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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간척지 백수피해농민들이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로 벼를 갈아엎고 있다.
▲ 벼를 갈아엎고 있는 트랙터 천수만 간척지 백수피해농민들이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로 벼를 갈아엎고 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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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농민들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아니지요, 국민으로 생각된다면 곤파스가 휩쓸고 지나면서 지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지가 1달이 넘었는데 모른 체 하실 수 있으십니까. 저는 엊그제 깜짝 놀랐습니다, 광화문 앞의 물난리를 보면서 몇시간만에 서울시장으로부터 대통령까지 아니 여야의 대표들까지  생난리를 치고 그뿐입니까.

신문과 TV에 대서특필대서특필, 집중 방송되고 물난리 이틀만에 위로금이 지북되고 사흘만에 여야와 정부, 청와대가 모여 특별대책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모양을 보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고 농민들은 대한민국의 국민도 아니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개 같은 사회도 있구나, 하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일 길이 없었습니다.

농민도 국방에 의무를 다하고 세금을 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써의 의무를 다하는 엄연한 국민입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태풍 곤파스가 이땅을 폐허로 만든지가 하루가 됐나요, 이틀이 됐습니까, 일주일 됐습니까, 한달이 넘었습니다, 서울과 서산이 그렇게 먼곳인가요, 1시간 30분이면 가는 길이 먼길입니까.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한나절이면 왕복할 수 있는 지척을 왜 못 옵니까. 국민들의 아픈 가슴을 달래주고 재활을 돕는 것이 정치일진대 세상에 이럴수는 없습니다. 이건 공정한 사회가 아닙니다.

이제 농민들은 벼랑끝에 내몰려 있습니다, 국민들의 먹을 거리를 책임짓는다는 자부심이 정부에 대한 적개심으로 바뀌기 전에 제발 농민들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인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농민들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천수만 전 경작지를 갈어엎고 불을 지르겠다고 했다.
▲ 벼더미에 논에 불을 지르는 농민 농민들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천수만 전 경작지를 갈어엎고 불을 지르겠다고 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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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공터에서 열린 '태풍피해 실질적 보상 촉구 대회'에서 이종선 천수만A·B지구경작자 협의회 위원장이 대통령과 농민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읽어 내려갔다.

이날 이들은 배수피해를 입은 논  가운데 1만3200여㎡의 논을 갈아엎고 그 옆에 있는 그만한 크기의 논에 불을 질렀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루사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현실적인 지원기준을 재정립하라 △수확비를 보조하고 수확불가지역의 벼는 철새먹이로 제공하라 △전량 공공비축비로 배정하고 적정가격에 수매하라 △ 토지구입 상환금납부를 유예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하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이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인지 인의 장막에 가린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 이종선 천수만A.B지구 경작자협의회 위원장 이 위원장은 "대통령이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인지 인의 장막에 가린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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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위원장은 "정부가 만약 대파비조로 110만원을 지원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거부하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다, 농민도 국민인데 국민이 아프면 정부가 나서서 어루만져주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써야 하는데 농민들이 한 달 넘게 처절한 몸부림을 치는데도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정부이기를 거부하는 것이지 아니면 농민들은 국민이 아니라는 것인지 분명하게 대답해야 된다"며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난했다.

이어 그는 "선거 때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머슴처럼 나서서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정치인들이 코빼기도 뵈지 않는데 대통령까지 몰라라한다면 농민들은 누구에게 호소해야 모르겠다. 대통령이 내년에는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한 만큼 말로만 공정을 찾지 말고 실제 이것이 공정한 것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농민들은 한톨이라도 건지려 하는게 농민의 마음인데 불을 놓는 아픔을 이해하느냐'며 농민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 논에 불을 지르는 농민의 눈물 '농민들은 한톨이라도 건지려 하는게 농민의 마음인데 불을 놓는 아픔을 이해하느냐'며 농민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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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비패농민 최 아무개(56)씨는"자식처럼 길러 온 벼를 갈아엎는 처절한 농민의 심정을 아느냐"고 말했다.
▲ 벼를 갈아엎는 농민의 피눈물을 누가 아나 백수비패농민 최 아무개(56)씨는"자식처럼 길러 온 벼를 갈아엎는 처절한 농민의 심정을 아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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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정부가 오는 20일까지 농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우선 남은벼 일부를 수확해 청와대, 국회, 농림수산부 등 정부요로에 보내 각성을 촉구하고 그래도 응답이 없을 때는 전 간척지의 벼를 갚아 엎고 불을 지른 다음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서산천수만 간척지는 지난 곤파스로 2500여 농가 6800ha의 벼가 백수피해를 입어 500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태그:#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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