때문에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태그:#4대강, #국정감사, #유기농,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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